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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 포털 독재 타도의 깃발을 들다

인미협, 20일 인터넷언론 대토론회 개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예외없이 누구나 사용하는 인터넷. 인터넷은 ‘윈도우 95’라는 OS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인터넷 바람이 분 것은 불과 10년 남짓. DJ정부는 경제 불황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인터넷 등 IT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IT인프라 강국이 됐다.

200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자는 3천257만명에 이르며, 이 중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약 1천2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HSDPA방식을 사용한 무선 모뎀, 와이브로 등과 같은 무선 인터넷과 일명 ‘3G 폰’이라는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게 가능한 몇 안되는 나라가 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인터넷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지만 왠지 사용자들의 불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로 포장(인프라)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용(콘텐츠)의 빈약함 때문이다.

한국 인터넷의 모든 것, 포털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PC를 켜자마자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실행시킨다. 브라우저가 뜨면 나타나는 초기화면은 대부분 국내 포털 사이트. 출근 또는 등교와 함께 메일을 확인하고 주요 뉴스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때 소요되는 시간은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30분에서 1시간 남짓이라고 한다.

이렇게 초기화면으로 사용되는 주요 포털의 메인화면을 보면 그 구성이 거의 흡사하다. 맨 상단 중앙에 포털 사이트의 로고가 있고 중앙에는 자그마하게 뉴스들이 표시된다. 뉴스 바로 왼편에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창이 있다. 뉴스 오른편 상단에는 ‘인기검색어’라는 메뉴가 있다. 로그인과 뉴스 박스 바로 아래에는 포털 사용자들이 게시한 콘텐츠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양 쪽 아래편에는 각종 쇼핑몰 광고가 떠 있다.

이런 대동소이한 메인화면에 대해 국내 포털들은 ‘사용자의 취향에 철저히 맞춘 결과’라고 자랑한다. 반면 포털 사이트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이 같이 화면을 구성하는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누구 말이 옳을까?

포털의 메인화면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뉴스의 위치다. 왜 가장 눈에 잘 띄는 중앙에 무료 서비스가 배치되어 있을까? 그 이유는 ‘돈’이다. 현재 인터넷 비즈니스의 수익은 대부분 광고에서 나온다. 광고 단가는 방문자 숫자로 결정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 10명 중 8명이 방문하는 포털의 광고 단가는 엄청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덕분일까?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2006년 매출은 5천700억원을 넘었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올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의 경우에도 2006년 매출이 4천600억원을 넘었다. 이들의 당기순이익은 30%를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매출액은 벤처거품붕괴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다른 IT기업과 비교된다. 대체 네이버, 다음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버는 것일까? 그 비밀은 이들이 서비스하는 무료 콘텐츠, 특히 뉴스 서비스에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상당수가 공감하는 습관이 있다.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에 들어가면 로그인 박스 바로 옆에 있는,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예를 들면 ‘신정아 누드’ 등)에 저절로 손이 간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다보면 결국 메일확인을 하려다 1시간을 훌쩍 날려 버린다.

이런 포털의 뉴스들은 모두 주요 언론사로부터 공급받는 것이다. 언론사는 매달 1천만원에서 수십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포털에 뉴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하루 평균 8천 건의 뉴스를 제공받으며 다음도 6천 건 가량의 뉴스를 받는다.

이렇게 제공된 뉴스는 우선 포털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그 다음 포털의 뉴스 편집자가 주제별로 분류하고 주요 화면에 배치한다. 포털의 돈벌이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먼저 포털은 자신들이 제공받은 뉴스의 제목 등을 보다 자극적으로 편집, 메인화면에 게재한다. 사용자들을 더욱 자극하기 위해 서로 반대되는 논조의 신문을 함께 배치하거나 제목을 짜깁기 하기도 한다. 거의 ‘낚시’인 것이다.

포털에 ‘낚인’ 사용자들이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를 계속 클릭하고 검색하면 해당 뉴스의 주제나 제목이 자연스럽게 인기검색어에 포함된다. 메인 화면에서 인기검색어를 본 다른 사용자들은 다시 검색을 통해 해당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때 많은 사용자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해당 뉴스를 퍼간다. 포털이 해당 뉴스 화면 아래에 마음대로 가져 갈 수 있도록 메뉴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저작권 위반인지도 모른 채 마음대로 뉴스를 가져간다.

