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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종구기자]작년 8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콜금리를 4.50%로 인상한 이후 금리수준에 대해 "그럴싸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경기에 대해 대체로 완화적이지도, 긴축적이지도 않은 수준이란 뜻으로 해석되며 2005년 10월부터 시작됐던 '저금리의 수정`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콜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이미 시장에 전달됐다. 은행 대출경쟁에 대해 연일 공세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주가 급등에 대해서도 거품을 우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누가 보더라도 물가상승에 대응하거나 경기과열을 식히기 위한 금리인상 행보로 보기 어렵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한은도 보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이 긴축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정조준하고 있는 것은 `과잉유동성`. 은행의 대출경쟁과 위험선호현상 확산으로 돈이 계속 풀리는 걸 방치할 경우 금융불안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서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금리인상이 과거 지나치게 낮았던 저금리를 `수정`한 것이라면, 앞으로 있을 금리인상은 자금수요를 억제해 과잉유동성을 적극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 `콜금리 다시 올린다`..타깃은 유동성

12일 한국은행 57주년 기념사에서 이성태 총재는 "통화지표에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향후 유동성증가세을 보고 금리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했다. 돈이 계속 빠른 속도로 풀리게 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은행들의 과열양상을 빚고 있는 대출경쟁에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기관들의 경쟁적인 대출확대 등 쏠림현상이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포문을 연 이 총재는 "쏠림현상은 개별 경제주체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할 수 있겠으나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유동성 공급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시장불안 가능성이 증대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초지일관 과잉유동성을 문제삼았다. 특히 "금통위에서 관심갖고 보고 있는 과제중 하나가 높은 통화증가율의 지속현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자산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가격이 문제였다면 올해 자산가격 앙등의 진원지는 주식시장. 이 총재는 "최근 주가 상승세가 상당히 빠르다"며 "특히 개인자금이 유입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주식시장 과열 가능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흥모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이에 대해 12일 "금년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이 상당히 커졌고, 해외쪽에서도 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총재가 예전과 달리 강한 시그널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시중의 돈줄을 죄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사실상 확인한 것과 다름없다.

◆ "물가가 안올라도, 경기과열이 아니라도 금리 올릴 수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한은이 물가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지난 8일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경제동향`에서 수요요인이나 비용요인 어느쪽을 보더라도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표상으로 보더라도 소비자물가는 최근까지 한은이 중기목표로 삼고 있는 3±0.5%의 하단을 밑돌고 있는 수준(5월 2.35%)이다. 물가상승률로만 보면 오히려 금리를 더 내려도 될 판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한은은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화의 진전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며 "저물가에 현혹되지 말라"고 주문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새로운 경제대국의 등장으로 세계적으로 공급이 확대되는 바람에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에 안주했다가는 과도한 저금리와 신용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걱정하는 진정한 위험은 금융불안 가능성이다. 과잉유동성과 신용을 동원한 개인의 주식투자에 대해 잇따라 언급하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단기적으로 다소 경기를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금융불안으로 경제안정이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눈치다.

이와 관련해 이성태 총재는 "통화정책에서 고려하는 실물경제가 성장률만이 아니다. 물가나 금융시장 안정도 포함돼 있다"거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이나 금리인하 모두 경제를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며 "성장률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안된다만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 "7월도 가능, 하반기 4차례도 가능"

한은의 금리인상 시그널이 나오면서 시장금리는 최근 급등세다. 국고채 금리는 12일까지 5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장중에는 5년물 금리가 5.43%까지 뛰어 1년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일간 오른 폭이 5년물 기준 0.19%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다.

실제 금리인상은 8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편.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달 금리인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속적이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점치는 이도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금리인상을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장이 한은의 시그널을 반신반의하고 있는 듯 하다"며 "7월 인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혁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등은 7월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증권사중에서는 리만브라더스가 "곧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7월 인상을 배제하지 않았다.

조중재 굿모닝신한증권 투자전략가는 3분기에 한차례, 4분기에 2번 이상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0~12월 매달 금리인상을 포함해 하반기에만 네차례의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은이 예전에 없던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야 할만큼 유동성 팽창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경기도 낙관적일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한은의 태도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경기는 이제 회복 초기 단계고 물가도 높지 않다"며 "도대체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김재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물가에 대한 수요압력이 크지 않고 지표상으로 보더라도 물가수준이 이제 목표범위의 하단에 들어온 상황에서 `선제적` 조치로 보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인상을 했을 경우 재정거래를 노린 외국자본 유입이 더욱 커져 오히려 유동성증가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종구기자 darksky@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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