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영남공천이 결국 우려했던 대로 '박근혜 측 대학살'로 나타나자 박근혜 전 대표측은 충격과 당혹에 휩싸였다. 특히 12일 자신이 직접나서 당의 공천파행을 질타했음에도 자파 핵심 의원들의 공천탈락이 현실화되자 박 전 대표는 더욱 침통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13일 밤, 공천 심사 결과를 보고받은 박 전 대표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된 것이냐"고 경위를 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간단한 경위를 보고받은 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알았다"고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탈락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김무성 최고위원은 "결국 예상대로 박근혜 측 죽이기가 집행됐다"는 말로 이번 공천을 박근혜 죽이기로 몰고 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의 공천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천은 기준 없이 정적을 죽인 결과"라며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락한 동지들을 위해 내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부당한 내용을 따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당연히 무소속으로 나올 수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해 지난 10년간 정치발전을 위해서 봉사한 자신을 선택할 것인가하는 심판을 받겠다”고 말해 공천결과가 번복되지 않을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표의 경선캠프 대변인을 지내며 기획통으로 활동한 김재원 의원을 비롯한 탈락 친박 의원들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중 한 의원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양아치들이나 할 짓을 하고있다"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탈락의원도 "제일 충격적인 것은 김 최고위원의 탈락"이라며 "현재까지는 입장이 정리된 게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다. 사실상 박 전 대표의 행보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측근은 "현역 25명 중 10명이 `친박'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박 전 대표측에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사실상 씨를 말리는 것"이라며 "이번 공천 결과로 이쪽과 저쪽에 입은 데미지는 비교할 수가 없다. 저쪽은 건재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당 안팎에서는 그러나 이제 공은 박전 대표에게 넘어갔다고 말한다. 박 전 대표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측근들이 탈락한 공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잘못된 공천이 있을 수 있느냐"며 격분을 토로하며, 영남권 공천을 지켜본 뒤 추후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한나라당이 분열 사태로 치달을지 수습 국면을 맞을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핵심 측근은 "김 최고위원을 자른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가만히 있기도 그렇고.."라며 사실상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며 "박 전 대표가 탈당하면 공천 받은 사람 중에도 상당수가 동참할 것이고, 한나라당은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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