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쏴 다치게 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재임용 탈락 판결은 학교 정관의 재임용기준에 맞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진 것인지를 따진 결과라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김씨는 재임용 심사 당시 학교측이 자신의 학문 연구 능력과 실적을 0%로 인정했다고 주장하지만 항소심 판결에서는 학문적 업적에 관한 사항은 재임용 거부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해 그의 주장을 배척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당시 성균관대 이과대학장은 그의 연구 능력, 실적, 학문연구에 대한 발전성, 국내외 학술 활동, 외국어 능력 등에 평균 이상인 B 등급을 부여했다"며 학교측이 연구 능력과 실적을 0%로 인정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성대 정관의 재임용 기준은 '전(前) 임용기간 중의 연구 실적 및 전문 영역의 학회 활동, 학생에 대한 교수ㆍ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 품위유지'로 돼 있다.
박 부장판사가 심리를 맡은 항소심 재판에서는 연구 실적과 학회활동을 제외한 정관의 나머지 부분인 `학생에 대한 교수ㆍ연구 및 생활 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 품위 유지'가 쟁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학생들이나 수학과 교수들의 인격과 실력을 무시하거나 소속 학과를 비난한 점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평균 이하의 성적(C,D,F학점)을 받도록 하는 등 적합한 교수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부족하고 자의적 성적 평가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점 등을 들어 평정권자인 이과대학장이 김씨에게 평균 이하인 D,E 등급을 부여한 것은 정당하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김씨의 시험을 거부하고, 동료 교수들과도 화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수들이 그의 징계를 청원한 점 ▲김씨가 주로 오후에 출근하면서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전혀 지도하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대법원은 덧붙였다.
김씨는 1996년 2월 재임용되지 못하자 출제오류를 지적한 자신에게 학교측이 보복한 것이라며 부교수로 승진 임용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지만 1997년 대법원에서 패소해 재임용 탈락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씨는 패소 판결에 불복해 7년이 지난 2005년에 재임용거부 결정 무효 확인과 교수 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내며 사실상 전과 동일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2005년 9월 1심에서 패소한 데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이달 12일 패소 판결을 내리자 15일 저녁 항소심 재판장인 박 부장판사를 집 앞에서 석궁으로 쐈다.
법원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는 학교측의 재임용 거부가 정관에 맞게 이뤄졌는지를 따진 것이지 수학문제에서 출제 오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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