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을 무릅쓰고 반론에 응답해야 할 듯싶다. 국민원로가 신지호를 신혜식으로 착각했다는 문제제기에 관해서다. 정답을 재확인하겠다. 김어준과 진중권이 쫓겨난 자리를 꿰찰 인물은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로 활동 중인 신혜식이다.
김어준과 진중권이 뛰어난 논객 또는 방송인이란 주장은 우리끼리 있을 때나 통하는 소리다. 저쪽 사람들, 즉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집단은 김어준과 진중권 둘 모두를 노무현 덕에 벼락출세한 날건달들쯤으로 여긴다. 따라서 김어준과 진중권을 방송계로부터 퇴출시키는 조치는 저쪽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당한 정치보복이 아니다. 정확한 고과산정에 근거한 합리적 인사이동으로 간주된다.
그럼 신지호는 어떠한 역할을 맡게 될까? 그에게는 노무현 정권 아래서 유시민이 만끽했던 권력과 지위가 주어질 전망이다. 단순히 잘 나가는 방송인 정도에 그치지는 않을 거란 뜻이다. 신지호의 개략적 신상정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철저히 정치입문을 겨냥해 경력을 쌓아왔더라.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나 하겠답시고 뉴라이트로 변신한 부류는 절대 아닌 걸로 짐작된다.
서역국의 어느 선배를 흉내 내어 잠시 부채를 펼쳐들련다. 나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지호가 할 일의 일부를 대충은 알고 있다. 아마도 유시민처럼 입으로 생리를 할 게다. 유시민은 민주노동당에 던지는 표는 사표가 될 것이라고 유권자들을 향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하곤 했다. 진중권은 이런 유시민을 입으로 생리하는 남자라며 비아냥거렸다. 2008년 봄의 차기 총선정국에서 신지호는 이회창이 창당할 보수신당을 지지하면 친북좌파가 부활하게 된다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떠들 확률이 높다. 이장춘 전 대사에게 진중권 같은 독설과 재치가 있으면 좋으련만.
이념이고 사상이고 전부 떠나서 인간적 도리로만 평가하자면 신지호보다는 신혜식이 이명박 정권 밑에서 더욱 출세해야 정의에 부합한다. 한번 따져보라.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신혜식과 신지호 중에서 누가 훨씬 고생했을지. 신혜식은 찬바람 쌩쌩 부는 엄동설한의 시청광장서 팔이 떨어져라 성조기 흔들고, 뙤약볕 내리쬐는 삼복더위의 아스팔트 도로에 서서 목이 터져라 ‘좌파정권 종식’을 외쳤다.
반면 신지호는 냉난방 온도가 균형을 이루는 쾌적한 실내에 편안히 앉아 온갖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높여왔다. 신혜식이 보수우파의 정권탈환을 위하여 아무리 견마지로를 자청해도 그는 결코 신지호만큼 팔자가 필 수 없다. 전문대 학력의 신혜식한테는 신지호가 모아놓은 화려한 라이선스들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좌파진영이 집권하든, 보수우파세력이 정권을 잡든 일관된 풍경이 한 가지 있다. 고생한 놈과 출세하는 놈이 철저히 다른 점이다. 5년 전, 노무현이 대통령 선거서 승리했을 당시에도 현재와 똑같았다. 노무현 정권 탄생에 별로 기여한 바가 없는 족속들이 라이선스로 밀고 들어와서는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고생한 이들은 “세상이 다 그렇지 뭐…” 하는 혼잣말을 씁쓸하게 뇌까리면서 하나둘씩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권의 향방만 바뀌었을 뿐, 돌아가는 품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쪽 사람들이 오매불망 소망한 좌파정권 종식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터. 정권교체를 주도하려면 엄청 바빴을 텐데 도대체 무슨 여력으로 그 많은 라이선스들을, 그것도 순전히 입신양명에만 도움이 되는 것들만 골라서 땄는지? 허경영처럼 아이큐가 430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노릇이리라.
이명박 정권의 흥망을 가늠하는 잣대는 아주 간단하다. 신혜식과 신지호의 삶을 비교하는 것이다. 신혜식이 신지호보다 잘 나가면 한나라당은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신혜식은 손가락 빨고 있는데 신지호는 금배지 달고 으스대면 100프로 노무현 정권 꼴 난다. 흥미롭게 주시할 대목인 셈이다. 국민원로는 신지호는 승승장구하고, 신혜식은 신지호가 남긴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다는 쪽에 자장면 다섯 그릇 걸겠다. 고로 이명박 정권은 망한다. 노무현 정권 뺨치게 쫄딱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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