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는 통합, 대선승리 가능성 사라졌다
여권신당과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후보단일화 및 합당을 선언했다. 합당의 조건으로, 양당 간 일대 일 지분으로 한 당대 당 통합, 2-3번의 TV토론 이후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 중도개혁노선으로 복귀 등이 공개되었다.
이러한 선언이 나오자, 기존의 노대통령 지지층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둘 다 반발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측은 “노대통령이 정동영 후보에 대해 열린우리당을 깨뜨린 것에 해명하라고 말했는데, 오히려 도로민주당으로 회귀하며 정 반대의 답을 주었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그간 분당세력, 국정실패세력과 함께 할 수 없다며, 어떻게 갑자기 후보단일화도 아닌 통합을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필자 역시 최근의 글 <김대중의 확인사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어차피 정동영은 마지막 카드조차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여당후보도 야당후보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노무현 정권과 함께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최후에 민주당이 동참해선 안 된다. 그냥 민주당만의 정책으로 밀고 가라. 정동영과 단일화하려면, 노무현정권은 물론 김대중과도 결별하도록 요구하라.
노무현과 김대중은 올해만 지나면 정치생명이 끝나는 사람들이지만, 아직도 민주당에는 수많은 정치인이 남아있다. 미래를 보고 가야지, 과거의 매달려선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원칙을 제시하고, 민주정치세력을 견인해야할 진보어용 언론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노무현 정권과 김대중의 나팔수 노릇을 한 점 역시, 역사적 평가가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 한겨레를 비롯한 이러한 어용언론들의 정치분석글은 민주진영의 생존을 위해 모두 쓰레기통에 쳐넣기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을 내리는 전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여, 묻지마 통합을 종용한 것에서 찾았다. 열린우리당이 한창 분열할 때, 친노세력은 열린우리당에 남아 끝까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반노와 비노세력이 민주당에 합류하여, 대선을 치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마지막 기회조차 날려버린 게 바로 김대중의 패착이었다.
이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으로 대선의 승리 가능성은 1%에서 0.1%로 줄어들었다. 이런 통합에 감동받아 박수를 치는 국민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격리시켜야할 정신병자일 것이다. 고로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도 없을 것이다. 현재 정동영 후보가 11%대, 이인제 후보가 1%대의 지지율이 나오지만, 합쳐서 12%가 아니라, 오히려 한자리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동영으로 후보단일화가 된다면, 기존의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노선 지지층이 완전히 떨어져나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민주당, 어용언론의 무관심 속에 자생능력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통합을 주도한 박상천 대표와 이인제 후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권신당이 국정실패를 자인하고, 절반 이상 떨어져나와 민주당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리고 친노세력은 친노후보를 세워 국민적 심판을 받는 것이다. 이것만이 민주진영의 유일한 대선승리 방법이었다. 양당 모두 이 방법을 걷어찼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 민주당과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명분을 쥐고 있어도 현실적인 힘에서, 여권신당을 분열시켜 끌어낼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똑바로 못한 측면도 있지만, 현재의 진보와 보수라는 양대 벽에서, 중간을 지향하는 민주당의 설 자리가 없었다. 특히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언론과 방송사 등은 시작부터 정동영을 단일후보로 설정해놓고, 민주당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렸다.
이러한 언론의 무관심은 민주당의 자폐화 현상을 불러왔다. 총선 실패 이후 민주당은 대부분의 호남 지역 보선과 지자체에서 승리하며, 얼마든지 세를 확장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한화갑 대표의 독단 등으로 무수한 기회를 놓쳤다. 민주당이 민주정당의 길을 가지 못하고, 자폐화의 길을 걷는 데는, 바로 진보언론들의 민주당 죽이기를 위한 무관심의 해악이 컸다. 관심을 안 가지니, 몇몇 당 지도부가 마음대로 당을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박상천 대표 체제에도 이러한 반민주적 운영방식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민주당은 자생적으로 부활할 기회를 스스로의 역량 부족과 무관심 때문에 놓쳐버린 것이다.
둘째, 여권신당을 뒤에서 조종해온,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계획과 달리, 정동영이라는 정체가 애매한 자가 후보가 되었다. 여권신당은 노대통령이 추인하며, 친노세력이 대거 합류한 친노당이었다. 그런데 이 당에서 대통령과 공조직이 밀어준 이해찬이 참패한 것이다.
만약 이해찬이 후보가 되었다면, 민주당과의 합당은 없었을 것이고, 일대 일 지분협상이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친노후보가 친노당에서 심판받을 정도로, 전국민적인 반노무현 정서가 팽배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여권신당에서 친노세력이 배척당하면서, 민주당은 합당의 명분을 찾게 되었다.
