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아는 법이다. 물타기도 기술이다. “야당, 즉 민주당의 조직적 개입이 의심된다!” 이명박 정권이 꺼내든 회심의 국면전환 카드다. 문제는 이게 의외로 약발이 먹힌다는 데 있다. 이명박 탄핵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촛불시위에 어린 청소년들이 대거 참가한 사실을 들어 집회의 비정치성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당장에는 집회의 비정치성을 강조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당장에는.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명박 정권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 이명박 정권의 실질적 토대가 등을 돌리지 않는 이상 지금의 난국은 위기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어차피 영남이야 중요한 고비에서 이명박을 두둔하게 될 테고, 강남부자들은 한미 FTA에는 무조건 찬성 입장이다. 그들은 한 마리에 1억 원이 나간다는 일제 쇠고기를 수입해 먹을 금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수도권의 중장년 서민대중이다. 이들이 움직여야만 이명박 정권의 진짜 위기가 시작된다. 촛불시위가 청소년 중심의 비정치적 사건에서 성인 위주의 진정한 정치적 사건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대선과 이번 총선을 거치며 민주당은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을 받았다. 강준만 교수가 ‘이명박 혁명을 위하여’란 한국일보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노무현과 그 친위세력을 견제하지 못한 채 보신과 무능으로 일관한 대가다.
민주당도 살고 국민도 사는 길은 딱 하나뿐이다. 쇠고기 시장을 미국에 퍼주면서까지 노무현 정권에서 한미 자유무역 협상에 관여한 인물들을 민주당 스스로가 앞장서서 국회 청문회장에 세우는 것이다. 당시의 국무총리였던 한명숙과, 대통령 노무현의 전폭적 신임과 총애 아래 FTA 협상을 주도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부터 우선적으로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해라.
한명숙은 민주당 당원이니 부르기가 쉬우리라. 김현종은 현재 공무원 신분이다. 한미 FTA를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외교관들이 주미대사 다음으로 선호하는 노른자위 보직인 UN주재 대사로 영전한 상태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야 옳을 인간들은 이외에도 수두룩하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변한 유시민과, 김현종을 노무현에게 소개한 서갑원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정책을 이끈 노무현도 증인으로 고려해봄직하다. 민주당이 부활하는 길은 요번 광우병 사태에서 완전히 빠져주는 거다. 그러자면 민주당 안에 존재하는 ‘FTA 광신도’들부터 남김없이 솎아내야 한다. 천정배에게 당부하겠다. 국회 청문회 증인 채택을 자청하라. 외국과의 조약체결을 비롯한 국가 법률행정의 총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까지 배제하면서 밀실에서 강행된 한미 자유무역 협정의 실체를 까발리는 일에 총대를 메라.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