한편, 인기검색어에 포함될 즈음, 해당 뉴스의 댓글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일어난다. 논쟁이 심할 경우 댓글 숫자가 수백 수천 개를 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포털의 방문자 숫자와 조회수는 급격하게 늘게 된다. 포털은 이때 인기가 높은 뉴스 화면이나 블로그 옆에 자신들의 광고를 슬쩍 끼워 넣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포털의 광고 단가는 엄청나게 높아진다. 실제 네이버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런 검색광고에서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다.

언론, 제4부의 권력을 포털에게 넘겨주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면 논쟁이 생기게 되고, 논쟁이 격해지면 말도 험악해지는 건 당연지사.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댓글이 늘어간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도 빈번해진다. 마녀사냥도 일어난다. 때로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급격히 번지기도 한다. 특정 세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루머가 퍼지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상당히 많다. 그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포털이 취하는 조치는 신고버튼이 고작이다. 그것도 두세 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처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기사 또는 댓글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는 건 대부분 해당 언론사다. 이때 포털은 ‘우리는 뉴스를 받아 그대로 제공만 할 뿐 모든 책임은 해당 언론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피해자는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

하지만 언론사는 포털에 제대로 항의하기 어렵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에서 포털과 싸운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은 60~80개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제공받는다. 포털 입장에서는 이 중 한두 개가 빠진다고 해도 지장이 없다. 여기에다 보복 수단도 있다. 바로 포털의 검색기능이다.

참고로 포털들은 철저히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된다. 이는 검색을 해 보면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이 포털에서 뭔가를 검색하면 찾고자 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나온다 하더라도 해당 포털의 광고부터 나온다. 외부 사이트가 검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뉴스도 마찬가지다. 포털과 제휴 계약을 맺지 않은 언론사의 뉴스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포털에 불리한 기사는 뉴스 화면에 띄우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언론사의 입장에서 포털과 대결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포털의 눈 밖에 나게 되면 해당 언론사의 방문자 수가 급감하고 수익성도 하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언론사들은 포털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기사 또한 내용을 충실히 하기 보다는 더 빠르게, 보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반면 심층취재 기사는 점점 줄어들게 됐다. 이 같은 악순환 속에서 기사의 질은 나빠지고 사용자의 불만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그리고 그 화살은 모두 언론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포털에 당하는 입장이지만 언론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는 개발업체들이 전멸상태다. 실제로 지도검색, 빠른 길 찾기, 가격비교, 지식인 서비스, UCC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 분야는 포털 때문에 대부분의 신생기업이 사라졌다. 저가에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카피하거나, 콘텐츠개발기업의 인력을 스카웃해 거의 유사한 콘텐츠를 자체개발해 무료로 서비스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도 포털의 변화는 없다. 최근에는 국내 보안업체 하우리와 안철수 연구소에서 스카웃한 인력들로 자체개발한 인터넷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포털독재 타도를 위해

이 같은 포털의 횡포에 결국 언론이 반기를 들었다. 지난 9월 11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는 ‘뉴스·콘텐츠저작권자협의회(뉴콘협)’가 발족했다. 24개 중도·우파 매체가 모인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주요 중앙 일간지의 닷컴사가 모인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안 등이 모인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진보매체 기자들이 주축인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6개 인터넷 언론 협회 240개 사가 포털에 의해 왜곡된 언론 정화를 위해 모인 것이다.

뉴콘협의 출범은 콘텐츠 업체는 물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 하나만 생각하고 편리함만을 좇을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보고 쉽게 판단하고 매도할 경우 그런 천박함과 이기심이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포털에 의한 독재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인터넷, 언론의 미래인가'라는 주제로 오는 20일(목) 여의도 CCMM 빌딩 1층에서 열리는 토론회가 이러한 반성과 배움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세상을 밝히는 자유언론-프리존뉴스/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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