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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연예대상, 경악스런 6명 공동수상

매년 같은 비판을 받아도 변화하지 않는 시상식


* 아젠더 자유토론방의 훼드라님의 글입니다.

2007 MBC 연예대상에서 두가지 이변이 발생했다. 그 하나는 40여년간 오로지 연기 외길인생을 걸어오신 원로배우 이순재 선생님께서 대상을 수상하신 일이다. '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 할아버지 역으로 열연하며 ' 야동순재 '란 별명까지 얻고 특히 젊은세대와 인터넷에서 새로운 인기와 화제를 불러모은 이순재님. 당연한 귀결이란 생각도 되지만, 어쨌든 코미디 장르로 구분되여야하는 시츄에이션 코미디로 인해 ' 방송연예대상 '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특이할만한 사건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변이라기 보담은 경악스러운 사태였다. 무한도전팀 6명이 전원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공동수상 남발로 인한 나눠먹기란 말이 많았던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 제도였는데, 2007년 MBC는 이에 오점을 하나 더 추가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2004년 SBS가 연기대상에서 ' 파리의 연인 ' 주연이었던 박신양, 김정은에게 공동으로 대상을 수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하나의 오락프로그램 출연진 전원이 상을받는 기록은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다.

우수상이나 신인상 그 외 별개의 상들을 복수로 수여하는 경우야 지금껏 수두룩했지만, 대상은 그래도 지금까진 대개는 오직 한명이었다. SBS가 이미 그 전통을 깬 전례가 있긴 하지만 MBC는 아예 과감한 파격을 시도했다. 이제 이런식으로 가다간 대상은 오직 한명이란 공식마저 깨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생긴다. 그러고보니 작가상도 무려 3명, 공로상도 3명이나 수여한 MBC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라더니 너무나 맘좋고 인심후한 MBC다.

연말 각 방송사 시상식 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개 시상식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시상식의 통폐합을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폐지한다고 했을 경우 반대여론도 분명 만만치 않을 듯 하고 시상식을 통폐합할 경우 자칫 방송3사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우려도 있고, 기술적인 문제등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울것이라는계 방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연말 시상식 제도에 대해서 방송 3사가 그간 자체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것도 아니다. 그러나 옴부즈맨 프로등을 통한 시상식 제도에 대한 자체비판은 말뿐, 그 해 시상식을 보면 역시나 그대로였다. 금년부터 처음으로 ' 연예대상 '을 도입한 SBS의 경우도 대상외의 거의 모든 상이 공동수상이었다.

MBC 중견 아나운서 이윤철씨가 언젠가 옴부즈맨 프로인 ' TV속의 TV '를 통해 밝혔던것처럼 본래 연말 시상식 제도의 취지는 한해동안 고생한 방송인들을 격려하고 특히 시청자들한테 스타급 연예인은 물론 방송가 뒤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스텝들도 한번쯤은 인사를 시키자는 연말축제겸 팬서비스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80년대 중반 처음 ' 연기대상 ' 제도를 도입한 MBC에 이어 KBS가 경쟁하듯 곧이어 ' 연기대상 ' 제도를 도입했고, 한편 KBS의 경우는 80년대 후반 한때 연기대상과는 별도로 ' 코미디 대상 ' 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한편 드라마와 코미디를 통털어 ' 연기대상 ' 제도 하나를 통해 시상하던 MBC의 경우엔 KBS보다 조금 늦게 코미디대상 제도를 신설 한때 운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코미디 대상의 경우는 얼마안가 자연스럽게 폐지되었다. 왜냐하면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코미디프로가 쇠퇴하기 시작했고, 대신 다수의 진행자가 프로 사회를 보며 각종 쇼나 오락 게임등을 보여주는 ' 쇼 버라이어티 ' 형식의 프로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입담좋은 개그맨들은 대개 이와같은 ' 쇼 버라이어티 '물을 통해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한편 90년대 후반들어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 시트콤 '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비해 적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올릴수 있다는 점에서 ' 저비용 고효율 '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 남자셋 여자셋 ', ' 순풍 산부인과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한편 또 한가자 방송가에 들이닥친 변화는 전 연예인의 만능엔터테이너화 바람이다. 이젠 실제로 누가 탈렌트이고 누가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인지 딱히 장르구분을 하기가 힘들다. 현재 각종 일일극이나 사극등에서 열연을 보이고 있는 주연급 연기자들중 상당수는 시트콤을 통해 연기자 데뷔를 했고, 가령 지난주 KBS 엔터테이너 상에 이어 어제 MBC 연예대상 우수상을 거머쥔 현영도 가수라 해야할지 연기자라 해야할지 전문MC라 해야할지 딱히 장르구분이 어려운 글자그대로 만능 엔터테이너 방송인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폐지된 코미디 대상대신 생겨난 것이 ' 연예대상 ' 제도이다. MBC가 제일 처음 연예대상을 만들었고 2천년대 초반들어 KBS가 뒤를 이어 ' 연예대상 '을 만들었다. 한편 개국후 17년간 꾸준히 ' 연기대상 ' 제도만을 유지해온 SBS도 금년에 처음으로 연예대상을 신설했다.

