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유림기자]지난주부터 본격 점화된 금리 공포에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이 기름을 부었다. 그린스펀은 전일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으며 미 국채 금리와 이머징마켓 채권 가산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의 경고에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한때 5.303%까지 올라 5년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02년 5월 5.32%를 기록한 이후 5년래 최고치이며 지난해 6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FRB의 익일불 대부(overnight loan) 금리 상한선 목표를 넘어섰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가는 뒷걸음질쳤다. 그린스펀 의장은 "나는 시장 밖에 있는 사람인데 시장이 나의 분석을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반영한다"고 불평 섞인 토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펀은 금융시장에 또 다시 파장을 초래했다. 그의 개인적 바람과는 별개로 그린스펀은 여전히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린스펀의 전망대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경기가 동시에 호황을 보이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함께 올라가면서 유동성 붐이 끝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저비용 생산 구조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줬던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 역시 높은 물가상승률에 시달리면서 긴축 기조 확산은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올랐다.
특히 유럽중앙은행과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지난주 금리를 올린데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영란은행, 일본은행, 중국인민은행 등이 금리 인상행(行) 기차에 올라탄 것으로 보여 금리 전망은 한동안 증시에 그늘을 드리울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 이익이 둔화되고 랠리 원동력이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열기를 꺼뜨리기 때문에 증권 시장에는 악재 중 악재다.
하지만 두려움이 과장됐다는 분석도 있다. 브리핑닷컴은 10년만기 국채의 명목 금리(5.30%)에서 물가상승률(2.7%)을 뺀 실질 금리는 2.6%로, 장기 평균치인 2.5%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로 잠재성장률 3%에 미치지 못한다.
그린 회장은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니까 미국도 결국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증시는 오늘부터 테스트에 돌입한다. 이날 FRB의 베이지북을 시작으로 오는 14일과 15일 잇따라 5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돼 금리 우려가 과장된 것인지 아닌지 시험에 든다.
◇ FRB 베이지북 주목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후 2시(현지시간) 발표하는 베이지북은 오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FRB의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다. 미국 제조업 활동이 견조한 성장을 지속했는지, FRB가 물가 압력을 여전히 '불편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지를 체크해봐야 한다.
상무부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5월 소매판매를 발표한다. 5월 소매판매는 미 소비자들의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지출이 늘어 0.6% 증가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된다.자동차를 제외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같은 0.6% 증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 됐다.
같은 시각 노동부가 5월 수입물가지수를 발표한다. 블룸버그통신 기준 5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올라 전달(1.3%) 상승률을 소폭 밑돌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판매와 수입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증시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세계 증시 동향
일본증시는 채권 금리 상승 여파로 하락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속에 부동산개발주와 유틸리티주가 약세를 이끌었다.
닛케이225평균주가는 전일대비 28.14엔(0.2%) 밀린 1만7732.77로, 토픽스지수는 5.7포인트(0.3%) 떨어진 1745.92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가권지수는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수출주가 하락해 23.87포인트(0.3%) 내린 8346.39로 마감했다.
미국 지수 선물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시간 오전 3시31분 현재 S&P500지수선물은 전일 대비 2포인트, 나스닥100지수선물은 2.5포인트 상승했다.
김유림기자 k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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