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의 자해성 자사 때리기가 도통 멈출 생각을 않는 모양이다. 런던올림픽 방송 기간 내내 여론의 등에 올라타 동료 아나운서의 복장을 트집 잡거나, 박태환 선수 인터뷰, 중계 중 사소한 자막실수까지도 비난하기 바쁘다. MBC 뉴스데스크가 국내 올림픽 열기를 전한다면서 MBC내 사무실을 일반 기업체 사무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노조는 “MBC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뉴스의 ‘상황 조작’”이라며 거품을 물기도 했다. 또 이런 이유들로 김재철 사장측이 뉴스데스크 공신력을 떨어뜨렸으면서도 경영진이 책임지지 않고 사태를 실무자 선에서 축소시켰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현재 MBC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실수와 방송 사고를 사사건건 ‘김재철의 MBC’이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루라도 ‘김재철의 MBC’를 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라도 돋는 게 아닌가 싶은 노조의 주장을 들으면서 필자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노조는 걸핏하면 온갖 사안에 대해 ‘사상 최악의~’란 형용사를 붙여가며 김재철 사장이 MBC를 망쳤다고 그토록 주장하고 있다. 시청률 저하는 물론, 방송사고, 인사징계 등 김재철 체제가 MBC 몰락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노조의 이런 주장들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최문순 전 사장 재임시절과의 비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최 전 사장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노조가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사장이자 재임 기간 내내 노조가 비호했던 인물이다. 노조가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전임 사장과 노조가 유례없는 장기파업을 감행할 정도로 반대하는 사장 하의 MBC를 살펴본다면 노조의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정당성이 있는 주장인지 비교가 쉽기 때문이다.
‘최문순의 MBC’, 성기노출, 자막조작, 상주참사 등 대형사고로 ‘사상 최악의 MBC'였다
그런 이유로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는 노조의 주장과 전혀 달랐다. ‘최문순의 MBC’야말로 ‘사상 최악의 MBC’란 평가가 결코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김재철 사장 취임 후 벌어진 방송사고는 최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벌어진 것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노조가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며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패션을 문제 삼았지만, 정작 시청자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방송사고는 최 전 사장 시절 있었다. 2005년 7월 30일 생방송 ‘음악캠프’에 펑크 록 밴드 ‘럭스(RUX)’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인디밴드 ‘카우치’의 한 멤버가 무대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방송이 5초 동안이나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안방에 그대로 전달됐던 것이다. 이런 사건은 MBC 역사뿐 아니라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당시 이들을 무대에 출연시켰던 노조원, 박현호 PD는 언론 인터뷰에서 “밴드 ‘럭스’가 함께 공연하는 팀이라며 데려와 출연시켰는데 이들이 누구인지는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무책임한 태도를 고백하기도 했었다. 생방송 무대를 총괄하고 책임져야할 담당 PD라는 사람이 그 인디밴드 멤버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출연시켰다는 것이다. ‘최문순의 MBC’는 이일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시청자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MBC노조가 방송사 전무후무한 이 사건을 이유로 박 PD의 사직서나, 최문수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는 발견할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김재철 사장 하에 만일 이런 방송사고가 났다면 노조는 일찌감치 김 사장의 옷을 벗겨내고야 말았을 것이다. 정말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입힌 것은 ‘김채절의 MBC’의 양 아나운서 모자인가, 아니면 ‘최문순의 MBC’의 노조 박 PD의 무책임인가?
노조는 MBC가 MBC내 사무실을 일반 기업체 사무실로 조작 방송했다고 거품을 물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MBC 사무실 내 올림픽 열기와 일반 기업체 사무실의 올림픽 열기가 무에 그리 큰 차이가 날까, 모두 뜨거운 열기가 아니겠느냐 싶지만, 어쨌든 노조주장대로 자사내 사무실임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으니 조작은 조작이다. 그렇다면 ‘최문순의 MBC’에서는 방송조작이 없었을까? 2005년 6월에는 다음과 같은 조작사건이 있었다.
