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기타


배너

'거침없이 하이킥'이 살린 9시뉴스

9시뉴스는 드라마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98년 <보고또보고> 덕에 MBC <뉴스데스크>는 장기간 1위 독주를 유지했다. 일종의 후광 효과에 일관성 법칙에 따른 현상이었다. 사람들은 한번 앵커링(고정)되면 쉽게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9시 뉴스> 앞에 인기 드라마가 있으면 애써 드라마가 끝난 뒤에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KBS <열아홉 순정>을 보던 시청자가 MBC <뉴스데스크>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는 능동적인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시청률의 후광이 <뉴스데스크>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타당한 이유이다. 사실 심층 보도와 담당 기자의 스튜디오 출연이라는 변화를 모색한 제작진의 처지에서는 섭섭할 것이다. 새로울 것도 없이 KBS에서 이미 실시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전적인 시청률 추월요인은 아닐 듯싶다.

최근 이러한 드라마의 시청에 따른 후광효과와 일관성 법칙의 지배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종의 ‘샌드위치’ 효과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드라마 <주몽>사이에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된다. 월화의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더 나은 이유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고, <뉴스데스크>에 이어 <주몽>까지 보는 시청 라인이 성립된다. 사실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상승 원인 분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KBS일일 드라마가 죽을 쑤고 있는 원인 탓도 크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가 KBS <9시 뉴스>의 시청률을 앞섰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9시 뉴스 프로그램이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드라마의 시청률에 따라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좌지우지 되는 것이다. 이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는 9시 뉴스 프로그램을 능동적으로 보는 시청자보다 뉴스를 하니까 보는 행태가 더 많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독자적인 생존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던 많은 시청자들이 그대로 뉴스를 보지 않고, 떠나가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단지, <9시 뉴스>를 시청률에서 이겼다는 사실 자체는 부차적이다. 어차피 도토리 키 재기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미디어의 중앙 집중적 사회이기 때문에 뉴스 시청률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갈수록 외면 받고 있다. 대중성이 없는 전문성과 명품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률이 저하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동안 9시 뉴스 프로그램은 집중 취재를 보강해왔다는데. 과연 얼마나 그런지 의문이기도하다. 얼마 전 어느 인터넷 신문 기자가 <미디어 오늘>의 칼럼 란을 통해 모방송 9시 뉴스에 분노를 내쏟았다. 자신이 열흘 동한 특종으로 취재해 쓴 기사를 9시 뉴스 프로그램이 몇 초 만에 뚝딱 내보내는 것을 보고 눈물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것도 집중취재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것은 인터넷에 9시 뉴스프로그램이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나 9시 뉴스프로그램이 막강한 의미가 있었지만, 인터넷 뉴스 환경에서는 인터넷의 재탕 뉴스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20대의 아나운서와 중년의 남자 아나운서 포맷은 불변의 시스템이다. 이미 그러한 설정도 약발이 다되었건만 과거의 영광과 후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디 9시 뉴스만일까? 공중파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인터넷의 의제 설정에 의존하고 있다. 9시 뉴스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실익이 거의 없는데도, 경마 식으로 보도하는 매체의 보도란 또 무엇이란 말인가. 9시 뉴스의 시청률 저하가 차라리 다매체 시대의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싶다.

* 문화평론가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