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문성일기자][미분양 적체에 울며겨자먹기 사업 강행…정부대책 '전무']
㈜신일의 부도는 그동안 주택분야 위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 중견 건설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가 신일의 흑자부도를 주목하는 것도 경기 침체로 인해 바닥을 헤매고 있는 지방 분양시장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이기 때문이다.
◇장기 침체..미분양 적체 심화=실제 극히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곤 지난해 말 이후 상당수 지방 분양시장은 한 마디로 빈사 상태다. 한때 호황을 누리며 지방 분양시장을 이끌었던 대구의 경우 신규 물량도 별로 없지만, 그마저도 내놓는 단지마다 대량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2005년과 2006년 2년간 6개 사업장을 무더기로 선보였던 ㈜신일도 계약률이 여전히 30~40%를 벗어나지 못한 채 장기 미분양을 안고 있다.
계약률이 5%를 넘지 못하는 현장이 있는가하면, 단체 일괄 구매시 분양가의 20% 가량을 할인해 주는 '덤핑' 사업장도 등장했다. 일부 입주 단지의 경우 잔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아 상당수가 빈집으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을 기대하기엔 하늘의 별따기다. 한때 1억원 이상의 웃돈이 형성됐던 중대형 평형은 대부분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돌아섰다. L건설 대구지역 분양소장은 "활황세를 보일 때는 한꺼번에 몇 채씩 사들였던 계약자들도 수두룩했지만, 지금은 원금만 받을테니 되팔아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나 광주 등 지방 광역시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2년 이후 한 두해 정도 반짝 활황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면 벌써 몇 년째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년전 부산에서 초고층아파트를 선보였던 B사의 경우 아직도 적지 않은 미계약 물량이 남아있다. 그나마 계약금을 최소화했지만, 수요자들의 입질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울며겨자먹기식 사업 강행에 '피멍'=상황이 이렇지만, 지방에서의 신규분양은 계속되고 있다. 주택시장이 경기 흐름에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 사업시기를 조정해야 하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하다고 건설업체들은 볼멘소리를 했다.
S사 관계자는 "대다수 분양사업이 자체가 아닌 도급 형태여서 시행사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사업이 많은 W사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이 좋지 않은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도지만,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도급계약을 해지하기도 어려워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분양을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놓고 있는 정부=건설업계는 이처럼 지방 시장의 위험성과 어려움을 수년째 호소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다.
청약자격 등을 제한하는 투기과열지구는 지난 2002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해 왔으나 아직까지 해제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집값 상승은 커녕 가격이 떨어지고 투기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가 해제해 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는 재정경제부가 지정하는 투기지역도 별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장은 건설업체들이 위험성을 낮추는 사업에 집중하되, 정부도 도미노 도산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최근 분양은 저조한데다, 금융권의 신규대출 제한과 금리 인상 등이 동시에 겹치는 상황인 만큼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주택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들의 경우 분양시기를 조절하거나 보수적인 경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지방 시장을 수도권과 동일시하게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전제하며 "지방의 경우 투기제한 정책을 단계별로 해제하는 등의 차별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일기자 ssamdd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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