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형석기자] "기업은행도 개인예금 받습니다."
기업은행 이경준 수석부행장이 얼마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농담섞인 말입니다. 이런 얘기가 왜 나왔을까요.
최근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증권사들과 자산을 늘리는 사람들은 콧노래를 부르는 반면 은행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주식시장의 급등세를 본 고객들이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예금과 적금을 깨서 펀드에 가입하거나 은행의 보통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갈아타면서 은행의 영업기반인 예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5월말 국민·우리·신한·하나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78조7126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3770억원 줄었습니다. 지난해말 84조8318억원에 비해서는 6조1192억원이나 감소했습니다.
반면 5월말 국내외 주식형펀드 전체 설정잔액은 55조4394억원으로 올들어 8조6477억원 증가했습니다. CMA 잔액도 지난해말 8조5482억원에서 지난 4월말 16조2649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시중은행들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책은행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주영업인 기업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집입니다. 은행들은 고객들이 은행에 맡긴 저원가성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일으켜서 수익을 올리지만 최근 예금 기반이 취약해져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도 개인예금 고객 확보를 위해 다른 시중은행들처럼 애쓰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우선 중소기업 영업시 중소기업 임직원들의 예금을 유치하도록 지점장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16만개에 달하지만 기업은행을 이용하는 중소기업 임직원은 그중 1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임직원만 유치해도 예금기반이 상당수준 확대될 전망입니다.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고객점포수가 적어 개인고객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고 판단, 올해 70개 점포를 신설할 계획인데요, 그중 30개 점포를 개인고객형 점포로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업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행장은 "기업은행이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수신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기업은행도 개인예금을 받는다"는 이 부행장의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정형석기자 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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