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괴위원회 확인없이 대의원명부 조작
열린우리당이 3년 9개월 만에 사라졌다.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민주신당과의 합당을 재적 대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자신들이 정치개혁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자당의 당헌당규를 100% 어겼다.
열린우리당 당규 3호, 2장 4조에서는 전당대회 개최 5일전에 대의원 명부를 확정하고 이를 최고위원회에서 확인받도록 되어있다.
제4조 (대의원 명부)
"당의장은 전국대의원대회 개최 5일전까지 대의원명부를 확정하고, 이를 최고위원회에 보고하여 확인 받아야 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처음부터 이 규정을 어겼다. 열린우리당의 서혜석 대변인이 대의원명부를 최고위원회에 확인받아 발표한 날은 전당대회 바로 전날인 8월 17일이었다.
이 당시 서혜석 대변인은 8월 13일에 6378명의 대의원 명부를 홈페이지에 이틀간 개시하여, 15일까지, 보정을 거쳐 5374명을 최고위원회에서 확정했다 밝혔다. 이미 전당대회 5일 전 8월 13일에 확정된 대의원명부를 이틀 간 수정하여, 벌써 1000명의 대의원을 누락시켰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 치자. 한나라당의 경우는 대통령 후보 선거인단 명단을 20일 전까지 최고위원회에서 확정토록 되어있지만, 이재오 최고위원의 항의로, 92명의 대의원을 누락시킨 바 있다. 또한 민주당 역시 당대표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 명부 확정 뒤, 수정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경우, 그들의 당헌당규에 따라, 모두 최고위원 회의와 대표단 회의에서 수정한 대의원명부를 확인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경우 최고위원회의는 8월 17일이 마지막이었다.
하루만에 사라진 대의원 174명
8월 17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확인한 대의원 명부 5374명이, 그 다음날 전당대회 직전, 5200명으로 줄어드는데, 최고위원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다. 단 하루 사이에 대의원 174명이 사라졌는데, 이를 확인해야할 의무가 있는 최고위원회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다보니 언론 역시 혼란을 겼었다. 머니투데이의 경우 8월 18일 오후 2시발 기사에서 재적 대의원을 5374명으로, 과반 정족수를 2674명으로 보도했다. 김혁규 의원 측에서는 이미 정적수 확보가 불가능하다 보고, 기자들에게 대의원 대회가 무산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4시 10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느닷없이 재적 대의원이 5200명이고, 2641명이 참여하여 정족수를 채웠다고 성원보고를 했다. 윤호중 대변인은 “17일까지 5374명이었는데, 이중당적자와 탈당자를 정리하여, 18일 오전 5200명으로 선관위에 보고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의원명부를 확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당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는 말은 없었다.
민주화세력이라며, 민주주의 절차 모두 여겨
누가 봐도, 당일날 재적 대의원을 누락시켜, 정족수를 채운 것은 당헌당규를 어긴 것이고, 선관위에 제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물론 이러한 일은 열린우리당 지킴이 연대 및, 김원웅, 김혁규 등 사수파가 할 일이다.
그보다는 당원을 위한 정당, 아래로부터의 정당, 정치개혁을 위한 정당이란 깃발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조차 지키는 전당대회 절차를 어겨가며, 마지막 행사를 망쳐버렸다는 것이, 한국 정치사의 역사적 아이러니로 남게 될 것 같다.
특히, 4년 전, 열린우리당의 정당개혁의 원동력이었던 개혁당의 해산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탈법 행위가 있어, 훗날 선관위로부터 무효판정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 상 상습적이다.
공교롭게도 개혁당의 불법 해산을 주도하여,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유시민 의원은, 이번에도 열린우리당이 불법적 해산하는 당일날 같은 장소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두 번에 걸쳐, 정치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정당을 파괴한 뒤, 또 다시 새로운 정당에 넘어가 대선후보로서 정치개혁을 외치겠다는 것일까?
대선구도를 민주 VS 독재로 끌고가며, 그들이 손가락질하는 독재정당도 다들 지키는 전당대회 절차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면서, 민주화세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말하는 그들, 이것이 민주주의라면 나는 단호히 독재세력의 편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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