당시 MBC 파일럿 프로그램 '파워TV'의 코너 중 ‘극기지왕’이라는 것이 있었다. 예비스타 30명을 합숙시켜 수면을 유도하고 출연자들이 문제를 맞추도록 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MBC는 방송에서 이들이 2박 3일간 잠자지 않기에 도전한다고 밝혔고, 방송중 '합숙 40시간째' 등의 자막을 내보내 마치 2박 3일 촬영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박2일간이었다. 편집을 조작해 거짓 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당시 스타뉴스는 “단 1회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속이는 기만행위를 함에 따라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제작진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주제작사의 프로그램이었고, 당시 MBC외주제작 센터장은 광우병 왜곡방송으로 유명한 송일준 PD였다. MBC는 사과문을 내 빌었지만, 송 PD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대해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하겠다"는 말로 끝냈다. ‘김재철의 MBC’가 사무실 조작했다며 김재철측 책임을 요구하는 노조가 당시 최문순측 책임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광복절 뉴스데스크, 영화장면을 일본군 부대 생체실험이라 보도, PD수첩팀의 황우석팀 협박취재 물의, 간부와 기자 브로커사건에 연루되기도
2005년 8월 15일 광복절에 뉴스데스크를 통해, 일본군 731부대가 자행한 생체실험 장면을 입수했다는 보도도 알고 보니 국내에도 ‘마루타’란 제목으로 개봉됐던 중국영화 ‘흑태양 731’ 속의 한 장면이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가지고, 러시아측으로부터 입수했다며 해당 동영상 진위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보도했던 것이다. 이 사실은 영화를 본 시청자들의 항의로 밝혀졌다. MBC내에 팩트를 가릴 게이트키핑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이 달엔 또 다른 사건도 있었다. 인력송출 브로커의 ‘검·경·언 로비의혹사건’이 터지면서 MBC내 보도간부와 기자가 이 브로커와 어울려 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최 사장이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MBC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던 사건이었다.
‘최문순의 MBC’ 시절엔 엄청난 인명피해도 있었다. 2005년 10월 3일 MBC ‘가요콘서트’ 녹화중 벌어진 ‘상주참사’였다. 공연주체는 아니었어도 MBC는 1만여명의 관중이 몰린 대형공연을 강행했다가 11명의 희생자를 내고 말았다. 당시 유가족들은 "아무리 법적 책임이 없더라도 한번이라도 찾아와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MBC의 무성의한 태도를 성토했다. 이들은 ‘최문순의 MBC’가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어떡하든 유가족을 돕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법적 책임이 없다며 발뺌한다고 억울해했던 것이다.
이해 ‘최문순의 MBC’의 시청자 사과는 또 있었다. PD수첩 취재팀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연구원들을 협박한 사실이 YTN을 통해 폭로되자 부랴부랴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했던 것이다. 이 사건을 보도한 문화일보 당시 보도를 보면, 언론윤리 전공인 윤영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이렇게 지적한 대목이 나온다. “PD저널리즘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사실에 근거한 보도보다는 일단 비판의 대상을 지목한 다음 취재에 들어가다보니 나머지 과정이 생략되는 점” “결론을 맞추기 위해 취재일정을 세울 수밖에 없고, 결국 프로그램의 결론을 위해 몰래카메라나 유도답변 등을 이끌어내게 된다.”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PD수첩 제작진의 취재행태에서 ‘무용가J’ 정명자씨를 취재한 것과 상당히 닮은꼴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최문순의 MBC’는 이해에만 무려 7번의 사과를 하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까지 세웠다.
최문순 사장 시절 뉴스데스크, 사상 처음으로 SBS 8시뉴스에 역전당해
노조는 또 ‘김재철의 MBC’가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최문순의 MBC’ 시절 상황은 더 심각했었다. 노조와 친노조 정치세력의 온갖 비난공세와 선동 그리고 파업 후유증 탓에 ‘뉴스데스크’가 1.7% 시청률을 기록하자 “창사 이래 최악의 수모”라며 ‘김재철의 MBC’를 비난했지만, SBS 8시뉴스에 사상처음으로 시청률이 뒤지는 ‘최악의 수모’의 결과를 냈던 건 ‘최문순의 MBC’시절이었다.
