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행위예술가 ‘낸시 랭’과 함께 대한민국을 낚는데 성공했다.
지난 5일 각종 포털 검색어 순위를 화려하게 장식한 ‘낸시 랭 실종’사건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결론은 허무했다.
LG전자가 자사 모니터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로 '페이크(fake)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한 광고로 밝혀진 것이다. 즉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광고로 이용하는 전략으로 ‘실종사건’을 만들고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었으니 속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LG전자같은 대기업까지 발벗고 나서는 걸 보면 일명 ‘낚시질’이라는 것이 효과가 그만인 모양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낚시질‘은 ’잔꾀를 부리거나 옳지 아니한 수단을 써서 남을 제 마음대로 하는 짓. 또는 그렇게 하여 이득을 얻는 짓‘으로 정의되어 있다.
사전적 풀이로 본다면 LG전자와 낸시 랭은 브랜드 혹은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일반대중을 상대로 ‘잔꾀’를 부리고 ‘옳지 아니한 수단’을 써서 ‘이득’을 보려 한 것이다. 대중들에게 욕을 먹든 말든 제품 홍보만큼은 확실히 한 셈이니 충분한 이득을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아무리 상업광고가 기상천외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생명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지만 그 경계를 어디까지 봐야 할까
LG전자측은 아마도 대중들의 비난과 반대급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광고효과에 기뻐할지도 모른다. 대국민 낚시질에 동참한 낸시 랭 역시 온국민에게 자신을 홍보하고 광고모델료까지 받았을 터이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최근 광고들을 보면 직접적이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 아버지에게 2천만원만 가불해 달라는 광고와 유명 연예인들이 환한 미소와 친근한 얼굴로 ‘돈 필요하세요?’라며 대출을 권하는 광고, 남편은 죽었지만 10억을 받은 탓에 아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미망인이 나오는 광고등 무심코 보아 넘기기엔 이상하게 씁쓸한 광고들이다.
상업 광고에 윤리도덕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국민 낚시질을 하면서까지 광고를 해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중들의 지갑을 열기위해 자사의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치우기 위해 더욱 치밀하고 거대한 ‘낚시질’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낚시질에 순순히 지갑을 열어줄 대중들이 얼마나 될런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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