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자 소리를 들으려면 재산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말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부자의 정의를 순수한 투자자산이 250만달러 이상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SEC는 헤지펀드가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면 위험도 크다는 점을 감안, 일정 수준 이상의 재력을 가진 사람에 한해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 정부도 SEC의 부자 기준을 부의 기준으로 삼곤 한다.
따라서 SEC가 새로 내놓은 부자의 기준이 채택된다면 미국 내 부자의 기준도 바뀌게 되는 셈이다.
SEC는 지난 1980년 부자의 기준을 주거용 부동산을 포함한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 또는 이전 2년 간 연간 소득 20만달러나 부부합산 연간 소득 30만달러 이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후 인플레이션과 부의 증가 등으로 인해 이른바 백만장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부자의 기준 상향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 SEC의 설명이다.
SEC는 자기 투자에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의 부자들이 투자하는 만큼 헤지펀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크게 늘어 이들이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실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기준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미국 내 가구는 모두 900여만 가구로 전체의 8%에 달했다.
이에 따라 SEC가 내놓은 새로운 부자 기준은 주거용 부동산과 사업을 제외한 순수한 투자자금 250만달러 이상으로 크게 강화됐다. 이는 재산을 기준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1% 안에 들어야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FRB의 자료에 따르면 재산 기준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1% 안에 들으려면 순자산이 적어도 600만달러를 넘어야 한다.
이에 대해 헤지펀드 클럽에서 쫓겨나게 된 백만장자들과 고객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은 헤지펀드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부자 기준 상향조정 움직임에 엘리트주의라는 비난의 글을 SEC 웹사이트에 올리는 등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부자의 기준이 상향조정되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회원제 골프, 스키 리조트인 몬태나주의 옐로스톤 클럽은 지난 2000년 문을 열었을 당시 순자산 300만달러 이상 보유와 클럽 내 주택 매입 또는 신축을 회원자격으로 내세웠으나 부동산 가격의 급등 등으로 인해 이제는 순자산 700만달러는 가져야 이 클럽의 회원이 될 수 있다.
씨티그룹의 계열사인 스미스바니로부터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받으려면 적어도 2천500만달러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심지어 부자 남자와 미녀를 연결해 준다는 뉴욕의 데이트 알선업체인 내추럴 셀렉션이 규정한 30세 이상 부자의 기준도 연 50만달러 이상의 수입으로 크게 높아졌다고 저널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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