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시안에 대해 공무원 노동단체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전면 거부 입장을 밝혔다.
현직 공무원들도 상당수 불만을 표시했으나 그나마 수혜 감소 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는 일단 공무원연금 개혁에 시동을 건 데 의미를 부여하
면서도 퇴직 및 현직 공무원의 수혜 폭을 거의 그대로 둔 채 미래의 신규 공무원에
만 과도한 부담을 떠넘겼다는 점에서 `개혁의 후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무원 노동단체 "전면 거부" =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한국교총 등
으로 구성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연금 개악 저지 공대위'의 박성철 집행위원장은
"이번 정부 개혁안은 검토할 가치도 없으며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지금도 공무원연금은 실질 소득대체율에서 국민연금보다 못한 상
황"이라며 "그런데도 공무원연금을 삭감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관련 공청회를 물리력으로 막고 나아가 총파업과 정권 퇴진 운동
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교조 등과 함께 `공무원.사학연금 개악 저지 및 올바른 공적 연금 개혁을 위
한 공대위'를 구성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최낙삼 대변인은 "이번 정부안
은 공무원 당사자 참여를 완전 배제한 채 만든 것이라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
했다.
그는 "노후 보장이라는 본질적 측면을 외면한 채 정부 재정 문제만 고려한 시안
"이라며 "정부는 모든 논의를 중단하고 공무원과 진실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두 공대위는 11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시안 반대 입장과 향후 투쟁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 현직 공무원들 "퇴직후 불안" = 현직 공무원들 중에도 연금이 줄어들게 된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일부는 그나마 수혜 폭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안도하는 눈치였다.
중앙부처 4급 공무원인 박모(50)씨는 "어떻게 하든 실질 연금이 지금보다 줄어
드는 것은 문제"라며 "대신 일시퇴직금을 늘려준다고 하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
고 말했다.
다른 중앙부처의 5급 공무원 이모(31)씨는 "개혁은 당연한 수순이고 앞으로 바
뀔 연금제도에도 동의한다"면서 "퇴직이나 현직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 사이의 차등
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박봉이지만 퇴직하면 먹고 살 만한 돈이 나온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면서 " 퇴직 후 가족들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한탄하기도 했다.
◇ 시민단체.학계 "개혁 후퇴" = 경실련의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합리적 방안
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신규 임용될 공무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로 가는 만
큼 올바른 방향이 아니며 지지할 국민도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정부 시안은
KDI(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보다도 많이 후퇴한 듯한 인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세대 김진수(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적자가 계속 누적되는 공무원연금의
근본 문제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이라며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를 왜 만들었는
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공무원연금의 적자 요인은 현 수급자와 장기 가입자들인데 이들에게
는 부담을 지우지 않은 채 신규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고 국민세금으로 메우려는 것은
개혁안이 될 수 없다"면서 "실제 개혁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과거 공무원 연금은 낮은 임금에 대한 보상
성격을 띠었지만 지금은 공무원의 근로 조건과 임금이 많이 좋아져 상황이 달라졌다
"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단일화돼야 하겠지만 이번 개혁안은 1
단계 개혁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연구소 관계자는 "퇴직 및 현직 공무원의 연금 기득권을 보장하면서 신
규 공무원에게 새 조건을 제시하는 개혁의 방향은 맞는 것 같다"면서 "기금의 건전
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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