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명용기자][[삼성의 협력사 키우기 -上] 정보네트워크로 상생클러스터 만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협력업체)은 주종관계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그런 오해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자칫 삼성전자 때문에 회사 문을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근거없는 비난이 많았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상생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벌이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은 곧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란 사실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천억원을 협력사에 투자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한다. 개발된 신기술은 협력사와 공유한다.
삼성전자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상황을 극복하는 비법을 상생 협력 모델에서 찾고 있다. 기술력은 일본에 뒤지지 않고, 동시에 원가경쟁력은 중국에 뒤지지 않는 생산체제를 만들기위해 상생모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협력사 경쟁력 키운다=경기도 수원의 이랜텍은 배터리팩을 제조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중견기업이다. 이랜텍은 삼성전자 덕에 서너 단계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킨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랜텍은 2004년 삼성전자의 ERP추진 시범 협력사로 선정됐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재고관리, 자재 수급 등이 전산화돼 기업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
이랜텍은 90년대말 ERP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여러차례 시행착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태스크포스팀을 파견해 ERP시스템을 전면 재조정했다.
처음에는 ERP 시스템의 도입이 왜 필요한지도 의문이었다.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는데 불필요한 정보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반발도 많았다.
일단계로 자재소요계획 산출 프로그램(MRP)을 적용했다. MRP는 삼성전자와 이랜텍의 재고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종전까지 생산 의뢰는 긴급발주가 주를 이뤘다. 삼성전자에 배터리 재고가 부족해지면 생산량을 늘리고, 재고가 남으면 생산량을 줄이는 식이었다.
그러나 MRP시스템 덕에 자동발주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여유있게 생산하는 만큼 제품의 품질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생산설비의 가동이 예측가능해졌다.
이랜텍이 생산하는 배터리팩 중 가전사업부용 제품은 20%, 무선사업부용 제품은 10%가량이 자동발주로 이뤄진다. 점차 이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어 품목별 원가 산출도 제품군, 모델별 원가정보로 전환했다. 또 2005년에는 원가, 재고, 생산 등 각 경영 정보 자료를 경영진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EIS시스템도 도입했다.
◇협력사 지원에 4000억원 투자=이랜텍의 사례와 같이 삼성전자는 협력사와의 정보 네트워크 구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3년간 협력사에 4033억원을 투자했다. 일부는 무상으로 지원했고, 일부는 무이자 대출을 알선했다. 또 현금결제 등 무형의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부분은 ERP시스템과 컨설팅이다. 지난해 투자한 금액중 1224억원이 ERP시스템과 제조혁신에 쓰였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200여개의 협력사에 ERP시스템을 도입했다. 협력사 200여곳과 하나의 정보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의 현황을 파악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고, 협력사들은 거래를 돈독히 하는 이점을 얻게 됐다.
정보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큰 힘이 된다. 자동발주가 늘어나고 재고가 줄어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산마감이 빨라지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다.
삼성전자는 전체적으로 30%가량 재고일수를 줄였고, 결산 마감시간은 50% 이상 단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RP시스템으로 구축된 거래 관계는 쉽게 깨질 수 없다"며 "재고일수가 줄어든 만큼 완제품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꾸준한 거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명용기자 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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