이젠 한류열풍 덕분에 연말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심지어 먼 태국이나 미얀마의 한류팬이나 언론에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쩌면 미국의 한드매니아들도 우리나라 방송3사의 연말 시상식을 관심있게 지켜볼지도 모르는 일이다. 헌데 상의 권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가긴커녕 공동수상의 남발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예대상, 연기대상이 미국의 오스카상이나 에미상처럼 수십억 인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상식은 아니더라도 언제부터인가 상당수 한류팬들의 관심사가 된 제도 아닌가. 헌데 이런식으로 계속 운영된다면 정말 외국인들 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 거침없이 하이킥 '으로 2007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이순재님이 겸손하게 이런 수상소감을 발표하셨다. ' 이거 남의 잔칫상에 와서 제가 상을 빼앗아가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 방송가 경험이 40년이 넘는 이순재님이니 대충 속사정을 짐작할만한 것 같다는 멘트일까. 실상 지금까지 시트콤이 인기를 모을수 있었던 데은 오지명,박영규,신구 등과 같은 중견,원로 연기자들의 역할이 매우컸다. 그래서인지 시트콤의 경우엔 지금도 대개 중견연기자를 주연급으로 캐스팅한다. 지난 11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KBS 시트콤 ' 못말리는 결혼 '에서도 중견 연기자인 임채무씨와 김수미씨가 양가 부모역을 맡았다. 시트콤에서 열연한 중견 연기자가 언젠가 한번쯤은 연예대상을 거머쥐게 될 것 이란 것 그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고 결과였다.

하지만 연예대상은 그래도 어쨌든 코미디언, 개그맨들의 주된 축제의 장이고 프로그램 역시 예능,오락팀에서 주관한다. 바로 그와같은 자존심 문제였을까. 사실상 코미디대상인 ' 연예대상 '을 중견연기자에게 줄수는 없다는 방송사 예능,오락 담당 관계자들의 나름대로의 자존심이 발동한 것이었을까. 무한도전팀 6명의 전원수상.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심술이고 횡포다. 더욱이 무한도전은 이미 ' 작품상 ' 격인 최고의 프로그램상까지 수상한 마당 아닌가. 여섯명 전원에게 대상을 줘서 그들을 달래야하는 무슨 특별한 속사정이라도 있었던것인지 모르겠다.

굳이 방송사 예능,오락 담당자들에게 한마디 덧붙이자면 자업자득이다. 애초부터 시트콤에 중견,원로 연기자들을 기용하고 정작 중견,원로 코미디언들은 홀대한 당신들 아닌가. 시트콤에서 열연한 중견연기자가 있으니 당연히 자연스럽게 그분에게 연예대상의 영광이 돌아가게 된 것 뿐이지 대체 웬 심술인가.


' 연예대상 ' 시상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역시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수 없는 문제가 사실상 나눠먹기 시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방송가의 캐스팅이 기획사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게 되면서 오락프로의 경우는 입담좋은 30대 개그맨 몇몇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소위 농담반 진담반처럼 회자되는 모라인, 모라인이라던가 혹은 P사 또는 D사 소속 연예인들이 다 해먹는다는 이야기. 그러다보니 바로 그렇게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는 몇몇 30대 개그맨이 서로 돌아가며 나눠먹기식으로 상을타는 모양새가 되어버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제 MBC 연예대상 사회를 맡은 이혁재는 시상식 종반부에 잠시 대상 후보자감을 인터뷰하면서 ' 어이구 ! 이 팀은 벌써 다 하나씩 나눠가지셨네 ' 하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 MBC 연예대상은 대상,최우수상등의 본상과는 별도로 이미 몇차례 연예대상을 수상한바 있는 이경규,김용만씨에겐 ' PD가 주는 특별상 '을 수여하기도 했다.

2007 MBC 연예대상은 그러잖아도 말많고 탈많은 연말 시상식 제도에 또 하나 새로운 오점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필자의 경우 연말 시상식이 있고나면 그 문제점을 글로 쓰고 한지도 벌써 수년째다. 매년 똑같은 소리를 해도 전혀 변화되지 않는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 제도의 문제점. 정말 언제까지 이런식의 시상식을 계속 봐야하는지. 편치않은 심기를 간직한채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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