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기흐름 대로라면, 2007년 성장률은 3%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어쩌면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해 날선 목소리를 냈던, 21세기경제학연구소 최용식 소장은 최근 연구소 회원들에게 제공한 ‘경제예측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소장은 보고서에서 "국내 총생산(GDP) 전기비 성장률이 연율기준 1분기 4.9%에서 2분기 3.3%로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일정한 경기흐름이 두 분기 이상 지속되면 자신(경기흐름)의 힘이 다른 어느 변수보다 강하게 작용하는게 일반적" 이라고 덧붙여 향후 경기동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한주간(8/28~9/1)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놓고 보면 이런 지적이 단순한 우려의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게 사실이다.
통계청은 29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산업생산과 소비가 전월대비 3.9%, 5.0%가 각각 감소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의 분규와 예년보다 긴 장마가 원인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정책으로 건설기성액은 전년동월비 7.0% 감소 했으나 다행히 설비투자는 특수 산업용 기계 및 컴퓨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여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7P 떨어진 99.1을 기록해 지난 3월(100.5) 이후 4개월째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향후의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전월보다 0.5%P 하락해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민들의 팍팍한 생활이 현재는 물론 향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서비스업 활동동향에서도 이런 실물경기 하락 현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전년 동월비 성장률이 의료업(5.0%→9.2%)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성장세가 둔화되었으며, 집중호우와 자동차 업계의 파업 영향을 많이 받은 숙박 및 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은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락·문화 및 운동관련 서비스업은 -4.6%를 기록해 부진의 강도가 한층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한국경제에 대한 걱정의 소리는 여타 민간 경제 연구소에서도 들린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경기 싸이클 축소의 원인과 해법’이라는 보고서에서 "경기가 이미 꺽였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으며 세계경제 둔화, 환율 및 유가 부담, 글로벌 유동성 축소등으로 올해보다 내년 경기가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 경제연구원은 13일 발표한 ‘한국경제 성장활력 잃고 있다’라는 보고서에서 “2003년 이후 한국경제는 일시적 원인이 아닌 구조적 악순환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에도 미치는 못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해 경기 침체 원인을 구조적 차원에서 찾고 있다.
외국 기관들도 한국경제를 비슷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종전 5.25%에서 4.8%로 낮추고 2007년 성장률 역시 4.75%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 푸어스(S&P)사도 “한국경제는 올해 약 5% 성장을 거두겠지만 내년에는 4%대로 성장이 둔화될것”이라고 언급했으며 한국은행의 지나치게 빠르고 과도한 금리인상과 세계경제 둔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 외,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예측한 기관은 다음과 같다.
▲ 아시아 개발은행 4.9% ▲ IMF 4.5% ▲ 도이체방크 4.0% ▲ 이코노미스트 4.0%
국내외 기관들의 이와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해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주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 강연자료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단정짓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이라고 밝혀 경기 정점논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 부총리는 이에 앞선 30일 예산안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비록 "확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산출한 성장률 전망치는 4.6%”라고 밝혔다.
회생의 길은 없는가?
한국 경제에 대한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한줄기 희망의 빛은 있다고 전한다.
주식시장이 그것이다.
지난 5월 1464P를 고점으로 하락한 종합주가지수는 6월 1192P를 바닥으로 상승 전환해 지난주(9월1일) 1350P대에 안착했다. 경기선으로 일컬어 지는 120일 이동평균선(1320P)도 통과한 상태다.
외국인들의 무차별적인 매도공세속의 상승이라 더 고무적이다. 외국인들은 올해들어 무려 8조원 이상(1/1~9/1까지 집계:-80,809억원)을 순매도 했다.
최근의 주가 상승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는‘경기침체기의 상승이라 일시적인 반등’이란 의견과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므로 조만간 경기도 회복될 것’ 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향후 국내 경기의 향방을 결정하는 키(Key)는 주식시장이 될것이라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인해 통화량이 증가한 현상이 나타나고 소비가 증가해 생산을 증대시키는 선순환적 국면을 이끌수 있게되는 반면, 하락시는 이와 반대로 악순환 국면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칼자루는 여전히 정부가 쥐고있다.
안정적인 경제운용, 금융시장 관리와 더불어 비효율적인 곳에 날카로운 메스를 대 경제를 살려 낼것인가??
부동산 투기 잡는다고 주택담보 대출규제, 세금인상등으로 건설경기를 위축시키는 따위의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것인가??
"경제 예측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빗나갈 수 있다"는 최소장의 언급은 정책 당국이 꼭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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