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총격참사 범인 조승희씨의 비디오와 선언문을 미NBC TV가 부분 공개함에 따라 미 공개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함께 NBC가 비디오 등의 공개로 조씨를 승리자로 만들어 유가족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안기고 모방 범죄를 부추긴다는 강한 반발 여론에 직면한 것과는 달리,콜럼바인 고교 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범죄자들은 정보가 없이도 결국 일을 저지른다"며 모든 것을 공개,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고 유사 범죄 예방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전혀 다른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NBC, "언론의 책임 때문에 부분 공개"= NBC의 스티브 케이퍼스 사장은 비디오 공개를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으며 어떤 것을 알려야 할 것인가를 놓고 수시간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인들은 책임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비디오와 선언문 전부를 있는 그대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가 지난 1995년 연방 정부 당국의 요청에 따라 유나보머 선언문을 게재한 뒤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NBC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조씨 자료의 상당 부분이 "종교 모독적이고 야비하며 이해하기 조차 어려웠다"면서 "방영전 조심스럽게 편집했다"고 설명, 미 공개 부분의 성격을 어렴풋이 나마 짐작케 했다.
버지니아텍 교직원회 케리 레디컨 회장은 19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NBC에 비디오 등의 방영을 승인한 사실을 밝히면서 "사람들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알 길 원하며, 조씨의 자료를 보면 그가 냉정하게 계산하는 사회적 병자이자 나르시시스적 인물임이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 콜럼바인 유족,"모든 것 공개해야 재발 방지"= 지난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참사때 딸 로렌타운센드(당시 18세)를 잃은 돈 애너 씨 등 당시 유족들은 범인인 딜런 클레볼드와 에릭 해리스가 범행 계획을 사전에 웹사이트에 올리고, 심지어 법원에서 자살 및 살인 충동이 있다고 진술까지 했었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했던 사실을 지적하고, 문제 인물에 대한 치료 등 사전 조치가 취해지도록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이들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 클레볼드와 해리스의 부모로 하여금 "아이들이 어쩌다 살인범이 됐는가"를 놓고 진술케 하는데 성공했으며 또한 관련 당국은 두 소년을 상대로 제기는 됐지만 전혀 조사되지 않았던 수많은 불만 사례들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달 덴버 공판에서 두 소년 부모들의 진술을 비롯한 수천가지 기록, 두 소년의 범행 계획 비디오 등의 공개와 관련, "유사한 참극 예방을 위한 합법적 공익적 측면도 있지만 모방 범죄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면서 자료를 20년간 공개하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이에대해 아들 대니얼을 잃은 브라이언 로바우 씨는 "부모들의 진술을 통해 두 아이가 그렇게 자란 가정내 역학 관계를 알 수 있고 또한 비디오를 보면 이미 수년전 짠 범행 계획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한 것도 알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을 이용하는 것을 허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애너 씨는 "현행법은 한사람의 권리가 평화와 안전속에 살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게끔 돼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씨를 비롯, 클레볼드, 해리스의 가족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소송 공포와 비난을 살 우려 때문에 침묵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nhpark@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