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중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검역을 마치고 3년5개월만에 다시 국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첫 수입물량이 '시장 테스트' 수준에 불과해 당장 미국산 쇠고기가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는 힘들겠지만 이미 수입계약을 마치고 선적을 기다리는 다른 물량도 있어 뼈없는 쇠고기의 경우 미국산의 본격 수입과 유통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는 현재의 '뼈 없는 살코기' 수출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 등급 판정을 근거로 갈비 등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양국의 쇠고기 관련 통상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 검역 1주일 정도 걸릴 듯
22일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미국육류수출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수출 검역증을 받은 미국산 냉동 쇠고기 4.5t이 23일 오전 인천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쇠고기는 캔자스주 아칸소시티에 작업장을 둔 '크릭스톤 팜스'사가 수출하고 국내 육류 수입업체 '네르프'사가 수입하는 것이다. 이들 두 업체는 이미 작년 9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결정된 뒤 10월말 첫번째 수입분(9t) 거래에 참여한 파트너다.
농림부와 검역원 등 검역당국은 이번 수입분도 작년 1월 양국이 합의한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만'이라는 위생조건에 맞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입물량 전부에 대해 X-레이 이물질 검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작년 1~3차 수입 당시 경험으로 미뤄 4.5t 정도 물량을 전부 X-레이 검사하는데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사실상 반나절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항생제, 다이옥신 등 50여개 성분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함께 진행되려면 적어도 검역에 1주일 남짓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역원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인천지원 영종도 축산물 검역창고로 물건을 가져오면 1~2일내 검역이 시작될 것"이라며 "X레이 이물검사, 해동 및 절단 검사, 정밀 검사 등 종류가 많아 전체 검역에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밀검사의 경우 결과를 18일내 통보하면 되지만, 작년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처음이 아닌만큼 검사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업체 관계자는 "항생제 검사 등을 다 거치면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검사 결과 뼛조각이 발견돼도 이번 검역부터는 지난달초 농업 고위급 협상에서 우리가 제안한대로 전량이 아닌 해당 박스만 반송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따라서 전체 박스에서 뼛조각이 모두 검출되지 않는 한, 이번 수입분은 양에 관계없이 일부라도 검역을 통과해 국내로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발병으로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진입이 약 3년 5개월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 당장 식탁에 오르기는 힘들어
검사를 통과한 쇠고기는 검역원으로부터 수입검역증을 받은 뒤 관세를 물고 통관 절차를 마친다. 이후 유통 방법과 일정은 전적으로 해당 수입업체가 결정한다.
이번 수입분 4.5t은 중간도매상들에 '샘플용' 성격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육류수출협회 관계자는 "이 정도 물량은 식당이나 소매상들에 넘겨 시중에 본격 유통시킬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며 "중간도매상들에 품질을 확인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수입업체나 중간도매상들 입장에서 미국쪽으로 새로 거래선을 바꾸기 앞서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가 계속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우선 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검역 문제 불안과 3년반이라는 긴 공백 등으로 이같은 확신을 얻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대량 수입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소비자 식탁에 오르려면 적어도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분 반송'에 따른 비용 부담 문제도 미국산 쇠고기의 본격 반입을 늦추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주로 냉동육을 수입하지만, 미국내에서는 냉장육이 주로 유통된다. 따라서 한국으로 수출됐다가 뼛조각 검출로 반송된 쇠고기는 미국에 도착하면 값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이 손해는 수출업체가, 또는 수출.수입업체가 함께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 요인으로 당장 미국산 쇠고기가 밀려들지는 않더라도, 이번 4.5t을 시작으로 향후 수입 횟수와 물량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육류수입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수출업체들은 이번 첫번째 검역 결과를 주시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업체는 이미 수십t 규모의 수입 계약을 맺고 선적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 반송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한국시장 선점 등의 측면에서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 "뼈 까지 수입" 美 공세는 계속
그러나 실질적 교역을 위한 임시방편 성격의 '부분 반송' 방식을 통해 뼈를 제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다시 이뤄진다고 해도, "뼈까지 수입하라"는 미국측의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정부와 의회, 축산업계는 우리나라에 '부분 반송' 정도의 쇠고기 검역 기준 완화가 아니라 뼈를 포함한 모든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이 확정되면 즉시 갈비 등 뼈까지 모두 수입하도록 수입 위생조건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때 이 부분을 물고 늘어졌고, 결국 이달초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합리적' 처리를 약속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노 대통령이 '합리적 절차와 기간'을 거쳐 개방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만큼, 오는 5월 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 등급을 확정하면 '뜸 들이지 않고' 8단계의 자체 위험평가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미국은 쇠고기 전면 개방과 FTA 협정 서명을 연계시키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사실상 5월 판정 직후 문을 활짝 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지난해 1월 '뼈를 제외한 살코기' 위생조건 체결 과정에서 이미 8단계 평가를 거쳐 자료 등을 충분히 수집한만큼 이번 평가 기간을 3~4개월 정도로 줄일 수는 있지만, 위생조건 개정에 따른 국내 입안예고 기간만 최소 20일이므로 모든 절차를 1~2개월안에 끝내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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