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 이후 개헌론을 공론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 걸기에 나섰다.
특히 공론화 작업에는 노 대통령까지 팔을 걷어 부치고 전면에 나서고 있고, 청와대 참모들도 공개적인 대(對) 언론 홍보활동에 나서는 등 비서실 전체가 개헌 추진을 위한 총력전 체제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이다.
청와대는 우선 전격적인 개헌안 제안을 통해 의제 선점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후속 작업으로 개헌안 발의 이후 1차 관문인 국회 의결을 위한 실행 모드로 전환,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며 대응 방향을 숙고하고 있다.
2∼3월로 예상되는 개헌안 발의시점을 감안할 때 여론 설득 정도에 따라 개헌안의 성패 여부가 달려 있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전해철(全海澈) 민정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많은 국민의 여론이 받쳐준다면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여론수렴과 설득작업이 향후 청와대 행보의 핵심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10일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 한명숙(韓明淑) 국무총리, 고현철(高鉉哲) 중앙선관위원장 등 4부 요인을 청와대로 불러 의견수렴 작업을 벌이는 등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11일에는 여야 정당 지도부를 초청해 정치권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13일부터 예정된 `아세안+3' 순방 이후에도 노 대통령의 이같은 각계 여론수렴 자리는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 직후 여론은 대략 `4년 연임제라는 내용에는 찬성하지만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은 반대'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등 개헌 추진 시기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개헌 반대 그룹도 노 대통령이 대선국면에서 판 흔들기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고 결국에는 차기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는 정략적인 꼼수에 의해 임기말 개헌 제안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청와대는 여론 설득의 초점을 논란의 핵심인 바로 `시기' 문제와 개헌 제안의 '진정성' 문제에 두고 대국민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판에서의 유ㆍ불리를 떠나 정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업이라는 차원에서 제안됐다는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리고,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의 합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20년 주기론'을 적극 전파한다는 전략이 바로 그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이 20년만에 찾아온 개헌의 적기라는 점과 대통령 제안의 진정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미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것은, 국회 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거구제 개편이나 탈당, 하야 등 '다음 정치수'를 두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일각의 의혹을 조기에 차단해 확산을 막는데도 포인트를 두고 있다.
전해철 수석도 "`반드시 안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으며, 진정성이 충분히 밝혀지고 알려지면 국회와 국민이 지지를 하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안됐을 때 가정되는 상황은 전혀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개헌안의 국회 의결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논의가 진행되다 보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정치는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안될 것이라거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뻔히 알고도 지역감정 해소라는 대의를 위해 지난 2000년 서울 종로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에서 출마하는 등 `옳다고 생각되면 주변 지형에 개의치 않는' 노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옳은 길이지만 안될 것'이라는 주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옳은 길이기 때문에 자신의 유.불리, 정치공학적 계산을 떠나 그 같은 선택을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개헌 제안 이유도 그 같은 점에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각계 지도층 인사들과 연쇄 회동 자리를 가지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다 일정 시점에 다시 직접 대국민 설명을 하는 자리를 가질 가능성도 있다.
전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멀지 않은 시기에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질문에 답변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만큼 이달말로 예정된 연두 회견 또는 별도의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 추가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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