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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는 없다. 동물보호가 곧 식품 안전

인도적인 동물복지 구현만이 'BSE'극복의 길이다!

* 동물보호협회에서 글을 보내왔습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성급하고 허술하게 진행된 협상의 결과로 인해 몹시 혼란스럽지만,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 쇠고기의 국내 상륙을 차단할 수 있도록 재협상해야 할 것이다. 사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동물학대적이고, 가장 위험한 방식의 사료공급 체계를 유지하며, 초고도로 산업화되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는 아예 수입을 완전히 금지해야 마땅하다.

이번에 거의 전면개방으로 협상이라고도 할 수 없는 협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정치적 요인이 우선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주요한 요인이 있으니, 협?테이블에 앉은 소위 전문가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축산과 이와 직결되는 국민 보건 확보 문제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고 무신경하며 안이하다는 점이다.

한편 시민들과 언론의 정부에 대한 반발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이의 제기는 정부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행동과는 다르게 매우 예민하고 기민하며 비교적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시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 내용들은 아직까지 오직 ‘먹거리 안전성’과 ‘검역주권’ 문제에만 국한되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체로서의 소’에 대한 고려가 절실하다

정치권의 논쟁도 오로지 인간의 먹을거리로서의 ‘쇠고기’에 대한 시끄러운 공방만 있을 뿐이다. 시민사회나 정치권 어디에서도 ‘생명체로서의 소’에 대한 언급과 고려는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헛소리’ 정도로 간주될 뿐이다.

최근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람들이 너무 잔인해진 것 같다. 소도 10년은 살아야 한다.”는 개인적 감상을 밝혀 화제가 되었다. 그 말 자체만 떼어 놓고 본다면 호통과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인간사회가 구축해온 고기의 생산과 소비 체계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말이다. 축산동물의 입장에서는 고기 생산 체계 안에 오래 갇혀 사는 것이 더 고통이지만, 원래 자연적 수명을 무시하고 단기간에 비육하여 잡아먹는다는 것 자체가 잔인한 것은 맞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30개월이 안 된 소를 먹는 줄도 몰랐다’고 할 정도로 순진하고 무지한 사람이 장관이란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정치권에서 ‘생명에 대한 연민을 표출’하는 소리를 듣게 되어 '온기 있는 말'을 갈망해 온 우리로서는 반가운 측면이 있다. ‘식생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건전한 식생활을 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는 김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과하라고 호통만 칠 뿐인 김용갑 의원이야말로, 동물의 복지가 결국은 사람들의 복지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우리 시대 대다수 정치인들의 표상이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만 아니면 안전한가?

우리들은 광우병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대상이 바로 ‘소’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소위 ‘미친소’로 표현되며, 머리에 꽃을 꽂고, 더러운 침을 흘리며, 심지어 시민들의 시위에서 창과 삼지창에 찔려 죽는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사람들에 의해 착취당하며, 그것도 모자라 자연계에서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고통스러운 질병을 얻게 되었고, 이윽고 미친소라 불리게 되었다. 자연에서의 죽음은 다른 생명의 생존을 위한 엄숙한 의미를 갖지만, 오직 사람들만이 평생을 가두고 번식시키며 일방적인 고통과 죽음을 무한히 강요하고 그들의 신체 일부를 제거하고 태워 낭비하며, 그것을 당연한 권리라 생각한다.

이런 무한한 이기심은 소에게 성장 호르몬에 항생제 범벅인 사료를 먹도록 강요했고, 그것도 모자라 더욱 빨리 더 살찌우기 위해 닭, 돼지, 양, 심지어 동족인 소의 육골분 사료까지 먹였다. 아직까지 돼지와 닭에게 육골분 사료를 허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보다 덜하긴 하겠지만 솔직히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미국 소 문제가 아니어도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할 책임이 있으며,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육골분 사료를 먹어 치명적인 병에 걸린 소들에게서 오직 ‘그것’만 제거하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착각하고, 여전히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의 안전’과 ‘맘 놓고 실컷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바람’에만 매달려 있는 우리들은 여전히 소에게 광우병을 유발하게 한 탐욕스러운 도정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런 바람으로는 식품의 안전도가 약간 높아질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없다.

