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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대표님, 노무현의 실패 인정합니까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글에 대한 첨언


진보진영의 위기는 패배가 아닌 패배 원인을 모른다는 것

오마이뉴스에 실린 오연호 대표님이 직접 작성하신 <자기 혁신에 없는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 심판은 처절했다.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라는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이미 언론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를 입수했을 테니, 대선 결과가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바로, 당장 오늘부터, 대참패를 당한 진보진영이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할 것이냐에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진보진영의 실패는, 이번 대선의 패배가 아닙니다. 대선의 패배는 모두 다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왜 패배했느냐는 정확한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견이 있었고, 오대표님의 글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오대표님이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를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오대표님이 직접, “책임은 정동영 후보와 대통합신당에만 떠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반민주 구도 속에서 '민주'의 편에서 성장해온 시민운동계, 학계, 언론계 모두가 나눠가져야 할 책임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절실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왔는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 이 점에서 '민주'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매체인 <오마이뉴스>의 대표를 맡아온 필자도 책임감을 느끼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감히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라고 말씀하셨기에 감히 첨언을 하고자 합니다.

이미 지난 지자체 선거 패배 이후, 진보진영은 노무현 정권이 왜 실패했느냐에 대해 다양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그야말로 알맹이 없는 공론으로 흐르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진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며, 피상적인 부분만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오대표님은 단적으로 진보진영의 자기 혁신이 없었기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 묻고 싶습니다. 대체 노무현 정권과 진보진영은 과연 무슨 혁신을 했어야 했습니까? 자기 혁신해야 한다는 말은 수년 전부터 해왔는데, 그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대안이 제시된 적이 있었던가요? 오대표님이 내놓은 대안도 이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이른바 '과거의 민주화세력'은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의 정립을 위해 온힘을 다해야 한다. 민주·반민주 구도가 약발이 떨어진 이후에 국민들을 상대로 '왜 우리와 계속 함께 가야 하는지'에 대한 처절한 성찰과 연구와 실천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함께 갈 준비가 돼 있다.

'과거의 민주화세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권·시민운동계·학계·언론계여, 12.19 국민의 채찍을 감사한 마음으로 달게 받자. 밑바닥에서 다시 출발하자.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생산적 진보의 길을 다시 개척하자“

이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대표님 한분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한겨레신문의 오늘자 사설 <범여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의 결론과 대안입니다.

“낡은 틀로는 더는 국민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구호만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던 때는 이미 지났다. 진보적 가치의 정당성을 국민한테 인정받자면 더욱 현실적이고 풍부한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이 잘살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아울러 얻지 못한다면 지금의 실패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이런 과제가 정치적 대표들만의 문제일 순 없다. 진보·개혁의 깃발에서 국민의 마음을 멀어지게 한 데는 연이은 집권에 안주해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한 여러 사회집단의 책임도 크다고 봐야 한다. 진보의 새로운 출발은 이들 모두 힘을 합쳤을 때 가능하다.

10년 만에 정권을 잃은 범여권이 지금의 괴멸적인 패배에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한국 정치는 견제와 균형을 이룰 세력을 잃게 된다. 범여권이 5년, 10년 뒤를 기약하면서 실력을 다져야 할 이유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분열 없이 힘을 모아야 할 까닭이기도 하다“

저는 한겨레신문이 오히려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한겨레신문의 주장은 코앞에 닥친 내년 4월 총선에서, 이번 대선에서의 진보진영의 유일한 담론이었던 “모두 뭉쳐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자”라는 구호를 반복하자는 겁니다.

아직도 진보진영은 노정권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바로, 지난 5년 간 국정을 말아먹고서도, 그에 대한 반성을 한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똑같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과 진보진영을 심판한 이유가, 바로 국정실패세력들이, 또 다시 정치 공학적 정당 파괴를 통해, 집권 연장에 나서겠다는 바로 그 파렴치한 행태에 있었다는 것을 정녕 모르십니까. 이런 세력들이 이제는 벌써부터 총선 걱정부터 하고 있으니, 과연 반성을 하고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솔직해져야 합니다. 진보진영 내에서 노무현 정권이 정말로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선거에서야 표를 얻어야 하니, 사과를 되풀이하지만, 과연 그들이 진정한 실패를 인정하겠습니까? 대표적인 인물이 “국민이 노망들었다”고 발언한 김근태씨입니다. 이 역시 김근태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보진영 정서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경제성장률 4-5%대 유지했고, 각종 과거사 문제 정리했고, 부정부패 없었고, 정경유착 근절했고, 언론자유 확장시켰고, 이 정도면 잘했는데, 국민들이 이를 몰라준다면, 바로 조중동 등 수구언론들의 국민세뇌에 당했다”

이런 생각들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바로 여기서부터 진보진영의 재건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수십 가지를 예를 들며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예로 바로 노정권이 거대권력에 대한 제도적 개혁을 하지 않고, 인맥 패거리 등용으로 대체했다는 점을 들겠습니다.

