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의 그런데님의 글입니다.

DJ신당 참여 논란에 휩싸여 있던 민주당이 서서히 독자경선에 대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전국 광역시당위원장들이 결의문의 형식을 통해 잡탕 식 DJ신당에의 참여를 거부하고 하루 속히 민주당 독자경선 로드맵의 제시를 당 지도부에 촉구하는 공론화 작업에 도입했다. 이로서 DJ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DJ신당 참여를 거부하고 탈DJ노선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 DJ로서도 이러한 민주당에 더 이상 타격을 가할 마땅한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결국은 본격적인 민심의 확보 여부로 최종 판단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럼 민주당이 독자경선을 실시한다면 과연 국민적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리고 그들이 노려야 하는 시장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 시장일까.

민주당과 DJ신당간 주도권 다툼의 승패기준을 호남의 여론 향배로 점치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 모두가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세력이며 또 그를 통해 오늘에 이르렀기에 분명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DJ와 민주당 그리고 호남이라는 강고한 연결고리가 DJ의 탈 민주당과 민주당의 탈DJ노선으로 절연된 상태에서 그들 모두가 갖고 있는 호남과의 연결고리는 이제 느슨해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들 양자는 서둘러 이를 복원하려 할 것이고 우선은 DJ신당 측의 우월성을 추측할 수 있다.

DJ신당 측의 호남에서의 우월성을 추측한다고 해서 이 자체가 DJ신당과 민주당의 주도권 다툼에서의 승패로 곧바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다. 호남 인들은 좋든 싫든 정치적 관점에서 DJ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그러한 결과 호남에서의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의 유력한 인사들의 높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절대 간과 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지만 이러한 호남인 들의 DJ이후의 정치적 대안 찾기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며 향후 더욱 더 탈 DJ흐름을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요는 이러한 호남의 탈DJ 대안 찾기가 DJ지도아래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정치인들 스스로의 탈DJ를 통해 이루어지느냐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대선을 통해 한번의 시험이 있었다. DJ의 지도력 아래서 노무현이라는 대안을 선택해 DJ이후의 대안을 실험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실험은 철저히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DJ가 호남인 들에게 제시한 DJ이후의 대안은 호남인 들의 입장에서는 철저히 실패로 규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러한 실패의 반작용이 반DJ일 수밖에 없는 이명박, 박근혜의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과 DJ신당간의 주도권 다툼은 결국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호남에서의 DJ이후 대안 찾기는 DJ의 지도력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과 이번에는 정치인 스스로 탈DJ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의 충돌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다툼에서 초기 승부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DJ신당을 통한 DJ이후 대안 찾기가 우월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본질은 호남에서의 대안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에 있다는 점이다. 호남에서의 DJ이후 본질적 대안은 호남만의 대안이 아니라 호남까지도 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로서 DJ시절이나 다른 모든 시기에도 궁극적인 목표이며 목적이다. 민주당과 DJ신당간의 주도권다툼이란 호남이라는 특정한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 확보 경쟁이 아니라 그 호남까지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대안이냐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과 DJ신당간의 경쟁은 호남이라는 특수한 지역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다른 지역은 물론 그 특수한 지역에서마저 대안일 수밖에 없는 정치세력인가의 경쟁이다. 이러한 이유로 단지 초기 호남의 지지율이 어느 쪽이 우월 한가로 이 경쟁을 평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만일 지역주의라는 것을 특정한 지역의 극단적 지지를 바탕으로 타 지역의 보편적 지지를 제압하려는 것이라면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진영은 전자에 속할 것이고 그 반대는 이명박 진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민주당과 DJ신당간의 경쟁을 바라볼 때 DJ신당은 지역주의라는 점에서 박근혜 진영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고, 민주당은 탈 지역주의라는 점에서 이명박 진영과 같은 길을 선택한 것이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놓고 경쟁을 하는 것이지만 그들이 확보하고자 하는 국민적 지지를 전혀 다른 곳에서 좌판을 펼치고 차별화된 시장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면 강남에 본점이 있는 한나라당 안에서 박근혜는 강남 한복판에 좌판을 펼쳤고 이명박는 한강 변에 지점을 세우고 좌판을 펼친 형국이다. 또 강북에 본점이 있는 DJ신당은 역시 강북 한복판에 좌판을 펼쳐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민주당은 아 에 본점을 한강변에 차리고 그 곳에서 좌판을 펼치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범 여권인 DJ신당은 제1정치세력이고 그에 맞서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은 제2정치세력이다. 그에 비해 한강변에 본점을 차리려는 민주당은 바로 제3정치세력이다. 그런데 민주당과 이명박 진영은 동일 장소에서 좌판을 펼쳤다는 점에서 마주보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경쟁상대이다. 이래서 항간에는 탈DJ한 민주당의 후보가 뜨면 이명박이 몰락한다는 예측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당장에 맞부딪히는 이명박을 상대로 민주당의 조순형, 이인제, 김영환이 경쟁력이 있는가가 당장의 민주당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생존 가능성에 대한 분명한 응답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이 승부 여부에 따라 올해 대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상대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진영이다. 이들이 이명박 진영을 상대로 가장 먼저 공격할 부분은 YS지원이다. 그리고 그 무기는 탈DJ노선이다. 주지하다시피 YS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추락하는 이명박을 지지해주는 가장 강고한 지원세력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YS공격은 양수겸장으로서 DJ신당과 이명박 진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가장 유효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지나 간 과거의 권력인 동시에 현실의 살아있는 권력인 DJ와 YS를 동시에 논란의 중심부로 끌고 나와 공론의 장에서 논쟁을 벌리는 가장 흥미 있는 호객 행위가 될 것이다. 다소 식상해 가는 대선정국이 3김 정치의 부활세력과 그를 저지하는 세력간의 논쟁으로 다시 한번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절대적인 호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 논쟁의 장은 그들, DJ와 YS 스스로에 의해 마련되고 있다. 다만 아직 그들을 상대로 논쟁을 버릴 세력인 민주당이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의 독자경선 추진은 이러한 침묵에 종지부를 찍는 선언이 될 것이다.

올해 대선정국은 정치적 기득권세력인 3김 정치의 부활세력과 그를 저지하려는 세력간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점에서 박상천 민주당대표의 DJ신당은 곧 한국정치 10년 후퇴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10년 전 IMF사태로 속절없이 권력을 잃었던 YS가 10년 후인 오늘 이명박을 통해 부활하려 하고 있으며 그의 경쟁자인 DJ역시 DJ신당을 통해 10년 전 맛봤던 달콤한 승리를 재현하려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시절 기득권세력이 인위적으로 만든 질서에 불복해 그들 모두에 대항했던 이인제는 오늘 민주당 속에서 또 다시 그들, 정치적 기득권세력을 향한 투쟁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만 전면에 나서면 1997년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의 결과는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결과를 그저 재현하는 것으로 그칠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일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역사는 소수 창조자들에 의해 창조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들, 소수의 창조자들이 다수의 모방자들을 양산할 때 구 질서는 소멸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할 때 구 질서는 다시 한번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미 창조력을 잃은 구 질서가 비록 야만에 기대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간다고 해도 결국은 소멸한다는 것이 진리이다. 소수의 창조자들은 1997년 그 시절에도 그랬지만 다음 시절인 2007년 오늘에도 또 10년 후에도 역시 그러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