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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뉴스 자유토론방의 훼드라님의 글입니다.

조선 제3대 임금 태종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이복동생들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했고, 재위시절 측근과 외척들까지도 잔혹하게 숙청한 임금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세종시대를 열게 한 그 근본이 된 임금이란 점에 있다. 고려의 광종도 고려판 태종이라 할 수 있을정도로 태종과 공통점이 있다. 태조왕건이 지역 호족들을 융합하기 위해 스물아홉이나 되는 부인을 거느렸으나, 결국 그로인한 외척간의 심각한 권력다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역시 그러한 세력들을 대거 숙청 자칫 혼란에 빠질수도 있었던 고려초기를 수습하고 475년 고려왕조의 기반을 닦은 임금이기 때문이다.

건국초기에 나라의 기반을 닦은 왕이나 대통령에겐 대략 그와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정상적인 절차를 걸쳐 집권한 것이 아니라 정통성이 취약했으며, 둘째로 집권 과정에서 반대세력이나 혹은 새로운 시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잔혹하게 숙청했다는 점이다. 절망과 기아선상에 빠져있던 나라를 일으켰다는 평가와 독재를 하며 잔혹하게 인권탄압을 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박정희 역시 그런면에서 조선의 태종 또는 고려의 광종과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 명나라의 경우 성조 영락제 역시 어린 조카가 왕위에 오르자 정변을 일으켜 그를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영락제 역시 영락대전을 편찬하는등 문물을 번창케했고, 결국 200년 명나라의 기반을 닦은 황제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태종은 후계구도 문제를 놓고 갈등하다 최측근 하륜에게 이렇게 말한다. " 차라리 나를 왕재라 말하지 말지 그랬나 ? 그랬다면 아이들한테 더 좋은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을... " 그러자 하륜이 이렇게 눈물로 아뢴다. " 그 시절엔 전하 이외엔 대안이 없었습니다 " 확실히 박정희의 고뇌가 윤선주의 ' 대왕세종 '에서 묘사되는 태종에 그대로 언급되고 있다. " 이박사, 나 쿠데타 할거요.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 같소 ? " 이동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정희를 처음 만났을때의 유명한 일화다.

" 그 시절엔 전하 이외엔 대안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 여론조사를 해보면 역대 대통령중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은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참고로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티저 홈페이지를 운영할 때 했던 여론조사에선 역대 대통령중 세종대왕과 가장 닮은 대통령이 누구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박정희가 1위, 김대중이 2위 노무현은 3위를 기록했다.

한국 현대사는 확실히 조선 건국 초기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박정희는 태종을, 전두환은 세조를 많이 닮았다. 보릿고개를 해결했다는 이유 때문에 아직도 50대 이상 연령대에선 박정희를 세종대왕과 동격으로 평가하는 어른들이 많이 있지만, 박정희의 캐럭터는 세종보담은 태종을 많이 닮았다. 그는 태평성대를 연 대통령이라기 보담은 태평성대를 열기위한 기반. 즉 한 나라의 기반과 초석을 닦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절 유신독재나 반대파에 대한 잔혹한 인권탄압이 그나마 변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조선의 태종이나 고려의 광종이 새로운 시대를 열기위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반대세력이나 공신,외척들을 대거 숙청한것과 엇비슷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에게 유감스러운 것은 조선의 경우 태종 다음에 세종의 태평성대가 왔는데, 우린 태종 다음에 세조가 등장했다. 바로 전두환의 등장이다. 세종이 죽고 이어 병약한 문종마저 세상을 뜨자 열두살난 어린 임금이 왕위에 오르고, 세조의 쿠데타 명분은 김종서,황보인등 훈구대신들이 어린 임금을 둘러싸고 정사(政事)를 농락한다는 이유였다. 전두환의 경우 박정희가 죽고 이른바 ' 서울의 봄 '이란 혼란상황에서 12.12에서 5.18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 서서히 권좌로 나아갔고 마침내 최규하로부터 양보(?)를 받아내어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 태어나서 한번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꿔본적 없다 "는 전두환의 변명은 마치 단종이 양위를 하자 그 앞에서 어보를 들고 울며불며 사양하는 세조의 정치쇼를 보는듯하다.

