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무모한 핵폭탄 올인으로 인해 이런저런 현안과 쟁점들이 잠시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나야 김정일이란 인간을 진작에 포기한 지 오래인지라 뽀글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웬만해서는 개의하지 않을 심산이다. 낙제국가 북한은 저희끼리 알아서 살길 찾도록 내버려두고 우리 이제 그만 진도 나가자.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하는데 정치권은 김정일의 페이스에 벌써부터 휘말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정일이 대체 뭐라고 지난 1년 간의 국정운영실적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국정감사마저 이틀이나 연기한다는 말인가. 국민들에게 의연한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선도적으로 김씨 조선의 장단에 놀아나는 까닭에 김정일이 더욱더 기고만장해 날뛰는 것이 아닌가?
심상정 의원이 의외로 담담한 자세를 과시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심의원은 북핵사태가 국감을 소홀히 다루는 빌미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일갈했단다. 김정일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거니와 북한의 도발책동을 오직 정치공세의 소재로만 악용하려는 한나라당의 태도와도 확연히 대조를 이루는 멋있는 반응이다. 이게 김정일을 다루는 올바른 방식이다. 북녘의 무능하고 부패한 독재자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는 데는 무시가 상책이다. 아비 등에 업혀 부와 권력에 무임승차한 개망나니들에게는 무관심이 약이다.
여야의 소모적 정쟁으로 가뜩이나 휘청거리던 국정감사였다. 정부여당은 북한의 핵실험을 핑계로 총체적 국정파탄을 감추려들게 명백하다. KBS와 MBC 등 정부당국의 입김과 영향력이 작용하는 주요 공중파 방송사들은 북한관련뉴스로 전파사재기에 들어갔다. 국민의 시선이 국내정치를 향하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위기의식을 증폭시키려는 음모적 발상의 소산이렷다. 싸우면서 닮아간다는 이야기는 역시나 진리다. 과거 수구냉전도당의 전유물이었던 국가안보상업주의를 현재의 집권세력이 고스란히 재탕해 써먹는 형국이다. 안보문제 이상으로 내치의 과오를 뒤덮을 만만한 구실은 드물다. 청와대 대박 났다, 대박 났어!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로 정의된다. 이러한 개념은 얄팍한 정치공학을 합리화하는 용도로만 역할하지 않는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우공이산의 지혜와 인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부시 욕하고, 김정일 성토하면서 몸값 올릴 속셈은 일찌감치 접으시기 바란다. 제나라 정부조차 견제하지 못하는 변변치 않은 깜냥으로 국제정치무대에 신데렐라로 데뷔하겠다는 망상은 꿈조차 꾸지 말라는 말씀이다.
국면전환은 지금같이 꽉 막힌 상황에서 도모하라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불장난 때문에 빈사상태에 처한 금년도 국정감사에 생기를 불어넣을 활력소가 존재함을 모르시는가? 뉴스시간에 밥맛 떨어지는 김정일 면상 대하기 싫은 국민들께서는 나의 제안에 전폭적 찬성과 지지를 기탄 없이 표현해주시라.
금번 정기국회는 17대 국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밥값을 할 절호의 기회다. 어차피 내년 정기국회는 대통령 선거의 소용돌이에 휩쓸려갈 팔자다. 대선정국 한복판에서 나 홀로 정책국회를 부르짖어봐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적나라하게 진단하겠다. 국가권력의 향방이 좌우되는 커다란 싸움터에서 꼬치꼬치 예산타령 하는 위인을 어찌 대범하다 하겠는가? 그릇이 작거나, 아니면 불러주는 데가 없는 것 가운데 하나일 테지.
김정일의 자폭위협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결연히 대처할 각오가 되어있음을 내외에 천명하는 지름길은 두 가지다. 각종 경제지표가 동요하지 않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국회가 치열한 논쟁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남한의 여의도가 시끄러워야 평양의 김정일이 조용해진다. 국회에 스포트라이트 돌려주기가 당면한 긴급과제다.
하늘이 아직 대한민국을 버리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권의 삽질과 김정일의 망동, 부시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운상승의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회가 소란스럽게끔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사실 호박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인인 탓이다. 당사자는 톱스타 하지원.
하지원은 연예인으로서는 최초로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었다.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재벌그룹 관계자들을 제외한 유명인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는 앙드레 김 이후로 초유의 사건이다. 앙드레 김은 연예인이 아니라 다른 신분으로 국정조사 청문회에 등장한 적이 있다. 그가 어떤 직종 종사자로 청문회에 소환되었는지를 판단하기란 그를 호명할 때 본명대로 불러야 하는지, 예명을 사용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만큼 난감한 노릇이다. 앙~선생님은 디자이너일까? 연예인일까?
하지원의 출석이 예정된 상임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그녀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주제에 걸맞지 않게 눈은 높은 모양이다. 하지원이 증인으로 선택된 사유는 서민들로서는 참으로 분통 터질 추문에서 비롯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스펙트럼DVD의 주가조작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주가조작 과정에서 막대한 액수의 부당이득을 거뒀다는 의심을 하지원은 사고 있다.
검찰수사에서는 일단 무혐의로 밝혀졌으나 여전히 의문은 말끔하게 가시지 않고 있다. 법망을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빠져나간 더러운 합법행위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주식시장임을 감안하면, 주가조작에 관여한 공모자 전원을 법률로 단죄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법원이 하지 못한 정의의 심판을 대신하는 기관이 국회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하늘의 그물은 겉보기에는 성긴 듯하지만 결코 무사히 벗어날 방도가 없다.
숱하게 쟁쟁한 인물들을 제치고 국감스타로 발돋움하는 현실이 하지원한테는 영 못마땅할 수가 있다. 그러나 억울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평범한 보통의 미혼여성이었다면 상상하지 못했을 거액의 시세차익이 하지원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갔다. 증권시장 작전세력은 하지원이란 브랜드를 노렸고,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나이와 위치다.
채택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국회법은 규정하고 있다. 하지원측은 촬영일정상 출석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소식이다. 하지원이 몸으로 때울 리는 만무하다. 결국은 돈으로 무마하겠다는 의미다. 하지원은 11일부터 방송되는 KBS 수목드라마 ‘황진이’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KBS는 국민의 방송임을 표방한다. 제작에 투입된 비용 중 일부는 국민들의 혈세로 조달되고 있을 터.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대의기관의 정당한 출석요구를 외면하는 연기자를 공영방송 간판드라마의 주연으로 계속 기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지 여부를 묻고 싶다.
선수들끼리 솔직해지자. 국정감사에 순순히 협조해도 하지원에게 손해 될 건 전혀 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예쁜 여자에 무지무지 약하다. 하지원은 거의 국가원수에 상응하는 VIP 대접을 받으리라. 여기가 신성한 국정감사장인지, 포복절도할 토크쇼 녹화현장인지 헷갈릴 지경일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연예인들마다 시청자들 이목 끌려고 별의별 기상천외한 낚시질을 해대는 풍토 아닌가. 심지어 자기 가슴이 자연산이라고 주장하며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한다.
살벌한 시청률 다툼에서 타방송국의 막강한 경쟁작들을 물리치려면 목욕하는 장면 따위의 진부하고 식상한 마케팅으로는 어렵다. 하지원의 고육지계 한 방으로 수요일과 목요일 밤을 완벽히 평정할 수 있음을 조언하는 바이다. 무덤에 누워있는 황진이 또한 유수의 권력자들을 가지고 노는 하지원의 활약상에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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