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낙하산 인사라 불리는 MBC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뒤 노조 앞에서 90도로 머리를 숙이며, “MBC 사장은 직원 투표로 선임되어야 한다”는 등의 실언을 일삼고, 출근도 하지 못해 천막으로 쫒겨난 사태에 대해 애국사회는 크게 분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김재철 사장의 배신 행태는 단지 한 인물의 성격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정치구도와 MBC라는 조직의 특성 탓이다. 특히 이번 MBC 신임 사장의 임기가 총선과 대선을 지난 2014년 2월까지라는 점에서, 오히려 김재철보다 더한 배신행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재철 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후 출근을 저지당한 뒤 처음으로 취한 조치는 방문진의 이사 임명권을 강탈한 것이었다.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이 사실 상 각 본부장으로 내정하여 이사로 임명한 인물들에 보직을 주지 않고, 방문진과 협의없이 본부장을 스스로 임명했다. MBC의 인사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김재철, 구본홍 등 MBC 출신의 정치적 인물의 기본 특성은 배신
김재철 사장이 이러한 배신행위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노조, 특히 보도본부의 기자 노조가 장악한 MBC의 기형적인 구도 탓이다. 현 정부 들어 정부가 대주주인 YTN의 사장으로 임명된 MBC 기자 출신이자 이명박 후보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씨 역시 YTN에서 노조와 야합하며 김재철과 동일한 행태를 보였다. MBC 공정방송노조의 한 관계자는 “워낙 오랫동안 노조가 장악한 MBC 보도본부에서 지낸 사람들은 조건반사적으로 일단 임명권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노조와의 야합을 머리 속에 그리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1년 안에 사실 상 재신임을 받도록 임기가 규정되어있던 김재철 사장이 이 정도였으니, 총선과 대선 이후까지 임기가 보장된 차기 MBC 사장의 행태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김재철과 구본홍 사장의 사례에서 보면 노조가 장악한 MBC의 현실 상, MBC 사장 후보 등은 그 반대급부로 정치권과 밀접한 교류를 하게 된다. 최문순과 같이 노조의 지지를 받아 사장으로 입성하지 않는 한,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좌파 정권 하에서는 노조가 사장을 임명하게 되고, 우파 정권 하에서는 정치권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김재철 등 보도본부 기자 출신 MBC 사장의 후보군이 자신만의 명확한 가치와 원칙을 세운 인물들이 아니라, 정치적 기회주의 행태를 보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MBC 사장 지원자 15명 중 애국시민사회가 개최한 자체 공청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인물은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 이상로 공정방송노조협의회 위원장, 최도영 MBC 라디오 부국장 등 단 3명이었다. 가치를 주장하는 애국세력과 함께 하는 것은 MBC 사장 선임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판단들이었다.
그나마 임명권자가 적절히 관리를 할 수 있는 정권 초기라면 기회주의적 행태에 제재를 가할 수 있으나, 이번 MBC 사장은 일단 임명되면, 임명권자인 방문진의 임기를 뛰어넘어 2014년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특히 2013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열리는 해이다. 임명권자의 관리에서 벗어난 MBC 사장이 앞으로 보일 행태는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이에 매우 좋은 사례가 애국진영에서 활동하다 지난 대선에 자유선진당에 참여한 이후 급격히 반 애국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이다.
