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병근기자][타고난 승부사 슈워츠먼의 돈버는 방법]
"나는 이기는 법을 갈구하는 작은 남자다. 최고경영자(CEO)로서 협상에 나설 때는 경쟁자에게 일격을 가해 '제거'하는 게 나의 목적이다."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는 "나는 항상 경쟁자를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이같이 소개했다.
블랙스톤이 관리하는 자산은 현재 88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각종 수입으로 총 23억달러를 벌어 들였다. 슈워츠먼은 블랙스톤 지분 23%(75억달러상당)를 보유하고 있고 연봉만 6억7720만달러에 달한다.
슈워츠먼은 최근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사모투자 업계의 선두 주자다. 블랙스톤과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같은 사모투자회사들은 차입경영을 통해 자신보다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M&A)한다. 목적은 단 하나, 더 비싼 값에 재매각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랙스톤에 투자하는 것은 큰 의미에서 슈워츠먼의 투자기법과 야망을 사는 것이라며 그의 투자 철학과 인생을 13일 소개했다.
◇ 슈워츠먼, 타고난 승부사
슈워츠먼은 15세에 가족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일을 배웠다. 그의 가족은 필라델피아에서 중간 크기의 상점을 운영했다. 그는 당시 삶의 질에 만족하는 아버지를 못마땅히 여기며 "상점을 계속 늘려 확장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학창시절 그는 달리기와 농구를 즐겼다. 그는 작은 키를 보상받기 위해 남들이 하기 어려운 고난도 농구 기술이나 전략을 연마했다.
그의 대학원 동기인 제프리 로젠 '라자드 프레레' 투자은행의 명예회장은 "슈워츠먼은 축구대회를 맞아 이론상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3각 포메이션을 만들었다"며 "그러나 실전에 쓰기에는 너무 어려워 아무도 엄두를 못냈다"고 술회했다.
◇ 예일·하버드를 거쳐 블랙스톤까지
슈워츠먼은 예일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했다. 고속 승진하며 M&A 팀장까지 올라간 그의 마지막 임무는 리먼을 매각하는 일이었다. 그는 리먼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매각되기 전에 회사를 떠났다.
슈워츠먼은 리먼을 1년 먼저 박차고 나온 피터 피터슨과 1985년 블랙스톤을 설립했다. 두 사람은 블랙스톤을 투자은행으로 설립했고 초기에는 자문료로 회사를 꾸려 갔다.
그는 이때부터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큰 돈을 만지기 위해 사모펀드를 출시하고 당시로는 상상도 못할 8억3000만달러를 유치했다. 공동 창업자 피터슨은 5000만달러를 예상했다며 자기도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전쟁'을 좋아하는 근성의 사나이
사모투자회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성사된 M&A의 3분의1은 사모투자회사들이 주도했다. 특히 대서양을 넘나들며 M&A를 성사시킨 블랙스톤의 활약이 돋보였다.
슈워츠먼은 일단 정한 목표는 놓치지 않는다. 그것도 원하는 가격에만 매입한다. 전쟁을 피할 수 없고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는 "자잘한 작은 전투가 아닌 '전쟁'을 좋아한다"며 "나는 항상 어떻게 해야 경쟁자를 누를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사냥에 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 2004년 그는 독일 화학회사 셀라니스 인수를 시도했다. 셀라니스는 몸값을 올리며 시간을 끌었고 블랙스톤은 인수액을 올리며 응수했다. 결국 블랙스톤은 셀라니스를 인수, 6배의 차익을 남기고 재매각했다.
그는 경쟁자는 물론 피인수 회사를 강하게 몰아 부친다. 지난 2월 블랙스톤은 미국 최대 오피스 빌딩 소유업체 '에쿼티오피스 프라퍼티'를 두고 전쟁을 치렀다. 부동산 신탁회사 '보나도 리얼티트러스트'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것이다.
이에 슈워츠먼은 입찰액을 올리며 동시에 에쿼티오피스의 계약 파기 보상금도 올리도록 요구했다. 에쿼티오피스가 빠져나갈 수 없게 퇴로를 차단한 것이다. 당시 블랙스톤은 보나도 인수에 실패했더라도 보상금으로 7억2000만달러를 벌 수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KKR이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협상 막바지에 뛰어 들어 블랙스톤은 원치 않는 전쟁을 치렀었다. 슈워츠먼은 인수액에 8억달러를 얹은 후 "24시간내 결정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프리스케일 이사회를 압박했다. 블랙스톤이 최후의 승자였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슈워츠먼은 그러나 자신이 인수액을 올릴 때에는 반드시 기업의 현재 및 잠재적 가치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전쟁은 좋아하되 무모한 전쟁은 삼가는 것이다.
김병근기자 b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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