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와 부산일보 주식을 매각하려 한다는 한겨레신문 12일 보도로 민주통합당, MBC 노조 등이 비난을 퍼붓고 있다. MBC와 관련한 보도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 3명이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30%를 12월 방문진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매각 대금은 부산경남 복지사업에 투입함으로써, 사실상 MBC가 박근혜의 대선 승리를 돕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MBC측은 "MBC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와 MBC는 수시로 협의하는 관계이며 당시 모임은 MBC 주식 처분 방안을 단순히 논의한 자리였다"며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갖고 여권 대선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짜맞추기식으로 보도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노조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며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는 국민들의 합의에 따라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다. 현재의 방문진 체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만들었다. 그런데 온갖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김재철이 최필립 이사장과 밀실에서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먼저 분명히 할 대목은 MBC 민영화 논의가 그동안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불쑥 나온 것이 아니란 점이다. MBC는 오랜 세월동안, 특히 특정 정치세력의 영향력만을 거부할 때마다 ‘공영방송’을 강조하고, 광고수주와 같은 돈벌이에 나설 때는 ‘상업방송’ 본색을 드러냈다. 국민 입장에선, 1600여명의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차장급 간부에다 노조가 사장 머리 위에 눌러 앉아 좌지우지하는 ‘노영방송’의 기형적 형태로, ‘주인 없는’ MBC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은 진작부터 여론으로 하여금 민영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게끔 했다.
MBC, KBS2 등 공영방송 구조개편은 현 정부의 방송정책 아젠더이기도 했지만, 현 정부가 처음 제기한 문제는 아니었다. 1990년 노태우 정부시절부터 방송개혁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것이 바로 MBC 민영화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에서는 오히려 MBC의 단계적 민영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정치권과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에서 MBC 민영화 문제를 끊임없이 논의해온 마당에 MBC내부에서만은 민영화에 대한 논의를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억지다. 오히려 민영화 논의 대상인 MBC가 언론자유와 정치권 개입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민영화 논의를 이끄는 것이 맞는 것이다.
민노총 산하 MBC노조가 남더러 특정인 위한 선거운동 한다고 비난할 자격 있나
백번 양보해, 한겨레보도대로 MBC와 정수장학회가 매각 논의를 했다고 치자. 그러나 이 문제는 MBC 경영진과 정수장학회만의 뜻대로 될 수 없는 복잡한 구조적, 정치적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노조 주장대로 MBC와 정수장학회가 석 달 남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팔아치워 박근혜의 선거를 돕는 자금으로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상장 시기도 내년이다. 어떻게 정수장학회 주식 매각 대금을 가지고 박근혜 선거 운동을 돕는 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소린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밀실합의란 것이 성립될 수 없는 문제이고, 이걸 가지고 정수장학회와 MBC간의 ‘밀실 합의’ 운운하면서 이슈화 하여 여론을 선동하는 노조 등이야말로 정수장학회를 이용해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노조가 김재철 사장에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위해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란 자가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뜻이 아닌가?”라며 “김재철과 최필립 이사장이 공영방송 MBC를 겁도 없이 이런 식으로 유린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 주제 파악도 못하고 남에게 침을 뱉는 격이다. MBC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에 속해 있다. 민노총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합진보당의 최대주주였다. 그런 통합진보당은 지난 총선에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이뤘던 정치적 동지와 같은 사이에다 현재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야권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사사건건 야당 주장과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MBC노조야말로 지금 대놓고 야권 승리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무용가J씨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윤관석, 신경민, 박지원 등이 노조를 일방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노조가 남더러 선거운동을 한다고 비난할 처지가 전혀 못 된다는 얘기다.
‘김재철 사찰 의혹’ ‘무용가J 남매 도청 의혹’ ‘최필립 이진숙 회동 도청 의혹’ 등 최근 MBC 관련 도청 의혹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번 논란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한겨레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다.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MBC 측 인사 두 명과 이사장만 만나 나눈 얘기들이 어떻게 한겨레에 의해 마치 녹취록을 풀어쓴 것처럼 보도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한겨레에서 도청했다고 보긴 어렵다. 한겨레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우리가 어떻게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직접 도청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직접 도청한 자료를 누군가로부터 넘겨받았다거나, 녹취록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던 한겨레가 단독으로 그런 보도를 낼 수 있었던 자체가 그 가능성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MBC측에서 도청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수사를 의뢰한다고 했으니 진실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 이 부장 셋 중 한 사람이 직접 녹취자료를 넘겼을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볼 때 없다. 그렇다면, 결국 세 사람 중 일부 혹은 전부가 전화기를 도청 당했을 가능성만 남는다. 그렇게 해서 사전에 이들의 만남을 알고,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몰래 현장 녹음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 녹취록은 한겨레에 흘러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MBC도 "한겨레신문의 첫 인터넷 보도에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돼 있어 한겨레신문 측에 '(녹취록의)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니까 후속 기사에서 녹취록이란 표현을 지웠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들의 전화를 도청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렇게 해서 보도가 나갔을 때 정치적 이득을 얻는 자들이 누구인가를 따져보면 답은 나온 게 아닐까?
공교롭게도 MBC와 관련해 최근 이상하게 도청 의혹이 자주 나오고 있다. 김재철 사장을 노조가 비정상적으로 사찰 수준의 감시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고, 또 이와 관련해 무용가J씨 남매가 자신들이 누군가로부터 도청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호소를 한 적도 있다. 게다가 이번에 또 MBC 경영진과 관련한 도청의혹까지 제기된 것이다. 왜, 유독, MBC와 관련해 도청 의혹이 자주 제기되고 있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공작이 횡행하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이런 불미스럽고 음산한 사건들이 왜 MBC 주변에서 자주 나오고 있는지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애당초 밀실합의가 성립될 수 없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논의 건을 가지고 특정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공세에 나서는 것은 정략적 태도에 불과하다. MBC 민영화는 오랫동안 제기돼 왔던 문제이고, 이번 MBC와 정수장학회측의 만남도 그런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MBC노조는 그간 김재철 사장의 개인 비리 혐의 의혹을 주장하는 방법으로, 그 과정에서 무용가J씨와 보안프로그램 업체까지 희생양으로 끌어들여 공격해왔다. 그런 노조가 이제는 불법도청에 의한 자료를 얻어 보도한 것으로 보이는 한겨레신문발 기사를 가지고 물 만난 물고기가 된 듯 경영진을 비난하고 있다. 노조의 도덕심과 양심수준이 의심될 지경이다. 노조가 야당과 함께 전면에 나서 정치공세에 앞장서면 설수록 국민은 MBC 민영화의 필요성과, 노조의 해악이 어느 수준인지 절감할 뿐이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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