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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이해찬, 박지원 조합은 민주당 필패의 카드"

궁극적으로는 박근혜와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은 안철수 뿐


적어도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선거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대통령 만드는 사람(President maker)으로 ‘전설적’인 특등공신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민주당 및 국민생각의 최고위원을 지낸 김경재 전의원에게 최근 민주당에서 일고 있는 원내대표선거 담합 논란과 관련하여 논평과 전망을 들어 보았다.

김경재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해찬과 박지원 두 사람과 수십 년 동안 너무도 잘 알며 그들의 속셈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해찬과는 15, 16대 의원을 같이 지내면서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캠페인에 홍보와 기획을 나눠 맡아 매일 머리를 맞대고 선거를 이끌었으며, 박지원과는 미국망명 시 그를 김대중에게 소개하여 오늘의 박지원을 있게 한 인물이다.

미디어워치 : 최근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총리의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놓고 거래한 사전 ‘담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정권교체를 위한 ‘단합’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어떤 의견인가?

김경재 : 그럴 만 하다고 본다. 우선 두 사람이 너무 비슷하다. 냉철하고 거래에 밝고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흡사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지옥으로라도 배를 몬다.”는 중상주의자들처럼. 담합이든 단합이든 그게 무에 그리 중요한가. 말장난이지. 한 마디로 ‘야합’이다. 요점은 그들의 악수가 역사적 및 정치적 정통성을 지니지 못한 야릇한 커플(Odd Couple)이기 때문에 ‘야합’이라 평가받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그들의 거래는 역사성과 정통성 없는 야합이다

미디어워치 : 이해찬-박지원 콤비가 성공할 것 같은가?

김경재 :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우선 두 사람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요직을 맡았던 시절 남북접촉, 기업합병, 공적자금, 대선자금, 바다이야기, 골프내기 등 정치자금 확보를 위한 재원의 바다가 얼마나 광활했었는가. 이런 탄탄한 자금배경에 이해찬-박지원 콤비는 정치적 권모술수에서 왕년의 유진산을 뺨칠 만큼 추종을 불허할 지경이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하면 그건 민주당 의원들이 역사적 비전을 망각하고 돈과 조직의 논리에 꺾였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민주당은 불행해 질 것이다.

말하자면 이해찬의 친노파와 박지원의 동교동계가 합친다는 뜻인데 문제는 박지원에게 더 심각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구민주당과 동교동계를 대표한다며 친노연합과 회심의 일전을 벌이던 박지원이 막판에 동지들을 저버린 데에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던 그가 이제 친노파와 아예 내놓고 살림을 차려서 정치적 동거를 하게 된 것에 상당수의 구민주당계는 물론 구열린당계 들마저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미디어워치 : 왜 민주당이 불행해 지는가?

김경재 : 그것은 곧 문재인이 ‘대통령후보’가 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박의원이 원내대표(왕년의 원내총무)에 재 선출되면 곧 민주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이의원의 ‘민주당 대표’선출은 거의 요식행위에 가까울 정도로 손쉽게 이루어지고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문재인 당선자의 ‘대통령후보’도 결국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박-이-문’ 콤비는 지난 총선 때의 ‘야권연대-김용민’콤비 보다 더 나쁜 정치적 조합이다. 필패의 카드다. 이해찬과 박지원 모두 국민에게는 아직 대중성과 신선함이 부족한 인물들이다. 지난 총선도 압도적인 ‘여소야대’의 전망 속에서도 계속 표를 잃을 짓만 하다가 마지막에는 ‘막말 스캔들’로 망쳐버리지 않았던가.

미디어워치 : 지난 총선에서 투표마감 직전에 여소야대 예상을 부정한 전망을 낸 유일한 논평가였는데.

