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빅뉴스 변희재 대표가 연세대 온라인 저널리즘에 관련한 강연에 특별강사로 초빙돼 “포털은 언론사업을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2일 연세대 사회과학관에서 윤영철 교수(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의 소개로 열린 이날 특강에서 변희재 대표는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삼성과 현대, 롯데등 재벌들이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숨기고 차단하는 등의 효과를 거두었다”면서 “그런 상황이 지금의 포털이 행하는 유사언론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에도 언론개혁단체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재벌들이 언론소유를 포기하게 되었다”면서 “포털사들은 모든 인터넷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언론사의 콘텐츠를 장악해 언론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자본과 언론의 유착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빅뉴스에서 특종보도한 미디어다음의 김근태 춤판 사진 은폐 사건에 대해, "뻔한 일 아닌가. 열린우리당의 우상호 대변인은 개성공단에서 돌아올 때부터 사진 기자들에게 사진을 감추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 사진이 최대 포털 메인에 올라가있는데, 내려달라는 전화를 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 아닌가"라며, "나도 인터넷매체를 8년 간 해왔지만 기사를 올려달라, 내려달라 등 수많은 전화를 받는다. 지금 포털을 옹호하는 지식인들의 말은 그 어떤 정치인도 불리한 기사가 올라가도 포털에 전화하지 않고, 포털도 전화가 와도 꿋꿋이 편집독립을 지키고 있다는 말이다. 포털이 무슨 독립언론이란 말인가"라며 포털 뉴스 편집에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포털뉴스에 대한 대안으로 전통적인 정론지의 개념을 따라, 인터넷신문의 경우 뉴스면 비율 50% 이상의 인터넷신문과 뉴스면 비율이 20%도 채 안 되는 포털을 나누어 등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선닷컴부터 오마이뉴스까지 대부분의 인터넷신문이 뉴스면 비율이 50%가 넘는데 반해, 포털만이 뉴스면 비율이 채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뉴스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털의 상업서비스와 뉴스가 유착이 되는 일들이 벌어지므로, 뉴스면 비율 50% 이하의 인터넷신문의 경우 뉴스를 취사선택 및 편집을 할 수 없도록 신문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30여분 간의 강의에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다음은 변대표가 학생들과 나눈 질의응답문이다.
문) 변대표는 진보진영이 포털에 대해서 비판을 감추고 있다고 비판한다. 늘 언론에 대해 규제를 주장하던 그들이 포털에 대해서만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가?
답) 2년간 포털과 싸우면서, 이른바 언론개혁진영의 논리를 포털에 적용하면 포털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줄 알았다. 뉴스면 비율, 대기업의 언론소유 문제 등등 기존의 언론개혁 논리로 보면 포털은 최악의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겨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등의 진보매체, 그리고 민언련 등의 진보적 언론단체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포털을 감쌌다. 그 이유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들이 명확하게 포털 보호 논리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게시판과 술자리 등에서 나오는 말로 유추해보면, 일단 조중동을 무너뜨리는 것이 우선이라, 포털 문제가 제기되면 전선이 흐려진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 포털은 정권이 가장 장악하기 쉬운 매체이고, 정권 재창출에 포털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은 이미 오랜 전에 수립되었다. 진보를 가장한 친여매체와 단체들이 이러한 정권의 코드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문) “야후 같은 외국포털의 뉴스컨텐츠 소비형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답) 언론사 뉴스를 로봇이 수집하는 ‘구글방식’과 통신사들을 주축으로 뉴스를 편집하는 ‘AOL’이나 ‘야후방식’ 2가지가 있다. AOL이나 야후의 경우 스스로 ‘언론’임을 인정한다. ’AOL’의 경우도 언론인 출신이 편집을 담당하고 모든 편집을 투명하게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국내 포털사처럼 변질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구글’같은 경우 뉴스서비스에 대해 ‘알고리즘을 통한 프로그램이 자동선택’한다는 점과 ‘정치적 견해나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서비스’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구글이 돈이 없어서, 기술이 없어서 한국의 포털처럼 언론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구글이 지금이라도 당장 네이버나 다음처럼 뉴스를 서비스한다면 세계최대의 언론사가 될 것이다.
문) 아쿠아프로젝트’같은 시도가 있었듯이 향후 국내 뉴스컨텐츠 유통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답) 지금의 포털은 정보를 운영자가 통제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신의 서버에 집어넣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이미 이른바 자율과 개방이라는 웹2.0의 흐름에 크게 뒤떨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포털은 사실 상 구시대의 유물에 가깝다. 그야말로 재벌의 나쁜 점만 빼다 닮았다. 이대로 가면 시장에서조차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포털은 구글식 링크서비스와, 정보를 일체 통제하지 않는 웹2.0식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들도 자사의 뉴스를 푼돈에 쉽게 팔지 말고, 뉴스가치를 지키며, 자신의 지면과 사이트의 가치를 함께 높여야 한다.
뉴스란 신발이나 가방 같은 공산품이 아니다. 유통이란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뉴스는 생산과 편집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함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다. 그 점에서 무분별하게 포털에 뉴스를 팔고 있는 현재 언론사들의 경영진들은 생각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차피 웹2.0형의 포털로 전환되면 뉴스를 파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이날 강연에는 신문방송학과생들을 비롯해 대학원생등 약 100여명이 참여했으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윤영철 교수는 변대표를 "포털에선 결코 볼 수 없는 진짜 빅뉴스의 대표"라는 말로 소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학생들은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했다.
한편 변대표를 초청한 연세대 윤영철 교수는 대학원 연구자들과 함께 포털 뉴스 모니터 등 연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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