20개월 미만 '어린소'의 진실

소는 자연수명이 약 20년 정도이다. 35Kg 정도로 태어나고 550Kg 정도까지 크면 도축된다. 원래 소는 200㎏대라고 하는데, 요즘은 몸집을 450-900㎏까지 불린다는 것이다. 소의 정상적인 섭생방식인 방목을 통해 이 정도의 체중에 이르려면, 현재 일반화된 사육방식의 2배 이상인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비정상적인 음식인 콩과 옥수수가 급여된 소들은 14개월에서 길어야 20개월 이내에 도축 가능한 체중으로 몸이 불어나게 된다.

사람들이 그토록 목청 높여 주장하는 20개월 미만 ‘어린 소’는 이렇게 하여 만들어지게 된다. ‘어린 소’는 결국 ‘항생제와 호르몬제, 부적절한 식이로 인한 만성적인 위염과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의 고창, 항생제로도 해소되지 못하는 간농양 등 불과 십여 개월 사는 동안 강요되는 막대한 고통’을 대가로 얻어지게 되는 것이다. 잔류항생제와 호르몬제 등으로 인한 인간복지의 침해 문제 또한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한 지경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쇠고기의 등급은 마블링에 의해 매겨지는데, 사실 영구치도 나기 전 성체의 덩치를 가지도록 키워지는 소의 근육에 생성되는 마블링은 부적절한 식이로 인한 신체 병변에 불과하다. 일부 어린이들이 영구치가 날 무렵 성인의 체중에 도달하여 성인병을 앓거나 생리와 임신을 하는 것은 인간이 소를 사육하는 방식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광우병 청정지역이며 대체로 복지가 구현되는 방식으로 소가 사육되는 호주나 뉴질랜드, 그리고 광우병의 교훈으로부터 농장동물복지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미 호르몬 사용을 금지한 유럽연합의 사례보다, 마블링으로 유명한 일본의 ‘와규’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벤치마킹 사례로 소개하는 정부와 언론의 행태는 큰 문제가 있다.

소와 사람들은 지구라는 동일한 생태계 환경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일어난 일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게 되어 있다.

인도적인 동물복지 구현만이 'BSE'극복의 길이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수입을 막기 위해 미국 동물단체 HSUS가 우리 시민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미국의 공장식 축산의 확산을 막으려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순수한 공조는 그래도 아직은 이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것과, 타 생명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정의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 이들은 ‘20개월 미만 소가 안전하니 30개월 이상이 아닌 어린 소를 수입하라’는 식의 검역 조건 강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고통 속에 방치되고 학대되는 소들을 돕기 위해 이 일에 나서고 있음에, 국적을 넘어 가슴 뭉클한 동지애를 느낀다. 국익을 초월하여 진실에 접근해 가려는 HSUS의 자세를 보며, 과연 우리도 동일한 상황에 처하였을때 이렇게 인도주의적인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조용히 돌아보았으면 한다.

불필요하게 생산되어 넘쳐나는 쇠고기를 억지로 외국에 밀어 넣으려는 미국 행정부의 행위를 우리는 지적하고 있다. 바로 우리는 우리가 비난하는 그들과는 달라야 한다. 단순히 20개월 미만 어린 소의 수입이라는 검역조건의 관철만이 아니라, 동물복지의 구현이 축산에 있어 세계화 시대의 무한경쟁을 감당하여 나갈 주요한 길임을 인식하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 미친소? → 소해면상뇌증(BSE)

광우병이라는 용어는 소에 대해 깊은 애정과 연민을 가진 우리 민족에게 있어, 소가 가지는 전통적인 의미를 퇴색시키는 용어이다. 프리온에 의해 소가 이 질병에 감염되게 되면, 뇌에 병변이 생겨 공격성이나 예민함이 증가되기도 하지만, 주증상은 가련하게 고통스러워하며 걷거나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광우병, 즉 Mad Cow Disease는 이 질병이 보이는 병의 징후와도 거리가 있는, 과도한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명칭으로서 이 질병의 공식 명칭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소 사육농가에서 듣기에도 큰 거부감이 드는 용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KARA는 프리온에 의한 소의 질병을 이제부터라도 정식 명칭인 소해면상뇌증(BSE)로 부를 것을 적극 권고하며, 더 이상 대중이나 정치인들이 ‘미친소, 미친소...’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8년 5월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http://www.withanim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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