김경재 : 어쩌다 보니 그랬다. JTBC개표방송 해설위원으로 두 시간 방송출연을 했는데 다섯 시부터 시작한 개표방송이 여섯 시 투표마감 전 여야득표예상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JTBC는 물론 같은 시간대의 다른 방송들도 대부분 압도적으로 여소야대를 점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의견이었다. 나는 야당이 여당의 실정 때문에 압도적인 과반수를 확보할 거라는 당초 예상에서 계속 표를 잃어 ‘마지널 라인’을 넘어 여당에게 과반수를 헌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봉사 문고리 잡듯’ 어쩌다 맞아 떨어진 것이다.

원내대표 2차 선거 경우 스타탄생 예감

미디어워치 : 유인태, 이낙연, 전병헌 당선자 등은 김대중 총재 시절에도 원내총무 선거 때 총재의 뜻과는 반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 . .

김경재 : 맞다. 그런 때가 흔히 있었다. 나도 한때 원내총무 경선에 나가 재석 98표 중 23표인가 얻은 적도 있었다. 하기야 이번 소동에 휩쓸린 어떤 의원도 경선에 나와 1표인가 2표 아니 좌우간 한 자리 숫자의 득표로 망신당한 적도 있었으니까. 그만큼 투표자가 현역의원들인 원내대표 선거는 예측불허이다. 문제는 ‘유-이-전’ 콤비가 일차 투표에서 ‘박-이-문’ 콤비의 과반수 득표공작을 막아내느냐에 달려있다. 박의원의 당선경우는 앞서 전망한 바 있다. 만일 이차투표로 가서 ‘유-이-전’ 콤비 중의 하나가 당선 된다면 민주당은 새로운 ‘스타’를 맞이하여 중흥의 시절을 열게 될 것 같다. 이럴 경우 ‘문재인 카드’는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워치 :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더해 가고, 통합진보당 내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권연대도 균열이 더해가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이 진보당과 종북세력을 완전히 뿌리칠 수 있다고 보는가.

김경재 :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뿌리치는 것만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이번 총선의 전남 순천에선 부패하고 교만한 민주당 보다 차라리 종북혐의가 있는 진보당이 났다는 민심이 표출되었다. 그러나 투명과 신뢰를 생명으로 내세우는 좌파 진보당이 도덕성에 심각한 훼손이 확인된 이상 NL계인 이정희가 사퇴하고 비례대표부정으로 당선을 조작한 후보들도 사퇴하고 PD계인 노회찬 등 온건좌파가 득세하지 않는 한 또 다른 분당사태도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이 대선과정에서 또 한 번의 야권연대를 시도한다면 총선 때처럼 다른 하나의 실패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적은 박근혜 그 자신이다

미디어워치 :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1인 리더십이 공고화되고 있다.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등은 박근혜 위원장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김경재 : 전혀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이제 명실 공히 ‘박근혜당’이다. 새누리당 안에 아무도 박근혜의 적 내지 적수는 없다. 박근혜의 적은 바로 박근혜 그 자신이다. 이제 박근혜 위원장은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산을 이어받고 부채를 극복하며 지역을 통합시키는 진정한 화해자가 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총선의 여왕’임은 증명하였지만 ‘대선의 여왕’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니 ‘여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총선이 끝났지만 새누리당 안에는 더 이상 공천에 목매지 않아도 되는 현역의원들 조차 박근혜 앞에서 오금을 못 편다는 유력한 정보들이 많다. 이러다간 설사 당선된다 해도 ‘여왕독재’가 될까 걱정이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한다면 박근혜의 궁극적 적수는 안철수가 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박근혜의 궁극적 적수는 안철수가 맞다

미디어워치 :원내대표 선거로 촉발되는 민주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사태가 예상되는가.

