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있으면 노무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속을 썩이는 짓만 하던 신문들이 (방송은 아닌 것 같고) 오랜만에 대통령 마음에 쏙 드는 일들을 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고개 숙였다는 기사를 대서특필한 것. “집값 잡히나 ··· 강남아파트값 하락세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 ··· 강남아파트값 꺽였다” 등. 신문들이 뽑아낸 헤드라인은 노무현대통령이 그토록 고대하던 강남아파트값하락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그러나 이번엔 신문들이 잘못짚은 듯싶다. 신문들은 그동안 치솟기만 하던 아파트값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강남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꿈에도 그리던 아파트값하락이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기사들을 내려갈기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버블이 찬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강남아파트는 버블이 상당히 차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값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7가지나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너무너무 살벌하다. 부동산시장은 전쟁상태에 있다. 대통령은 오래전에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세금폭탄이 투하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감사원 감사, 검찰수사, 국세청 세무조사, 환경평가, 토지거래허가제 · 신고제, 용적율규제, 재건축규제 ··· 70여개에 달하는 각종규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여기에 재정경제부 ·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소위 투기꾼(?)들에 대한 보급로 (자금공급)을 완전 차단해놓고 있다.
특히 강남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총동원되어 집중포화 · 집중공격 · 집중소탕을 하고 있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아파트 버블경기(?)를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경기의 진원지인 강남아파트는 이제 핵폭탄에도 견딜 만큼 철벽같은 방어망을 구축해놓았다. 대통령은 부동산값이 잡히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더 강력한 대책이 나오면 강남아파트값은 더 세차게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
둘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투기억제하자는 것이지만 내용을 곰곰이 따져보면 모두 공급억제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허가제 · 신고제, 용적율 · 재건축규제, 환경평가, 대출규제 ··· 투기꾼들의 숨통을 조이겠다고 내놓은 이런 대책들은 집짓지 못하게 하고, 집팔기 어렵게 만들고, 집사기 어렵게 하고, 아파트 거래를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 결국 공급을 막는 대책이 돼버렸다.
그 결과는 이미 참담한 현실로 부동산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6년 중 서울지역 아파트공급물량은 달랑 8천3백68가구, 전년대비 30.1%나 줄었다. 지난 2005년 중 서울지역 아파트분양실적은 3만5천2백가구, 2006년에는 1만2백21가구 분양됐을 뿐이다.
아파트거래 위축은 더욱 심각하다. 강남구의 경우 작년 1월의 아파트거래신고건수는 5백27건, 작년 12월의 신고건수는 4백30건인데 반해, 금년 1월의 신고건수는 달랑 77건. 버블세븐지역은 모두가 비슷한 추세. 공급물량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나타난 급격한 거래위축은 그대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물어보나마나 올 들어 서민경제는 급격히 악화됐을 것이다.
아무튼 공급이 줄고 있는데 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산에 가서 고기를 자으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 되고 만다.
셋째, 공급은 화끈하게 줄고 있는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강남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 국민들이 강남아파트를 선호한 것은 학교 · 병원 · 쇼핑센터 등 근린시설이 잘 갖추어져있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
정부가 진짜 강남 집값을 잡고 싶으면 세금폭탄이다 뭐다하는 폭력적 규제로 강남을 짓뭉개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강북에도 강남보다 더 좋은 편의시설을 개발하고 교통망을 확충해서 대체수요를 유발해야하는데, 그런 일은 않고 억누르기만 하니까 수요는 계속 늘고 공급만 줄어들어 결국 값만 올라가고 만다.
그동안 강남은 매년 아파트수요가 10% 내외씩 늘어왔다. 지금까지는 단독주택 · 빌라 등을 재개발해서 공급을 늘려왔는데 최근에는 마지막공급원인 아파트재개발을 꼭꼭 묶어 버려 아파트공급이 올 스톱 상태. 이에 반해 지방에서 땅 팔고, 집 팔고, 보상받고, 사업해서 번 돈을 싸들고 강남아파트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있고 있다. 이러고도 강남아파트값이 오르지 말란 말인가.
넷째, 지나친 세금폭탄이 강남아파트값을 오르게 하고 있다. 정부사람들은 세금폭탄을 퍼부으면 강남사람들이 세금이 무서워 집 팔고 강북으로 이사할 줄 알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아파트공급이 넘쳐흐를 때는 그런 논리가 성립되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는 공급자는 세금폭탄을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전가한다. 쉽게 말해서 강남처럼 아파트공급이 모자라는 곳에서는 세금을 올리면 올릴수록 세금만큼 값을 오려 받게 된다.
이런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도 모르는 부동산정책입안자들은 경제색맹 (色盲)임이 분명하다.
다섯째, 우리경제는 남아도는 돈 (유휴자금)이 많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여유자금이 약 600조원가까이 되고, 기업의 사내 유보자금이 500조원 가량 된다.
정부는 마땅히 이 많은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참여정부사람들은 부자를 욕할 줄만 알고 그들이 갖고 있는 돈이 흘러들어갈 곳은 모두 차단해 버렸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은 가장 믿을만한 곳 - 부동산투자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경제는 곧 돈인데 참여정부에서 경제정책 하는 사람들의 돈 관리능력은 백치에 가깝다. 사정이 이런데도 강남아파트값이 내려가겠는가.
여섯째, 강남사람들이 노무현대통령의 미움을 사서 강남아파트값은 계속 오른다(?). 참여정부 5적이란 것이 있었다고 한다. 강남 · 재벌 · 언론 · 서울대 · 법조 ··· 강남사람들은 5적 리스트의 앞자리에 서있다.
참여정부에서 5적들은 모두가 잘나가고 있다. 강남은 수괴급에 속하니까 더 잘나갈 수밖에 없고 강남아파트값은 계속 오른다는 것. 그래서 강남아줌마들은 노무현대통령은 좋아한다고(?).
일곱 번째, 참여정부 고위관료들의 헤픈 입 때문에 강남아파트값은 계속 오른다(?) 정부사람들은 그동안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보다도 고치기 힘든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고, 버블세븐이다, 투기는 끝났다, 값이 내릴 일만 남았다 ··· 해가며 호언장담을 해왔으나 투기열풍(?)은 좀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셈. 부동산투기에 관한한 이제 국민은 정부사람들 말을 믿지 않게 되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사람들의 말씀을 반대로 받아들이는 세태가 돼버렸다. 정부가 강남아파트값 잡겠다는 결의를 다지면 다질수록 이 지역 아파트값은 더욱 오르게 시리 돼있다. 한심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사족을 달 일이 있다. 이런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 이런 글로해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나하고 약간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군사정권때 글쟁이가 글 쓰면서 겁을 집어먹는 경우를 가끔 보아왔다. 마음에 안든 글을 쓴 사람에겐 불이익을 주기 때문. 그것은 군사문화의 찌꺼기였다. 그런 군사문화의 찌꺼기가 21C 디지털시대에 다시 음산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파트값을 잡으려면 이런 분위기부터 바로잡아야한다.
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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