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뼛조각 문제로 농림부를 공격하는 사람들 가운데 나중에 검역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단 오찬에서 한미간 쇠고기 문제의 본질이 뼈 크기가 아니라 광우병이라는 '위생' 문제임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문제를 단순히 통상 쟁점으로만 다루는 언론과 정부 부처 내 일부 시각에 대한 노골적 불만의 표시다.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우리가 가장 수세인 농업 분야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면서 '끝까지 지킬 것은 지킨다'는 박 장관의 소신 발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마치 배수진을 친 장수의 모습이다.
고위급 협상 사흘째인 21일 박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쇠고기 검역 문제에 대한 미국 측의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되면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OIE 판정은 고려 사항이지 구속 사항이 아니다"며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OIE의)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 뼈 수입하는 문제를 미리 논의하자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위급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 측은 OIE 총회에서 오는 5월 자국의 '광우병 통제국 등급' 판정이 확실한 상태이므로 즉시 뼈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이 가능토록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기본 사항에 합의하자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확정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한 합의는 있을 수 없고, 5월 미국의 위험등급이 결정된다 해도 순순히 뼈를 포함한 모든 쇠고기 시장을 열어줄 생각이 전혀 없음을 박 장관이 분명히 못을 박은 것이다.
쌀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쌀을 강하게 요구하면 FTA 장래를 장담하지 못한다"며 정부의 원칙을 매우 강한 어조로 다시 천명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자동차나 섬유 등에서 얻어내기 위해 농업에서 양보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거듭 "빅 딜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가능성을 극구했다.
그는 이날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현재 정부는 철저하게 산업별로 독자적 협상을 하고 있다. 농업 부분 안에서, 예를 들어 축산.곡류 이런 작은 분야 속에서 주고 받기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산업끼리 주고 받는 것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분야 협상 진행 상황에 곁눈질하지 않고, 농업 분야에서는 오로지 농업만 생각하며 가능한 많은 것을 지키는 협상을 하겠다는 얘기다.
지난 19일 박 장관이 오찬에서 "서두를 분야는 서둘러야겠지만 신중하게 갈 분야는 느리게 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FTA 타결을 전제로 할 때, 막판 장관급 회담 등에서 이같은 농림부와 박 장관의 입장이 어떤 방식으로 반영, 또는 조정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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