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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KBS, 파격 SBS, 막장 MBC

2008년 연기대상이 보여준 방송 3사의 현실

* 자유토론방의 훼드라님의 글입니다.

장문의 글 보담은 어느 네티즌의 이 짧은 한줄 댓글이 이번 2008 방송3사 연기대상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MBC 연기대상 24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대상 공동수상이 12월 30일에 있었기에 다음날인 31일 예정되어 있는 KBS와 SBS 연기대상을 우려하는 여론의 목소리는 컸다. 지금까지 방송3사의 연말 연기대상은 MBC가 한해 마지막에서 두 번째날인 12월 30일 밤에, 그리고 KBS와 SBS는 마지막날인 31일날 엇비슷한 시간대에 진행하는게 하나의 관행이자 전통으로 이어져온것이 어느덧 20년 가까이가 되었다. 그러니 방송3사 연기대상중 MBC 연기대상이 늘 그 첫 스타트를 끊어온 셈이다.

헌데 거기서 대상 공동수상이란 사태가 벌어졌다. 뿐만아니라 MBC 연기대상은 거의 모든 상에서 공동수상을 수여했고, 가족상이니 황금연기상이니 하는 개념조차 모호한 상도 수두룩하게 지정하여 그야말로 나눠먹기 시상의 극치를 달렸다. 거기다 MBC 연기대상을 공동으로 받은 ‘ 에덴의 동쪽 ’ 송승헌과 ‘ 베토벤 바이러스 ’의 김명민은 참으로 공교로운 모양새까지 만들어냈다.

“ 장난해 ? 내가 바보야 ? 시청자가 바보야 ? 신들린 연기 어쩌구하는 추연우한테

주자니 100회나 계약남은 오승아가 XX을 하겠고, 연기력 논란만 일취월장하는

오승아를 주자니 시청자가 XX을 하겠고, 그러니 둘다 나눠먹고 떨어지란 소리아

냐 ? (중략) 드라마 안 해 ! 안하면 될 거 아냐 ! ”

방송가의 실상을 주제로 다루어 작년 봄 최고의 화제를 뿌렸던 SBS 드라마 ‘ 온에어 ’. 그 1회에서 오승아의 대사다. 연기대상에서 공동으로 상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게되자 소속사 사장에게 반발하며 결국 수상거부 사태를 일으키던 극중 톱스타 오승아. 실제 해마다 끊이지 않는 각 방송사 시상식 논란을 드라마 첫회부터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바로 그 1회에서 오승아의 대사.

물론 연기력을 보는 관점은 객관적이라기 보담은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누가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를 단정하긴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실제 MBC의 2008년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 에덴의 동쪽 ’ 주연인 송승헌에 대해선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를 않았고, 에덴의 동쪽 스토리 역시 가면 갈수록 배가 산으로 갔다. 한편 클래식 악단의 이야기를 다루어 화제를 모았던 ‘ 베토벤 바이러스 ’에서 주인공인 지휘자 강마에역을 맡은 김명민은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로 강마에 역할을 잘 소화해내 가을내내 많은 화제를 뿌렸었고 인터넷에도 강마에와 베토벤 바이러스를 소재로한 많은 패러디 그림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여하튼 2008 MBC 연기대상은 김명민과 송승헌의 공동수상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참으로 공교롭게도 ‘ 온에어 ’에서 오승아의 대사 그대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온에어 1회 오승아의 문제의 대사에서 추연우를 김명민으로 오승아를 송승헌으로만 바꾸면 상황은 절묘하게도 12월 30일 2008 MBC 연기대상의 상황이 되어버린다. 물론 현실에서는 오승아와 같은 수상거부 사태까지 벌어지진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다음날인 31일 하루종일 인터넷에서 문제의 온에어 1회 장면은 화제를 뿌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동영상과 대본을 옮겨다 놓은 블로거나 네티즌들은 심지어 ‘ MBC 연기대상 상황을 예견한 온에어 ? ’, ‘ 신내림 받은 온에어 작가. 앞날(2008 MBC 연기대상때 벌어질 일)을 내다보다 ’ 같은 제목을 붙이기까지 했다.

한편 상황이 이렇게 되자 31일 예정된 KBS와 SBS 연기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커졌다. 그러잖아도 해마다 말도많고 탈도많은 방송3사의 시상식인데, 그중 연기대상 첫 스타트를 끊은 MBC가 이렇게 막장이었으니, 다음날 벌어질 KBS와 SBS는 또 얼마나 나눠먹기와 공동수상이 남발하겠느냐는 우려였다. 특히 정작 드라마 ‘ 온에어 ’를 제작,방영하기도 한 SBS야말로 이미 대상 공동수상의 전과(?)가 2001년의 강수연,전인화 2004년의 박신양,김정은 2007년의 박신양,김희애까지 무려 세차례나 있었기에 우려의 시선은 더욱더 쏠렸다. 만약 정말 SBS마저 대상 공동수상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거야말로 온에어 상황의 절묘한 재현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있을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KBS와 SBS의 연기대상도 흡족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전날 MBC 연기대상이 워낙 막장이어서였는지, 대상을 한명에게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KBS와 SBS의 연기대상은 하루전 MBC가 실추시킨 연기대상의 위신을 어느정도 회복시켜 주었다.

