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창훈KRG 총괄이사]지난 IMF 관리 체제 당시, 연일 신문지상에는 부도기업이 속출한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부도 위협은 업종을 불문하고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졌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대기업은 물론이고 한때 촉망받던 많은 유망기업들이 외환위기 상황에서 극심한 내수부진과 이에 따른 매출격감으로 줄줄이 쓰러졌다.
2000년대 닷컴으로 상징되는 벤처 열풍이 순식간에 몰아닥친 후 그 거품이 한순간에 사그라들면서 다시금 부도 공포가 몰아닥쳤다. 수많은 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직원들은 거리에 내몰렸다. 한때 우리 경제의 미래라 일컫던 많은 유망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했다.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근 들어 부도를 맞은 기업들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내수침체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다, 기업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부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실상 부도를 맞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영영 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회생할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도 많다. 비록 부도라는 극약처방을 받았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제 2의 도약'을 꿈꾸는 이들에겐 '오뚜기'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최근 몇년사이에도 수많은 유망 기업들이 부도라는 치명타를 맞은 후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한 때 한국을 대표했던 많은 기업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떤 기업이든 일단 부도라는 '사망선고'를 받으면 다시 회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부도기업이란 치명적인 오명으로 이미지 실추는 물론 제도권이든 지하시장이든 현실적으로 외부자금을 융통받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부도를 맞은 기업가운데 회생하는 기업은 10개중 그나마 1~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부도 이후 재기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직원들의 높은 애사심과 함께 욕심을 버리는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인은 '다시 태어난다'는 임직원들의 일치된 마인드다. 한때 부도를 맞고 다시 회사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기업 관계자는 '전 직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다른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사업다각화란 미명하에 여러 사업에 진출하던 것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정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술력도 없으면서 사업다각화란 미명하에 이곳저곳 뛰어들다가 낭패를 봤던 쓰라린 경험을 생생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금 유동성 확보도 중요한 요인이다.
빚은 결국 빚을 낳을 뿐이다. 불필요한 경비를 최대한 줄이고,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도라는 치명상을 다시 입지 않기 위해선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제품개발과 마케팅 정책을 병행하라고 주문한다. 최근 유망한 국내 벤처기업들이 쓰러지는 이유중의 하나로 기술은 세계적인데 이를 세계시장에 알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도 한몫한다. 시작부터 세계시장 진출을 대비하고 나름대로 준비해 온 기업들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세계 경제 흐름과 시장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사가 진출한 업종에 대한 시장정보는 기본이지만 거시적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나름대로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늘 부도위기에 직면한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경영진의 개인적 사익이나 혹은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 등으로 인해 생기는 당연한 '부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또는 역점을 들여 개발한 신제품이 시장에서 외면받음으로써 자금난에 봉착해 부도를 맞는 경우다. 누군들 부도를 맞딱드리고 싶었겠는가?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부도 기업이나 부도를 낸 기업가 또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다. 부도로 상처난 그들에게 쏟아지는 외부의 부정적 시각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럴줄 알았다'던지, '그러길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더니' 등등의 냉소적인 시선들은 부도를 낸 기업들에게 칼날로 다가온다.
우리 사람의 몸도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어느날 느닷없이 암선고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암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그럴줄 알았다'고 조소를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일종의 암선고를 받은 기업들을 조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그렇다고 부도난 기업의 경영자가 면죄부를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정부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내세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하다.
다만,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경제적으로도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이들 부도 기업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이 사회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중요하다. 부도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식물인간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다시 살아나려는 의지와 함께 부도를 통해 얻은 교훈을 철저하게 되새긴다면 재기는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따가운 질책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김창훈KRG 총괄이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