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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Vs 이회창, 노무현은 누구 편일까

이회창 당선 저지를 위해 노무현은 이명박을 민다


얼렁뚱땅 정치를 재개한 이회창의 상승세가 놀랍고 무섭다. 엄정화 남동생 엄태웅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두 편의 드라마 제목이 이회창의 약진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듯하다. ‘마왕’과 ‘부활, 합치면 마왕의 부활. 시청률은 높지 않았으되 무수한 폐인을 양산했던 작품들이었다. 돌아온 이회창은 ‘창사랑’으로 대표되는 폐인들에 더하여 유권자의 엄청난 지지도까지 누릴 태세다.

마왕의 부활은 애꿎은 희생자들을 필연적으로 양산하기 마련이다. 최대의 희생양은 문국현이다. 문함대에 합류했던 박근혜 지지자들이 이회창 진영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결과다. 지지율 5프로가 무너진 지금, 문국현이 권영길과 이인제 수준의 군소후보로 추락하는 사태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문국현은 단일화를 거부하고 결승점까지 완주할 각오다. 문국현 지지층의 주류는 때려죽여도 호남사람, 즉 정동영 밑으로 만큼은 절대 들어갈 수는 없다는 영남패권의식으로 가득 찬 경상도 태생의 수도권 거주 여피족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만류와 눈총 탓에 문국현행을 단념했을 노혜경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속내를 화끈하게 드러냈더라. 이명박과 정동영 가운데 누가 더 나쁜지 모르겠다고.

과연 이회창은 이명박을 제치고 그가 주장하는 진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까? 국민원로는 이회창의 승리 가능성을 대단히 낮게 평가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겠다는 이회창의 황당무계한 대의명분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기에 구체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련다. 김경준이 몰고 올 폭풍의 위력 또한 감안하지 않겠다. 검찰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므로. 언제나 대한민국 검찰은 이기는 쪽 편임을 명심하라.

이회창이 이명박에게 이길 확률이 희박할 걸로 예상하는 이유를 밝히겠다. 천기누설 뭐 그런 건 결코 아니다. 나는 ‘정감록’이니, ‘송하비결’이니 하는 따위의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알쏭달쏭한 예언서에 의존하지 않는다. 단지 상식적 판단과 현실적인 정세분석에 따를 뿐이다. 이명박한테는 이회창에게 없는 무기가 있다. 바로 노무현이다. 이회창은 꿈도 못 꿀 필살기를 이명박은 보유한 것이다.

대통령을 퇴임한 노무현이 신상의 불안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할 인물은 이명박이 유일하다. 아무리 형편없이 약체화된 현직 대통령일지언정 자기가 염두에 둔 후보자를 당선시킬 수는 없을지라도 자신이 반대하는 대권주자의 선출을 막을 수 있는 힘만은 가지고 있다. 노무현 입장에서 이명박은 약간 상한 음식이고 이회창은 맹독성 청산가리다. 변질된 음식물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데 그친다. 청산가리는 먹는 즉시 사망이다. 둘 중에서 하나를 부득이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전자를 고른다.

노무현의 이명박 밀어주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회창이 대선 3수에 돌입하자마자 청와대가 이회창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한데 참으로 의문이다. 사사건건 참견해 꼬치꼬치 따지기 좋아하는 노무현과 그 심복들이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재벌의 비자금 살포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노무현이 삼성의 수석장학생이라는 세간의 빈정거림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허나 이명박을 지원해 신변안전 보장과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동시에 도모하려던 노무현과 영남친노세력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이명박의 본심이 뭐든 더는 노무현 정권에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기가 어려워졌다. 이회창과 함께 노무현 조지기 경쟁을 벌어야 할 판국이다. 잔머리로 흥한 자 잔머리로 망한다고, 노무현 정권이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격이다.

이명박 참모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거라는 나의 경고에 그들은 노무현이 건재한 까닭에 안심할 수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명박한테 노무현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봉착할 적마다 주머니에서 꺼내어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다. 스타크래프트에 대입하면 치트키. 궁지에 몰린 이명박이 “Show me the 노짱”이라고 자판을 두드리는 순간 그의 수중에 막대한 양의 가스와 미네랄이 들어오곤 한다.

나는 노무현과 이명박의 공생관계를 역이용하고자 전력투구해왔다. 노무현만 무력화시키면 이명박은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와 다름없다는 전략적 사고의 소산이었다. 문국현이 노빠의 방주 역할을 자청하다가 제대로 출항도 못한 채 침몰하고, 정동영이 노무현에게 아부하다가 쫄딱 망한 이제야말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다. 이이제이! 이회창으로 이명박을 쓰러뜨리자. 국민원로는 노무현과 이명박의 노명박 연합보다는 박근혜와 이회창의 박회창 동맹이 장기적 관점에서 나라와 국민, 특히 평범한 서민대중에게 그나마 덜 해롭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특급 수구들은 예컨대 강도짓만 한다. 노무현 정권 등장과 더불어 새로이 집권층으로 부상한 영남 B급들은 강도짓은 기본이려니와 사기까지 친다. 특급 수구 인사들은 깜박이와 진행방향이 일치하지만 영남 B급 인재들은 깜박이를 오직 국민들을 기만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정치적 선택의 본질은 비교우위다. 2007년의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비극은 최최악과 최악이 싸운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 몹시 치사하고 더럽기는 해도 최최악이 아닌 최악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리는 이이제이와 분산시켜 격파하는 분할통치는 짱꼴라들과 기득권 계급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군사작전과는 다르게 정치기동의 생명력은 보안성이 아니라 대중성에 있다. 개방과 공유, 그리고 참여의 웹2.0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여러분들께 제안하는 바이다. 우선은 전통수구 1(박회창)로 신흥귀족 19(노명박)를 치자. 1의 잠재적 동맹자인 19가 사라진 다음 우리의 역량을 키워 1과 건곤일척의 진검승부를 벌이는 거다.

칙칙하고 썰렁한 이회창의 출마선언문에서 쓸 만한 구절을 딱 한 개 발견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정직하게 인정하는 정신과 용기가 있다면 국민은 신뢰할 것입니다.” 이는 정동영과 문국현이 노무현을 겨냥해 뱉었어야 할 말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이회창 입에서 나오게끔 허송세월한 문국현과 정동영이 듣보잡들로 전락한 건 순전히 자업자득이다. 노명박탕만 마셨어도 쌍끌이 구도의 주역은 당신들이 되었으리라.

상위 1프로의 특급 수구가 낳을 수 있는 최고의 수재 이회창에게 진지하게 주문하겠다. 요즘 이명박과 주위의 뉴라이트 떨거지들이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명박의 교육정책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먹고살 만한 19퍼센트를 위해 특목고를 대폭 증설할 터이니 너희들 80은 대충 기술이나 배우라는 내용이다. 경기고-서울법대의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으신 회창옹께서 이명박을 향해 쓴소리 좀 해주시면 안 될까? “K대 출신 B급 인재는 기술이나 배워!”라고. 청계 이명박 선생을 공포에 떨도록 만들고 있는 BBK에는 나름대로 하늘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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