김경재 : 박지원 최고위원이 승리할 경우 박지원-이해찬-문재인 등 삼인조가 대선정국을 주도하려 들 것이며 이는 박근혜가 가장 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지원을 반대하는 ‘비박파’들이 패배를 수용하지 않고 탈당하여 안철수를 옹립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대선후보’로서 문재인이 박지원-이해찬 콤비에 의해 얼마든지 김두관 아니면 다른 어떤 후보로 교체될 수 있다. 그 대안이 손학규나 정동영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눈 하나 깜작 하지 않고 이를 해치울 수 있는 담력과 술수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참으로 대선정국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비박세력 안철수 옹립으로 신당 창당 나설 수도

미디어워치 : 개인적인 질문이다. 지난 총선에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양 진영을 세력화하겠다는 ‘국민생각’의 실험은 실패했다. 가장 큰 실패 요인은?

김경재 :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합당거부 때문이었다. 박세일 대표와는 수십 년의 친교가 있고 미국망명 시절에도 그는 뉴욕 주 북부에 있는 코넬대학에서 여덟 시간가까이 자동차를 달려 내가 있던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대학까지 찾아와 의기투합하던 사이였다. 박교수의 권유로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극복하는 중도온건노선의 정당을 만들기로 하고, 심대평, 박세일, 한광옥, 김덕룡 4자회담을 성사시키기로 하고 비밀회담 장소로 스위스 그랜드 호텔 일식부 특실까지 예약하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자유선진당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선진당의 거부이유인즉 현역이 16명이나 있는 자기들이 현역 하나 없는 조무래기들과 동격으로 합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선진당에 입당하라는 거였다. 기가 찼다. 우리의 입장은 선진당이야 지역정당이고 보아하니 당선가능성이 기껏 2, 3명이며 먼저 명분을 살려 합당하면 곧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합류하여 교섭단체를 이룰 것이라고 설득했으나 선진당의 고집과 오만은 와우 ‘충청도 고집’이라 하던가 막무가내였다. 또 거기에는 은근히 합당으로 세확장을 원하는 이회창-이인제 측과 당권유지에 더 신경을 쓰는 심대평 측의 미묘한 시각차이도 감지되었다. 만일 실현 됐더라면 상당한 바람과 세력을 확보했을 것이고 대선에서도 결정적인 ‘케스팅 보트’를 행사했을 것이다.

할 수 없이 나는 선진당과의 교섭창구이던 이신범 전 의원을 통해 대학 60학번 입학동기인 심대평 대표에게 직접담판을 요구하였다. 나는 그에게 무엇보다도 4자회담은 옛 3김의 후광을 받는 심대평(JP) 한광옥(DJ) 김덕룡(YS)에다 플러스 알파가 되는 중도파 박세일(박태준 TJ격)을 합치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보아 새로운 ‘제3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 했으나 그들은 끝내 이를 거부하였다. 오늘의 자유선진당과 심대평의 운명은 순전히 심대평 그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하다못해 박세일-한광옥 양자 회담으로 국민생각-정통민주당 간의 합당이라도 실현시키려 하였으나 새누리당에서 올 가능성이 있는 탈당파들에 대한 미련 때문에 회동을 차일피일 미루던 박세일 대표의 지나친 신중함이 그나마 합작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나는 손을 털고 나왔다. 이 나라에 여야 양대 정당 이외로 제3의 온건주의자들의 정당 건설이 그토록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제3 정당 출현은 심대평이 반대했다

미디어워치 : 대선에서는 어느 쪽에 서려는가.

김경재 : 당분간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겠다. 이 나라의 대선후보 결정과정이 하도 파행을 일삼아서 당 밖에는 훌륭한 대통령 깜이 즐비한데 기성정치권 안에는 ‘깜“도 안 되는 자들이 대통령 하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다니는 걸 보노라면 기도 안 찬다. 그들이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인지 그걸 하기 위해 최소한의 식견 즉 행정에 대한 지식, 역사관, 국제적 식견, 기본적인 품격 등 이런 것에 대한 자기점검이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웃어 버리고 말기엔 너무 심각하다. 후보가 정해지면 그 때 이 나라를 위해 당선되어야 할 사람을 위해 관찰자의 입장을 벗어 던지겠다. (인터뷰 201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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