우리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세종시대의 정신은 무엇일까 ? 세종의 정치철학은 바로 그가 만든 훈민정음 취지에 그대로 나와있다. '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배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못 할노미 하니라 내 이를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 여덟짜를 맹가노니... '

즉, 백성들이 편하게 자기 뜻을 표현할수 있게 하기 위함이니 그의 백성을 위하는 정신을 알 수 있으며, 중국과 우리가 말은 다른데 같은 문자를 쓰고 있어서 불편함을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글을 창제한것이니 세종의 자주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세종의 한글창제에 끝까지 반대한 최만리는 그의 긴 상소문에서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했으나, 그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 언문으로 인해 관리와 학문하는 이들이 옛 선현의 경전을 등한시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한 그의 지적만은 오늘날에도 음미해볼만한 대목이다.

허나 우리가 진정 이 시대에 다시한번 음미해봐야 할 세종의 리더십은 화합과 포용의 정치다. ' 세종대왕 같은 임금이 다시 있었으면...박정희 대통령 같은 사람이 없었는데... ' 이러한 원론적인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정책을 폈기에 오늘날 추앙받는것이며 어떤 리더십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에 부합되는것인지 제대로 분석해 되새기는 것이다.

양녕대군을 폐위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것을 아뢰다 유배까지 간 황희를 등용하고, 천민이지만 뛰어난 기술과 재능을 지닌 장영실에게 벼슬을 내린 것은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이라도 포용하고 미천한 신분이라도 재능이 있으면 등용하는 바로 오늘날 진정 필요한 세종대왕의 실용정신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어떤 의미에서 또 다른 태종이 되었어야할 인물들이었다.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형식적으로나마 갖출수 있게 되었으나 국가와 사회 시스템에서의 민주화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5년단임제와 소선거구제가 골자엔 제9차 헌법의 태조(太祖)는 노태우다. 허나 노태우 시절은 서울올림픽의 여파로 동구권에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고 결국 동구 공산권이 붕괴되어 북방외교를 펼칠수 있게 되었으니, 다분히 행운이 따라준 시절이었다.

박정희 신드롬이 있는 것은 역시 그가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란 이미지 때문이지만 지금은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바꾸고 보릿고개를 해결해야하는 시절이 아니다. 개발독재 시절엔 독재형 리더십이 통할수 있었지만 지금은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노무현 정권하에서 집권세력이 그토록 정치개혁을 외쳤던것도 결국 제왕적 총재가 존재하는 정당제도로는 정치부패의 고리를 끊을수 없다는 신념하에 그리 했던 것 아닌가.

경부 고속도로를 놓고 새마을 운동을 해서 경제를 살린 시절과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가령 예를들어 지금의 청년실업이나 만성적이 되어버린 자영업의 불황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지 경부운하를 놓는다고 해서 해결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시대에 필요한 세종정신은 화합과 포용의 정신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게 하려면 역시 중요한 것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해다. 두 세력이 서로의 공과를 겸허히 인정하지 않으면 선진화라는 제3의 미래를 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구 세대 좌우갈등의 골을 극복하고 세계화의 미래로 가고자 한다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실천적으로 모색해보자.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루었다면 이제 다음 시대는 사회 시스템의 민주화를 이루는 일이다. 시절은 분명 21세기인데 아직도 우리사회를 7,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관행과 기준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의 발전이 어렵다. 방송과 언론 그리고 포털권력등의 정치적 중립 방안이 따라서 이 시대에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현실화 시켜야 할 문제들이다.

막연히 세종대왕 시대를 바라는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대 세종의 리더십이 어떤것이었으며 그것이 오늘날 어떻게 실현되는 것이 이 시대의 시대정신에 부합되는것인지 판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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