우파의 옷을 입고 이명박 정부 무차별 비판하는 이상돈, 야당과 대권주자에 어필
이상돈 교수는 현 정부 들어 4대강 사업 등 집요할 정도로 정부 비판에 매달리고 있다. 이상돈 교수의 정부 비판은 불법사찰, 레임덕, 예산안 통과 등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현 정부가 잘못하는 것이라면 우파 인사라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상돈 교수가 애국우파라면 반드시 한목소리를 내줘야할 천안함 사태까지 좌파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등, 보수우파의 가치 자체를 던져버렸다는 점이다. 특히 연평폭격에서의 친북적 행태, 무상급식 파문 등등 좌파 측의 행태를 비판해야할 사안에 대해서는 늘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상돈 교수는 자신을 보수우파로 규정하기 때문에 MBC, 오마이뉴스, 한겨레, 뷰스앤뉴스, 프레시안 등 친노좌파 매체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우파인사의 목소리로 현 정부를 비판하니 그 만큼 상품가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이상돈 교수가 천안함, 연평폭격, 무상급식 등에서 우파의 목소리를 냈다면, 아마도 그는 친노좌파 매체로부터 바로 배척당했을 것이다. 그의 침묵은 바로 이러한 언론구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차기 총선과 대선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야당과 한나라당 내의 차기 주자 간의 대결구도로 잡혀있다. 특히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유력 후보가 존재한다. 특히 박 전 대표와 현 정부와의 관계는 아직까지는 여야 관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차갑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에 대해 무차별적 비판을 퍼붓는다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의 유력 차기 후보에게까지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 이른바 비판의 남는 장사인 셈이다. 이상돈 교수는 현 정부 비판과 더불어 끊임없이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현 정부와 완전히 갈라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세종시 문제 때는 수도분할 저지라는 우파적 가치는 아랑고없이, 청와대가 박근혜 공포증에 걸렸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일반적인 지식인의 글이라기 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정치 컨설턴트에 가까운 정략적인 글이다. 이상돈 교수가 박근혜 전 대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알려져있지 않으나,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법학과 교수의 글이라 보기는 어렵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호의적으로 검토할 만한 정략인 것이다.
원칙없는 인물이 공개검증 없이 MBC 사장되면, 이상돈식 정부 비판으로 일관할 것
특별히 애국적 가치나 자기 원칙이 없는 사람이, 공개 검증없이 MBC 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손익 계산만으로 따지면 정확히 이상돈 교수의 방향으로 MBC를 끌고 갈 공산이 크다. MBC 사장은 2014년에 다시 선임하므로, 2013년에 집권할 새로운 정부로부터 재신임을 받게 된다. 분명한 것은 2011년 2월 MBC 사장을 임명한 현 정부는 2014년에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야당 아니면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 주자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략적인 MB의 사장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중점 과제들을 지원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상돈 교수식의 무차별적인 정부 비판으로 야당과 여당 내 차기 주자에 어필하는 것이 계산에 맞는다.
물론 공영방송인 MBC가 현 정부의 기관지 역할을 해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원칙에 입각한 균형이다. 현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되, 야당과 노조, 좌파시민사회의 그릇된 기득권도 타파하며, 정치권 전반의 개혁 담론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MBC의 방향은 사장 개인의 이득에 관한 계산 상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KBS 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권상씨였다. 전북대 신방과의 강준만 교수 등은 김대중 정부와 박권상씨의 KBS 정책을 집중 비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단지 KBS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만 하지 않는 선에서 측근을 앉혀놓으면 된다고 안일하게 판단했던 것이다. 실제로 정권 말기에 KBS는 우왕좌왕 했으며, 김대중 정부의 추진 사업에 KBS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권의 박권상, 노무현 정권의 정연주 KBS 사장 사례도 참고해야
이러한 실패사례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특보였던 서동구씨를 무리하게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친노시민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KBS노조와 민언련 등이 강하게 이를 비판하며, 노대통령과 직접 면담까지 한 뒤, 서동구씨를 물러나게 한 뒤, 친노시민사회가 주축이 되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 정연주 사장을 하향식으로 KBS 사장에 앉혔다. 정연주 사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정권 말기는 물론 현 정부 들어와서도 친노세력이 원하는 대로 KBS를 이끌었다.
이러한 정연주 사장의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KBS를 갈등의 골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러나 이는 KBS의 운영을 잘못했다는 것이지, 정연주 사장이 KBS 사장으로 취임했던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정연주 사장이 끝까지 자기 방식의 소신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노무현 정권에 충선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KBS 사장으로 만들어준 친노시민사회에 충성했기 때문이다.
이상돈 교수와 정연주 사장의 사례, MBC 개혁을 바라고, MBC 사장 인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할 사안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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