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분열이 가속화 되고 있다. 당초 ‘당 해체 선언’을 할 것이라고 알려졌던 열린우리당 소속의원 6명은 15일 당 지도부를 향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신당을 조속히 추진하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강창일, 김우남, 문학진, 정봉주, 채수찬, 한광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4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추진을 위임 받은 지 한 달째지만,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통합신당 추진에 대한 가시적 결과도, 로드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했으나 국민들은 아직도 우리를 집권여당으로 기득권에 안주하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당적을 유지하면서 정무직을 수행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입장표명과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해찬 정무특보와 유시민, 이상수 장관 등을 겨냥한 것이다.
한편 문학진 의원은 기자회견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당적을 갖고 정무직에 있는 분들 때문에 청와대가 뒤에서 조정하는 거 아니냐며 국민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면서 “오해를 불식시켜야 우리가 설자리 넓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통합신당 만들려고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 있다”며 “당 해체를 전제로 하는 통합신당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창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집단행동을 하기 위해, 세를 불리기 위해 논쟁한 것은 아니”라며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당이 대통합 신당 작업에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 비판이 팽배한 시점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이 없다면, 국민들이 보기에도 '저당은 다 죽었구나'라고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당 해체 선언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14일 CBS 라디오 '생방송 사람과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열린우리당 선 해체를 요구하는 이들을 당 징계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통합신당 협의와 합의의 주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 신당 구성의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며 "당 없이 빈 깡통끼리 모여 봐야 깡통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해체 시점은 제3지대 교섭단체가 구성되고, 이를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 합의가 이뤄진 뒤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기선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초선의원들이 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충정에는 공감하지만, 임신 3개월 만에 애를 낳으라고 하면 애가 나오겠느냐"며 "지금은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이날 제기된 ‘중대한 결심’을 두고, 문학진 의원과 정봉주 의원은 “지금 이 시점에서 탈당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몇 명이 탈당한다고 해서 통합신당 추진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지도부와 통합시기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 '2차 집단탈당'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앞으로 참여정부의 정책 등을 두고 분열될 요소들도 여러 가지 있어 당 존립위기까지 대두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4년연임제 개헌안’에 대해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반대기류가 흐르고 있다. 참여정부의 역점정책인 '한미FTA'를 두고도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또 지도부를 김홍업 씨 연합공천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당사수파가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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