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이 25일 ‘친정’인 MBC 방송에 나와 MBC를 비난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그것도 대선 후보 정강정책 방송연설을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신 의원은 MBC노조 장기파업, 민영화 추진 논란 등을 문제 삼고 ‘권언유착’이 문제라며 소위 ‘김재철 방지법’을 제정하여 방송법을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MBC의 추락, 근본 원인은 권언유착입니다. 신경민이었습니다.” 앵커 시절 말투까지 되살려 친정 헐뜯기에 열을 올렸던 신 의원은 스스로 방송개혁의 투사가 된 듯 흐뭇했을지 모르겠지만, 보는 이들에겐 ‘전파의 사유화’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 방송이었다.
국민 통합을 외치는 문재인 후보가 자신을 대신하여 정강정책을 국민에게 알릴 사람으로 신경민 정도의 사람을 내보낸 것은 자폭에 가까운 패착이다. 신 의원이 동의를 하던 하지 않던 그는 MBC라는 공영방송을 자신의 입신양명의 기회와 발판으로 삼은 사람이다. 상식적으로 MBC라는 방송사가 없었다면 오늘날 그가 의원 뱃지를 달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MBC 소속으로 앵커라는 지위에 있을 때도 ‘클로징 멘트’를 이용해 우리 사회를 특정세력의 프레임에 끼워 맞춰 재단한 자이다.
현재는 자신의 막말을 왜곡 보도했다며 MBC와 거친 언사로 싸우고 있는 사람이다. 사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에게 국민 통합을 내세운 대통령 후보가 자신을 대신해 국민에게 정책을 알릴 대리인으로 내보낸 것은 국민 통합 행보가 아닌 국민 분열의 행보다. MBC와 김재철 사장이 아무리 밉고 싫더라도, 하필이면 개인 원한이 가득한 신 의원을 MBC에 보내 MBC를 맹렬히 비난하게 한 것은 예의도 정의도 아니다. 국민에게 MBC에 대한 보복의사만 적나라하게 내비친 꼴이다. 기꺼이 김 사장 목을 칠 ‘망나니’ 역할이라도 자임할 신 의원의 한풀이 시간을 준다고 국민들이 갑자기 MBC노조에 없던 연민이 생기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날 18대 대선 정강정책 방송연설 시간은 그야말로 ‘전파 사유화’의 전형 사례로 남을 일이었다.
문재인 ‘분열’ ‘언론 파괴자’ ‘보복의 망나니’ 신경민을 MBC에 내보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신경민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전파의 사유화’ ‘권언유착’ ‘김재철 방지법’ ‘MBC 뉴스의 흉기화’ 등을 거론하며 그야말로 거품을 물었다. 개인적으로 신 의원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방송이 자기네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서 자사 옹호의 도구로 쓰이고 있고, 권력과 유착해 권력지향적 보도를 하거나, 권력눈치보기식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은 것도 사실이다. 뉴스가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특정 정치·이념집단의 신념과 가치를 전파하는 통로로 이용되거나, 정적세력 죽이기를 위한 무기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환멸의 대상까지 전락한 처지다.
그런 비판이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신경민 의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대신한 그 자리에 나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했다. 신 의원 스스로가 MBC를 이용해 출세하고, MBC를 이용해 보복하는 추한 몰골을 보여준 ‘전파를 사유화한 당사자’에 해당되고, 권력과 언론이 유착된 모습이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는 그 주인공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언론의 유착만 권언유착인가? 야당 권력과 언론의 유착도 그에 못지않게 구태의 똥내를 풍기는 ‘권언유착’이다.
‘김재철 방지법’도 이름부터 보복의 핏내가 물씬 풍긴다. 정부가 찍어 내려 보낸 낙하산이 어디 김 사장 하나뿐인가? 권력이 낙점한 공영방송 사장이 김 사장 하나뿐이냐는 얘기다. 정권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해 방송을 장악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면 왜 이전 그 많은 공영방송 사장들은 문제 삼지 않고 있나? 김 사장이 그들과 다른 점은 뭔가? 김 사장이 최문순 전 사장과 다른 유일한 점은, ‘노조의 대리인’ ‘노조의 꼭두각시’를 거부했다는 점이고, 노조와 한 몸인 현 야당 권력에 협조적이지 못하다는 게 유일한 이유다.
신경민 의원의 25일 MBC 출연은 무도한 정치권력의 횡포이자 언론자유의 침해이다. 신 의원은 신문방송으로부터의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의 대상일 뿐이지, 전파를 사유화해 자신을 비판한 언론을 때릴 수 있는 ‘감히 높은 곳에 위치한’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정치권력의 언론장악일 뿐이다. 이날 방송은 국민 다수로부터 공감을 받기도 어렵다. 국민정서 상 MBC 덕에 출세하고 떵떵거리는 의원나리가 된 작자가, 하루아침에 권력자로 돌변해 MBC를 비난하기 위해 온갖 논리를 동원하는 추한 몰골을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MBC노조가 죽을 날은 김재철의 목을 따고 축배의 잔을 드는 날
현 MBC 경영진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판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진을 죽여야 사는 노조와 같은 집단을 옹호하기 위한 아전인수가 아닌 보편타당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 현 경영진을 망가뜨리기 위해 노조는 회사 자체의 경쟁력을 망가뜨리는 자해까지 감행한 무모한 집단이다. 그런 집단이 정치권력을 동원하고, 언론권력을 동원하여 현 경영진의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다고 노조가 선한집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상대편을 개싸움으로 끌어들이는 짓을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똥물을 끼얹는 짓까지 마다하지 않는 세력의 극단성, 해악성만 절실히 인식할 뿐이다.
MBC의 그런 일그러진 현실을 압축해 보여준 일이 신경민 의원의 MBC방송 출연이었다. MBC를 두고 벌이는 정치권력의 개싸움, 언론권력의 더러운 몰골, 무능하고 무기력한 대선 후보들, 분노한 국민 등 MBC 사태는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만일 끝내 노조에 의해 목이 따이고 저잣거리에 효시가 된다하더라도 그것은 노조를 비롯해 관련세력의 작은 승리일 뿐이다. 이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두를 환멸과 분노로 몰아넣은 주인공들이 무사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노조에게 진짜 위험이 닥치는 날은 노조가 김재철의 목을 따고 축배의 잔을 드는 바로 그날이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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