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동하기자][韓증시 매력 줄었나?... 외국계 '건전한 단기조정']
선·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거세다. 그간 외인의 매수세가 꾸준하고 완만하게 진행됐다면, 매도세는 속도가 무척 가파르다.
외인들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엿새(거래일 기준)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5722억원을 순매도했다. 13일 하루만 3117억원으로 이틀 연속 3000억원 넘는 순매도공세다.
이날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5021계약 순매도로 반전했다.
증권업계는 이에따라 외인들이 한국시장에 대해 '이제는 차익실현을 하고 떠날 때'라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국제유동성 위축 우려가 회자되고 있는데다, 급격한 상승으로 차익실현 욕구도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인의 매도세는 특히 최근 급등한 중국 관련 주도업종에 집중돼 있다. 이날 외인들은 운수장비업종 789억원 철강및금속업종 주식을 529억원 어치씩 팔았다. 조선·운수장비업종에서 기계 업종으로 팔자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김대열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증시가 불안한 점, 가격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으로 추가 매도가 예상된다"며 "국내자금의 유입속도가 느려질 경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긴축 재개 가능성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외인 매도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특히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인한 외국인의 매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이머징대비 우리증시의 밸류 격차는 5% 내외로 좁혀진 상태. 벨류에이션 메리트가 희석되면서 외국인의 매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포트폴리오분석부장은 "외인의 매도세는 지수부담으로 인한 차익실현 차원"이라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다. 한국시장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은 아니며, 지난해처럼 한국증시에서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이머징마켓으로 급격히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릴린치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주식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여전히 이머징시장에서는 한국이 좋은 선택지"라며 "건전한 조정 차원에서 주식으로부터의 이탈은 있을 수 있으나, 다른 이머징 마켓으로 급격히 자금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최근 조정은 단기적 현상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시장이 좋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주가가 오르면 이익실현 매물이 나오기 마련이며, 숨고르기를 거친 후에 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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