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의 석연치 않은 검찰 재수사 지시
노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BBK 사건 검찰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 지시하면서, 대선 정국이 파란으로 치닫고 있다. 애초에 정선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는 매우 잘 되었다. 사기꾼의 말보다는 검찰을 믿는다”라며, 검찰을 적극 두둔했었다. 청와대 역시, 검찰 수사 발표 직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정가에서는 노명박 연대설이 사실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정통보수 논객 조갑제씨조차 “노대통령이 검찰을 두둔한다”라며,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사실, 이번 노대통령의 갑작스런 검찰 지휘권 행사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 내에서 “BBk는 내가 설립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은 그리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는 2000년 당시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일요신문 등의 기사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당시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 역시 “들은 대로 썼을 뿐”이라며 오보 가능성을 일축했다. 즉, 텍스트로 알려진 것이, 동영상으로 나오면서 대중들의 심리를 크게 흔들고 있을 뿐, 팩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검찰 수사를 흔들 만한 팩트라면 (주)심텍의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에는 이명박 후보가 직접 자신이 BBk 회장이고, 투자를 적극 권했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노대통령은 어째서 이 편지가 공개되었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팩트인 동영상 건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이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첫째는 처음부터 노명박 연대 차원이 아니라, 이회창의 당선을 막기 위해 검찰의 부실수사를 눈감고 있다가, 이회창의 당선 가능성이 사라진 지금에서야 움직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검찰의 이명박 봐주기로 이회창 당선을 막은 이상, 더 이상 노명박 연대설에 발목이 잡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측은 노대통령이 대선 이후 영남친노신당을 창당하여 정치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전략과도 맞물린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도, 특검 등에 휘말리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영남친노 신당을 창당하여 총선에서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운이 좋으면 이명박 정권의 조기 붕괴도 유도할 수 있다. 최소한 이회창 정권보다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노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훨씬 넓다.
둘째는 자신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다보니, 부랴부랴 노명박 연대를 깼다는 분석이다. 동영상 공개 건이 없어도, 어차피 월요일 특검법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특검이 통과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재수사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검찰의 재수사는 필요없고 오직 특검만이 진실을 가릴 것이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어차피 특검이 통과되면, 여론의 압박 탓에 거부권 행사를 하지 못할 바에야, 선수를 치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정도와 원칙 아닌 정략적인 정치인
노대통령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간파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연정 제안에 대해 훗날 “보수진영을 붕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대로라면, 노대통령이 정도와 원칙의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정적을 치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당선을 유도한 뒤, 특검과 검찰 재수사를 통해, 보수진영을 뒤흔들며, 총선 등을 통해 권력을 다시 잡으려는 발상은 노대통령 입장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반대로, 노명박 연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자, 자의적으로 여대를 깼을 수도 있다. 속마음은 노대통령 본인만이 알 것이다.
노대통령의 입장 선회로 급하게 된 것은 이명박 후보 측이다. 노대통령의 오늘 선언으로 최소한 특검의 국회통과 및 진행은 확실시되고 있다. 특별검사의 추천은 노대통령의 측근인 이용훈 대법원장이고, 이를 노대통령이 임명하다. 현재 신당이 제출한 특검의 기한은 30일이다. 빠르면 노대통령 퇴임 전에 수사가 종결된다. 즉 이번 특검은 사실 상 노대통령이 총지휘하며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런 노대통령이 검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하고 나섰으니, 이명박 후보 측으로서는 당선이 되도, 특검이 끝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정국을 예측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런 노대통령도 삼성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특검은 노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진행이 된다. 자칫하면 양쪽의 특검에서 어떤 폭탄이 터질지 예측할 수 없다.
2007년 대선은 어찌보면 12월 19일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12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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