한번 언론만 따져보십시오.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KBS 사장부터, 모든 언론기관의 주요 인사를 임명할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최대의 언론개혁은 뭘까요?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들 동의할 겁니다. 노정권은 이를 위한 단 한 가지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패거리들을 주요 요직에 앉히는 걸 개혁이라 포장했습니다. 단적으로, 노무현 정권은 KBS에 정연주 사장을 앉히는 것을 개혁이라 주장했지만, 국민들은 KBS가 정권으로부터 독립하기를 바랬다는 것입니다. 이게 비단 KBS 하나의 문제이겠습니까. 언론기관 전체, 아니 공조직 전체의 문제가 아닐까요. 이러한 인사가 남발될 때,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진보언론에서 단 한번이라도 비판한 적이 있었던가요. 오히려 같은 편이 좋은 자리에 가니, “개혁인사”라며 박수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제가 3년 간 주장해온 포털 문제는 어떻습니까. 그렇게 포털을 제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단지 포털이 노무현 정권에 유리한 편집을 하고 있다고, ‘쉬쉬’했던 것이 진보진영의 일관된 태도였습니다. 그러다 정권 말기에 포털이 돌아서니, 갑자기 포털을 비판하니, 이런 이중적 태도에 누가 동의해주겠습니까.

민주당의 분당은 또 뭡니까. 이게 진정으로 정당 개혁을 위한 결단이라고 믿을 사람들은 이제 없을 줄 압니다. 민주당의 인사들을 내치고, 새로운 대통령 정당을 만들어, 더 많은 밥그릇을 보전하겠다는 사욕은 정말 없었던가요. 진짜 정당개혁을 위해서였다면, 절대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면 안 되었습니다. 창당 3년만에 그토록 쉽게 열린우리당을 깬다는 것은 처음부터 노무현 세력에겐 진정성이 없었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이러한 노무현 정권의 반개혁적 행태 때문에, 지금 현재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 자기들 마음대로 KBS부터 공조직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고, 포털을 장악하고, 공조직 개혁을 하지 않아도, 이에 대해 진보진영은 비판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다행히 오히려 차기 정권 인수위원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박세일 교수는 대대적인 공조직 개혁안을 일찌감치 제출해놓았습니다. 물론 그 방향성이 맞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조직을, 자기 사람들 밥그릇 챙겨주는데 악용하며, 이를 개혁으로 포장한 노무현 정권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정권교체의 진짜 의미는 운동권 패거리의 밥그릇 상실

제가 보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는 한미FTA를 체결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의 운영시스템을 운동권 패거리들의 포상 수단으로 전락시키며, 공조직을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데 있습니다. 원천적으로 국가운영관이 그릇되어있는데, 거기서 무슨 좋은 정책이 나오고 집행되겠습니까. 그러니 선거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솔직히 노정권의 집권 연장을 위해 혈안이 되었던 지식인과 시민사회 인사들 중, 밥그릇 보전에 대한 사심없이 진정으로 진보와 개혁의 가치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과반은 넘을 거라 자신할 수 있습니까.

저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 동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바로 이 문제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성패에 대해 입장이 다른 사람들은 사실 상 여당이냐 야당이냐의 문제였습니다. 정권이 잘했으면 연장해주고, 정권이 못했으면 교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은 어떻게 했습니까. 분명히 정권이 잘못되었으니 교체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문국현 후보와 민주당에조차, 아무런 근거없이 수구세력의 집권 저지를 위해 사퇴하라고 협박했습니다.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면서, 그 명분으로 “민주화세력의 결집”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으니, 이를 곱게 봐줄 국민이 있습니까. 오히려 이런 세력을 대표하는 정동영 후보에 무려 26%의 득표율을 선사한 그 국민들이야말로 노망이 들었던 거지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호남이 있고, 호남정치의 퇴행성에 대해서는 따로 수많은 비판글을 쓸 예정입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이제 진보진영도,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가자는 것입니다. 그 실천방법으로, 하루빨리 노무현 정권이 성공했다고 믿는 세력과, 실패했다고 믿는 세력이 각자의 길을 가자는데 합의하는 것입니다.

성공했다고 믿는 세력은 여당인 신당에 남아 이제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당원으로 받아들여, 총선에서 다시 심판받으십시오. 아직도 신당 안에는 노무현 정권의 승계를 명확하지 않은 정동영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세력이 수두룩합니다. 신당은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분명한 여당이므로, 그들에게 당을 넘겨주어야 합니다.

반면,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세력은 나와서, 따로 진정한 야당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진보진영을 한묶음로 보지 않고, 정확하게 분리하여,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의 이인제를 찍을 사람들이 정동영으로 옮겨간 것, 이것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떻게 야당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또 다른 야당 한나라당 집권을 막겠다며, 여당을 찍을 수가 있냐는 것이지요.

진보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삽니다

사실 상 노무현 정권과 함께 움직인 진보언론들과 시민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한미FTA 등 정책적 비판들은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민주노동당이나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고 저 같이 민주주의 원칙이나 시스템의 문제로 노정권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민주당을 지원하면 됩니다.

이제 더 이상 무슨 일만 터지면 200여개 시민단체 연합, 비상시국 100인회의 같은 87년의 낡은 방식은 버리고, 각자의 길을 스스로 넓혀가며, 국민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주자는 것입니다. 오대표님은 생각을 달리하시지만, 저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의 승리는 단지 이명박 당선 뿐 아니라, 이회창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도 크다고 봅니다. 보수적 유권자들은 앞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지요. 이젠 진보도 그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즉 한겨레신문식으로 “총선을 앞두고 다시 뭉치자”이런 수준의 발상들을 과감히 청산하자는 것이지요. 총선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각자 열심히 하면, 결과도 좋을 겁니다.

저는 지난 총선 이후로, 오마이뉴스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오마이뉴스는 진보개혁적 인터넷언론의 선두주자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이 위상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오대표님의 역할에 따라, 진보진영의 담론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인터넷언론계의 한참 후배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가지인 저의 충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프레시안에 손호철 교수가 한번 패배했다 해서 지나친 비관은 금물이라는 주장을 하셨지만, 저 역시 진보진영의 개혁과 부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는 점도 밝힙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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