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성희기자]중국 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중국의 공상은행과 중국은행 등 국영은행이 급성장하면서 풍부한 자금을 확보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 의존적인 의사 결정과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부실관리 능력 약화가 중국 은행의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상은행은 전날 미국과 러시아에 법인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 야심은 비단 공상은행 뿐이 아니다. 건설은행과 중국은행, 교통은행도 세계적인 위상을 지닌 은행으로 발돋움중이다.
이들은 당국이 경기 및 증시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로 보유한 풍부한 자금을 이용해 해외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ABN암로의 아시아 금융 리서치 대표 시몬 호는 "이들 은행은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서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이용해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홍콩과 동남아시아로 먼저 진출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은행은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 홍콩 및 마카오 법인을 12억4000만달러에 인수했고, 올해 초 공상은행도 지점이 11개에 불과한 인도네시아의 할림은행 지분 90%를 5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일부에선 이들이 아시아 지역을 발판으로 대형 인수합병에 나서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FT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대형 은행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은행에 비해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의 순익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대마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 중국 은행의 상품과 서비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의사결정 역시 정치적 인사들에 의해 이뤄지는 경향이 많다.
2001년 30%가 넘던 부실채권비율도 평균 7%로 낮아졌지만 자생적인 노력이 아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른 것이다.
이들의 해외 활동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공상은행과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수위에 들 정도로 성장했지만 공상은행이 해외 법인에서 올린 세전 순익은 전체의 3.1%, 건설은행은 0.8%에 불과하다.
중국은행의 해외 세전순익 비중은 35%로 중국 국영 은행 가운데 가장 높지만 대부분이 홍콩과 마카오 법인에서 비롯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국의 공식적인 통계는 실상을 평가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은행이 처한 문제에 맞닥뜨려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박성희기자 star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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