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편가르기는 소모적이고 시대착오"
"통일정책 최소한의 합의 이끌어내는 '통일국민협약' 논의 시작하자"
대선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진영이 집단적인 세(勢) 결집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북한까지 '기름붓기'에 나서 이념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합과 한총련,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22개 진보진영단체들은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민족민주진영을 아우르는 상설 연대조직 결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위원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민중생존권 쟁취 ▲6.15 공동선언 이행과 자주적 평화통일 등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올해 대선에서 보수정당의 집권 저지에도 힘을 모을 방침이다.
이에 앞서 새해 첫날 '라이트코리아'를 비롯한 강경보수단체들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창당준비위원회 출정식을 갖고 가칭 '바른한국당' 창당 추진을 결의했다.
창준위에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구국결사대, 대한민국바로세우기여성모임, 라이트애국연합 등 '좌파정권 퇴진운동'을 벌여온 우익보수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이 단체는 '친 김정일 좌파세력의 국가 파괴행위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히며 ▲반국가단체 및 불법노조 해체 ▲모성승계 허용폐지 ▲사학법.신문법.과거사법 재개정 ▲국보법 강화, 국가반역죄 신설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반보수 대연합'을 주장하며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신년사)에서 "각계 각층 인민들은 반보수 대연합을 실현해 올해의 대선을 계기로 매국적인 친미반동 보수 세력을 결정적으로 매장해 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노동신문 등을 통해 연일 반보수 대연합 결성을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도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계산 아래 이같은 이념적 편가르기를 측면 지원하는 양상이 벌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 이부영 화해상생마당 운영위원장 등 사회인사 15명은 오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새해모임을 갖고 소모적인 이념 갈등 방지와 불법 시위 근절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념적 편가르기가 심해지는데다 한나라당 집권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북한까지 개입해 이념대립이 더욱 격해지게 될 것"이라면서 "체제경쟁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이런 이념대립은 소모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더욱이 민족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서 "사회 제세력 간 대북지원이나 통일정책 등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통일국민협약'을 이루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 갈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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