민주당 세력의 역사적 과제는 친노의 완전 척결
하나의 정치적 행위를 평가할 때, 명분으로 평가할 수도 있고, 이후의 결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지금의 통합과 단일화에 명분은 하나도 없다. 반한나라당 연대? 그랬다면, 총선 직후 바로 통합해서, 모든 재보선과 지자체 선거 때부터 반한나라당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때까지 국정실패 세력 심판 운운하다, 대선을 40일 정도 앞두고 갑자기 들어올린 반 한나라당 연대의 깃발에 어떤 국민이 박수를 보내주겠는가?
이러한 명분보다는 오히려 앞으로의 결과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는 바로 국정실패세력이자, 분열세력인 친노의 완전 척결이다.
청와대의 반응에서도 바로 나오지만, 민주당과의 합당에 가장 크게 불안을 느끼는 세력은 친노이다. 자기들이 만든 정당에서조차 친노후보가 참패하며, 코너로 몰리던 게 그들이다. 그런데 친노하면 보수세력보다 더 한 알레르기 반응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절반의 지분을 얻으며 그 당에 합류했다. 친노들의 입지는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물론 이것은 명분이 아니라 결과이다. 만약 민주당이 통합 이후, 노무현 정권을 승계하자느니, 하며 노대통령과 손을 잡는 순간, 민주당의 본류는 친노당에서 몰살당한다. 합당의 원칙부터, 합당 이후, 박상천 공동대표는 물론, 절반을 배당받을 최고위원들까지, 줄기차게 노대통령과의 관계청산을 주장하며, 친노들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 이를 할 수 있으면, 향후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이를 해내지 못하고, 국정실패세력에 끌려다녔다간,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도 참패다.
그 점에서, 가장 강경한 반노세력인 김경재 현 민주당 최고위원과 조순형 의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은 통합에 참여할 수도 있고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참여한다면, 당에 들어가자마자, 친노세력들의 입을 막아버릴 정도로 무서운 숙청의 칼날을 휘두를 필요가 있다. 당이 분열되면 어쩌냐고? 바로 그래서 개혁세력 통합이라는 명분은 휴지조각이라는 것이다.
들어가서 개싸움 벌여서, 설사 당이 다시 깨지더라도, 그래도 붙어야 한다. 더구나 12월에는 열린우리당 전대무효 소송 판결이 나온다. 이 판결 이후에 친노세력들이 다시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튀어나갈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결과가 나와야지만, 통합의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은 반노와 중도의 통합이지, 친노까지 포함되는 통합이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통합은 대선용이 아니라 사실상 총선용이다. 대선의 참패 이후, 4월 총선까지, 신당에 합류한 민주당 세력들은 살벌한 숙청작업을 통해, 친노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야만, 원내교섭단체라도 구성할 의석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정실패에서 자유로운 이인제가 낫다
그 점에서, 이제는 정동영과 이인제 간의 후보단일화에서부터 확실한 전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 정동영은 노무현 정권의 최대 수혜자로서, 정권의 실정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후보이다. 그런 그가 놀라울 정도의 마케팅 능력을 통해, 마치 비노후보인 양 자리잡았다. 이런 그의 애매한 포지션 때문에, 어용매체들이 그토록 밀어줘도 10%초반 대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가 1-2%대로 부진하지만, 국정실패세력인 정동영과의 맞짱토론과, 이에 따른 언론의 공평한 보도만 이어진다면, 얼마든지 여론조사에서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 솔직히 11%나 1%나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는가?
만약, 기적적으로 이인제 후보가 정동영을 누르고 단일후보가 된다면, 합당한 신당은 99% 민주당이라 봐도 괜찮을 정도로 세탁을 하게 된다. 다시 잃어버린 민주당의 본류가 정치판의 중심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소수자로 몰린 개혁세력 내에서의 자정효과이지,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이인제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 해도, 대선의 승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동영이 단일후보로 되는 것보다는 단 1%라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향후 총선에서의 입지는 훨씬 더 강화된다.
그러므로, 이인제 후보는 정동영과의 토론에서, 정동영 후보야말로 국정실패세력이라는 점을 집중강조하며, 당내의 민주당 세력의 목소리를 키워줘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이인제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민주당 강경파들도, 정동영과 이인제의 대결에 솔선수범하여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당의 결정에 일정 정도 종속되어있는 정치인이 아닌 일반 민주당 지지라면, 이들의 명분없는 야합에 지지를 보내야할 이유는 없다. 설사 민주당 세력이 이인제로의 단일후보에 성공하고, 친노세력 사냥에 성과를 거둔다 해도, 없던 명분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선에서는 이들 모두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역사적 대의명분의 측면에서 올바른 일이고, 대선승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것이다. 2007년의 시대정신은 10년간 해먹은 개혁세력이 다시 합쳐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자는 게 아니라, 개혁이라는 포장으로 대한민국을 대혼란에 빠뜨린 친노무현 세력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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