2005년 10월 월간 시청률에서 9.7%였던 MBC는 10.3%의 SBS에 뒤졌고, 이는 방송계의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MBC가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균형감각을 잃고 있는 것, 각종 사건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것도 그 요인으로 꼽았다. 역시나 노조가 이런 이유로 무능한 ‘최문순의 MBC’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는 전혀 듣도 보도 못했다.
게다가 2005년 ‘최문순의 MBC’는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시청률 20위안에 든 프로그램이라곤 ‘꼭 한 번 만나고 싶다’(15.9%) 단 한 편에 그쳤었다. 이렇듯 각종 사고와 방송사고를 쳐댄 ‘최문순의 MBC’는 시청자 외면으로 시청률 폭락도 겪어야 했던 것이다. 당시 ‘가을소나기’란 MBC 드라마는 3.3%(TNS미디어코리아)라는 최악의 수치를 찍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재철의 뉴스데스크는 노조의 파업 때문이라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당시 최문순의 드라마가 찍은 3.3%의 수치는 공중파 방송 드라마의 시청률이라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노조진영은 ‘김재철의 MBC’의 무능이 광고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김 사장이 물러나야 하는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최문순의 MBC’역시 최 사장이 2005년 재임하면서 전년 대비 같은 기간동안 광고매출이 7.6%나 감소했었다. 그러나 노조는 최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김재철의 MBC’의 광고매출 하락은 사실상 노조 파업이 큰 탓이었지만 ‘최문순의 MBC’ 광고매출 하락은 노조가 최문순 사장을 열심히 지지한 가운데 터져나온 사건사고가 빚은 결과였다. 노조는 김재철의 간부가 안철수편 취재중단을 지시했다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노조는 ‘최문순의 MBC’가 2006년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위해 ‘100분토론’ 단독 출연이라는 편파 방송을 기획할 땐 입을 굳게 다물었었다. ‘김재철의 MBC’와 ‘최문순의 MBC’ 누가 더 무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됐었나? 상식이 있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온갖 방송사고, 조작물의, 정치편향에도 최문순 사장 지켰던 MBC노조의 모순
이처럼 최문순 당시 사장은 몇 번이나 물러났음직한 온갖 방송사고와 방송조작, MBC 도덕성에 치명적 결점을 드러낸 MBC의 최종 책임자였음에도 굳건히 사장 자리를 지켰었다. 바로 노조의 열렬한 지지와 옹호가 그런 버팀목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노조원들은 최 사장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민언련등과 함께 ‘최문순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 ‘사장 사퇴는 부차적 문제’라며 최 사장을 적극 옹호했었다. MBC를 망친 주범으로 불려도 무리가 없는 ‘최문순의 MBC’를 그렇게나 열심히 옹호했던 노조가 이제 와서 김재철의 MBC를 비난하는 것은 어린아이도 웃을 모순이고 위선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하다하다 자신들의 일터요 국민의 자산인 MBC를 비난하고 돌팔매를 던지며 스스로를 망치는 자해행위까지 하고 있다. 노조의 자해행위에 동정표를 던져줄 이는 많지 않다. 노조가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안다면, 최소한 자신들의 과거 행위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목적을 위해 남을 해코지 하고, 나아가 자해하는 수준까지 간 노조의 비정상적인 행태들은 그만 그쳐야 한다. 올림픽 방송을 트집 잡아 물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피해를 끼친 모든 이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공영방송 MBC직원답게 불편부당하게 열심히 방송하겠다는 대국민 약속과 선서를 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노조가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노조는 국민이 바로 이 점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트위터 주소 https://twitter.com/phm5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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