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영화평론가 허지웅의 동아 종편 채널A의 ‘영화 프로그램’ 참여 문제가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려나 보다. 문화연대의 원용진 서강대 교수, 전규찬 한예종 교수, 자유기고가 한윤형 등등이 허지웅 사태를 논의하겠다는 공지를 트위터 상에 올린 것이다.
허지웅 본인이 참가하는 것을 보면, 허지웅 입장에서 그간의 쏟아진 비난에 대한 억울한 심정이 가득해 보인다. 다만 허지웅 사태를 크게 키워놓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만 불참석인 듯하다.
안티조선의 논의된 원칙으로만 보면 허지웅 건은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사건이다. 안티조선의 원칙에서 자기 스스로 콘텐츠 생산과 마케팅을 다 해야하는 프리랜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것은 안티조선의 창시자인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니, 크게 넉넉하지야 않겠지만 어쨌든 시사인이라는 주간지에 정식 종업원으로 일하는 고재열이 프리랜서 허지웅의 동아 종편 참여에 비난을 퍼부어댄 것은 넌센스 중의 넌센스이다. 이미 고재열은 정상적인 글쓰기조차 불가능한 수준의 선동가로 전락해버렸기에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인물이긴 하다. 본인 스스로도 이를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좋은 기사와 칼럼으로 승부하는 언론인의 역할을 포기하고, 스스로 불나방처럼 권력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안티조선의 타락, 젊은 기자와 논객마저 희생양으로 만들어
허나 이 사태에서 가장 책임이 큰 인물은 고재열이 아니라 강준만이다. 2004년 이후부터 안티조선의 권력화와 타락을 누구보다 먼저 간파했으면서도, 안티조선에 대해 방조하고 있는 강준만의 무책임이 이제 젊은 기자와 논객들마저 정략의 희생양들로 만들고 있다.
필자는 2006년도부터 강준만에게 직접 안티조선 문제를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했다. 그때마다 강준만은 “내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이번 약식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는 한윤형은 소주제를 ‘강준만이라면 허지웅을 비판했을까’로 잡고 있다. 이런 정도 상황이라면 한윤형의 추측이 아니라 강준만 스스로 입장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내놓으나마나 안티조선의 원칙으로도 허지웅의 종편 출연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것,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일이다.
지금 허지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단순히 동아 종편 하나의 문제도 아니다. 강준만의 안티조선을 시작으로 정치권력 게임을 위해 매체 간의 단단한 벽을 쌓아올려, 지식 소통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는 그 현실이 중요하다.
안티조선은 실력없는 자들의 권력유지에 악용되고 있어
필자는 안티조선을 명분으로 매체 간의 벽을 쌓으려는 인물 대다수가 전문적 실력이 형편없는 자들이라 보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서울대 법대의 조국 교수 같은 인물들이다. 좌우 구분없이 공론장에서 지식 소통만 시작되면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수준 미달의 인물들이 장벽 뒤에 숨어 정치세력의 나팔수 노릇하며 버텨나간다.
좌파 진영에 조국 교수 같은 인물과는 비교 할 수도 없는 수준의 깊은 연구를 한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비주류로서 자신의 메시지를 좌파 매체를 통해 전달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보수우파 매체에서 반영하고자 할 때, 바로 안티조선의 벽이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김대호 소장의 기업과 노동 관계의 글을 중앙일보가 인용보도하여, 역시 인터넷에서 비난을 받은 바 있었다. 김대호 소장의 시각을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등에서 소개를 안 해주는데, 그런 김대호 소장의 시각을 보수매체가 소개하면 비난을 한다?
진짜 실력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안티조선이 꿈꾸던 미래였나
반대로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매체에서 좌파 진영의 새로운 인물을 소개하고자 해도, 당사자가 워낙 협박을 받으니,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이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고착화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강준만 교수가 꿈꾸었던 안티조선의 미래였단 말인가. 그래서 실력없는 자들이 권력에 빌붙어서, 진짜 실력자의 기회를 박탈하면서, 안티조선을 악용하는 그런 사회가 도래하기를 바랬단 말인가.
그나마 김대호 소장의 경우 치열한 사상 논쟁을 벌여온 386세대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고재열, 허지웅 등은 30대들이다. 이제 30대와 20대까지 안티조선의 낡은 잔재에 치여, 실력대결이 아닌 정치세력의 줄대기 대결을 벌이도록 방치할 것인가.
최근에 강준만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강준만은 현재로서 남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안티조선의 권력 남용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고, 멀쩡한 인간들이 선동대로 타락하고 있는데, 왜 저 멀리 있는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는가.
강준만이 비판해야할 인물들은 안티조선의 권력을 이용하여 노무현 정권 때 감투 쓰느라 정신없었던 인물들, 그러다 정권을 송두리째 날려먹은 뒤, 반성과 성찰은 하지 않고, MB정권의 실정을 틈타, 또 다시 여론선동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권력을 다시 탈취하려는 자들이다. 안티조선 참여자들 거의 대부분이다.
고재열과 공지영의 행태 보면서, 강준만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
이런 인물들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기 때문에, 안티조선과 별 관계도 없었던 고재열 같은 인물까지도, 해당사항도 없는 허지웅을 인격적으로 매장하며 달려드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공지영 같은 상업주의 작가가 자신은 여성조선과 인터뷰하면서 김연아라는 스포츠 스타의 종편 출연을 비난하는 행태는 또 어떤가. 이에 대해서 강준만 본인은 아무런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은가.
강준만은 월간인물과사상 2000년 2월호에 진보 지식인 임지현 한양대 교수가 체게바라 관련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한 것을 비판하며, “나는 누구건 ‘조선일보’에 글을 기고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내가 언제 극우인사가 ‘조선일보’에 글쓴다고 시비건 일을 본 적 있는가? 내가 언제 국민을 상대해야하는 공직자가 ‘조선일보’에 글쓴다고 시비거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언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이 ‘조선일보’에 글쓴다고 시비건 일을 본 적 있는가? 내가 언제 연예인이 ‘조선일보’에 글쓴다고 시비건 일 본 적 있는가? 내가 언제 연예인과 비슷한 기능을 추구하는 문인들이‘조선일보’에 글쓴다고 시비거는 걸 본 적이 있는가?”라며 조선일보 기고 거부는 대학교수나 시민단체 운동가들에 제한된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티조선은 엄격하게 절제되지 않으면 악용될 수밖에 없었던 운동
안티조선은 태생적으로 엄격하게 절제되지 않으면, 바로 권력형 출세주의자들에 의해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많았던 운동이었고, 강준만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실제로 절제할 것을 지지자들에 주문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당시 안티조선이 막강한 권력이 되자, 강준만 스스로 포기해버렸는지, 방관자의 입장에 서버렸다.
강준만이 이런 허지웅 사태에 대해서조차 침묵으로 일관하며, 계속해서 타락한 안티조선 세력과의 관계유지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이제 필자 역시 강준만에 대한 마지막 남은 기대를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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