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승제기자][대세상승기엔 오히려 '藥'…"근거없는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증시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잇따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숨가쁘게 상승한 만큼 '깊은 조정'에 대한 '두려움'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다. '조정에 대한 공포'가 공공연히 시장에 나돌고 있는 것이다.
"(조정이) 와야 하는데, 왜 오지 않지?", "언제 오나, 늦어질수록 하락 충격이 크지 않을까?"하는 말은 물음도 대답도 아닌데, 어느 틈엔가 아름아름 시장에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꾸로 보기'의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 단기 관점이 아닌 장기 전망을 통해 시장을 '보다 멀리, 보다 긍정적으로, 보다 여유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관점은 한국 증시가 과거와는 사뭇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시장 평가 및 전망의 잣대를 새롭게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튼튼해진 체력에 맞춰 시각교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건전한 조정을 즐겨라"=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3일 "지금 우리 증시는 경기회복과 맞물려 '(중기) 대세상승기'를 거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나타나는 조정은 그만큼 추가 상승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홍 센터장은 'N'자 형태의 (추세) 상승과 (단기) 하락이 반복되고 있다며 단기 하락(조정)은 상승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또는 즐길 만하다)"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다만 초장기 대세상승, 또는 한국 증시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업그레이드)에 대해서 "근거없는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글로벌 유동성 추이 △한국 증시와 선진국 증시의 상대적인 펀더멘털 비교·평가 △한국 경제의 지속상승에 대한 전망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근거없는 장밋빛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은 최근 내놓은 '하반기 경제/주식시장 전망'을 통해 "우상향의 N자형 지수 흐름이 예상된다"며 "2/4분기 변동성 확대 이후 3/4분기 중반부터 글로벌 경기의 본격 회복과 함께 랠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승을 위한 조정, 조정을 쫓는 상승"=중기 대세상승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식'에 가깝다.
구재상 미래에셋운용 사장은 "거시경제의 상승, 기업 이윤의 증가,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증시는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시장의 본류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유동성에 풍부함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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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사장은 "2000년 이후 시장은 크게 변했다"며 "과거 잣대로 시장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증시의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는 중국 경제의 전망과 관련해 "중국의 버블은 건전한 조정을 거치며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경우 소비 증가를 통해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도성 한국증권연구원 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눈높이를 높일 필요가 있지 않냐"고 운을 뗐다. 최 원장은 "저층에서 높은 빌딩을 바라보면 중층이나 고층이 모두 높아보일 수밖에 없다"며 "위에서 내려다볼 때 비로소 높이가 다르게 보이며 보다 정확한 인식을 하게 된다"고 비유했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 "1250까지 큰 폭의 조정이 온다"고 설파했던 김영익 대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의 주장에 대해 '그다지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상승을 위한 조정을 반드시, 그것도 여러번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다만 조정의 시기와 속도, 그리고 정도의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신중론'도 '긍정적인 조정론'과 맞닿아 있다. 그는 "경기에 대한 주가 영향력이 쇠퇴하고 이를 대신해 유동성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주가가 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고점 대비 10% 가량 주가가 떨어진 뒤 8월까지 조정(6월까지 가격조정, 7~8월 기간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이어 "8월까지 진행될 조정이 끝나야 새로운 주도주가 나올 것"이라며 "욕심을 줄이고 현금화하라"고 조언했다. 변동성이 큰 시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시기에는 그 흐름을 슬기롭게 탈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다.
이승제기자 ope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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