물론 일각에선 주간극이니 일일극이니 하며 장르별로 나누어 수상하는거야말로 공동수상이란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변칙적인 수법이란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왕국이란 명성에 걸맞게 각 방송사마다 1년에 십여편의 드라마가 제작되는것이 우리네 현실임을 생각한다면 우수상,최우수상으로 압축하여 공동수상 꼴볼견을 보여주는것보담은 차라리 장르별로 구분하는 시상이 1인 시상 원칙만 지켜준다면 모양새가 더 좋을수도 있다.

SBS의 경우는 조연상과 연기상을 장르별로 구분하여 1인 시상 하였으며, 최우수 연기상은 장르구분없이 통합 시상하였다. KBS는 우수연기상을 미니시리즈,연속극,주간극으로 장르구분을 해 시상했고, 역시 최우수연기상은 SBS처럼 통합 시상하였다. 물론 두명 공동수상이 두어차례 나온 아쉬움은 있지만 아무튼 전체적인 모양새는 MBC에 비한다면 무척이나 깔끔했다.

SBS의 경우 대체로 교통정리를 잘 한 편이란 평가를 받고있다. 일지매,식객,온에어,조강지처 클럽 등등 올 한해 워낙 무수한 화제작이 있었고, 따라서 대상 후보인 이준기,김하늘,송윤아,문근영 네명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 결과는 대상은 문근영, 이준기는 남자 최우수 연기상 그리고 온에어의 김하늘과 송윤아가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공동수상했다.

사실 온에어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김하늘과 송윤아중 누가 더 온에어의 인기에 기여를 했는지 우열을 가리기가 너무 힘들다는데 공감할것이다. 우선 온에어는 남녀주인공 네명이 등장하는 보편적인 공식을 만들긴 했지만, 4각관계의 멜로드라마는 아닌 방송가의 실상을 다룬 소위 ‘ 전문직 드라마 ’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김하늘이 맡았던 톱스타 오승아, 송윤아가 맡은 드라마작가 서영은. 두 여자 주인공은 드라마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갖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이었다. 사실 내가 심사위원이라도 김하늘과 송윤아중 누가 더 온에어에서 수훈을 세웠나 점수를 매긴다면 50:50의 결과 이외의 점수를 매기긴 무척 힘들었을것이다. 그만큼 오승아와 서영은의 극중 비중과 활약상이 거의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에어에서 그렇게 공동수상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놓고 바로 그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 두명을 대상 공동시상하면 그건 그야말로 코미디다. 한편 30퍼센트대 시청률을 기록한 일지매의 이준기가 대상을 받으면, 그땐 자칫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세명을 줘야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세명 주는것은 대상 두명 공동수상보다 더한 악수(惡手)다.

결국 SBS는 대상에 문근영, 최우수 남자연기상에 이준기, 최우수 여자연기상에 송윤아,김하늘을 주는것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문근영은 22세에 최연소 대상수상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2002년 당시 79년생인 안재모가 ‘ 야인시대 ’의 김두한으로 24세 나이에 대상을 수상했었는데, 그 기록을 깬 것이다. 22세의 대상 수상은 방송 3사 연기대상을 통털어서도 최연소 기록이란 파격이다. 그리고 이 기록은 한동안 깨지기 힘들것 같다.

KBS 연기대상에서 ‘ 엄마가 뿔났다 ’의 주인공 김혜자씨가 대상을 수상한것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거의 없을것 같다. 무엇보다 KBS의 역대 연기대상은 대개 중견배우가 아니면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이 수상해왔고, ‘ 엄마가 뿔났다 ’는 지난한해 주말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뿌린 작품이니. 김혜자씨의 대상수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전형적인 통속적 복수극이라 퓨전사극 일지매나 전문직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와 경쟁하긴 매우 힘들것이란 애초의 전망과는 달리 차근차근 시청률을 올려 결국 한여름을 달구었던 ‘ 태양의 여자 ’ 역시 김지수가 최우수상, 이하나가 우수상, 정겨운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KBS의 연기대상은 타 방송사 연기대상에 비해 공영방송으로써의 품격과 권위를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 물론 KBS의 연기대상도 흔들렸던적이 많이 있었지만 2008 연기대상 만큼은 그 품격과 권위가 대체로 지켜진 편이라는것이 중론이다.

특히 KBS 연예대상의 경우 연말 시상식의 모범으로 삼을만하다고 평가하는 평론가도 종종 있을정도다. 여하튼 KBS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고 국가 기간방송이다. 따라서 연말 시상식도 타 방송사나 매체의 시상식의 귀감이 될만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해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각 방송사 연기대상,연예대상이 모두 가려짐으로써 2008년도 막을 내리고 2009년의 새해가 밝았다. 연말 시상식 폐지론, 통합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왔고 그러면서도 개선되는 점이 별로 없어 늘 아쉬움이 있어왔고,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받아오기도 한 연말 방송사 시상식이다.

뭐 여하튼 폐지도 어렵고 통합도 어렵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 시상식으로써의 권위만이라도 지켜주었으면 하는 유일한 바램을 거듭 주문해본다. 2008 연기대상도 공동수상 남발이나 나눠먹기 시상이란 비난을 피하긴 어려웠지만, 여하튼 장르별 구분 수상은 1인 시상의 원칙만 지켜준다면 새로운 대안으로 삼아볼만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으로 우스워진게 MBC의 모양새다. 온에어 시즌2가 되었다는 네티즌들의 비아냥까지 한몸에 받은 김명민,송승헌의 대상 공동수상. 다음날 KBS와 SBS가 원래 그렇게 기획을 한 것인지 아니면 31일 하루종일 쏟아진 MBC에 대한 비난을 의식해서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MBC는 당분간 막장 MBC란 별명을 떼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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