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론을 제기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는 전폭적인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당 지도부는 물론 대선후보들까지 앞다퉈 개인논평과 성명을 내고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함과 동시에 제1야당인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대승적 수용'을 압박했다.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4년 연임제를 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국력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하다"며 "유리한 상황이 흔들릴까 봐 개헌을 망설이는 것은 당리당략"이라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당리당략 차원이 아니라 우리 정치와 사회의 안정화를 기하고 소모적 정치비용을 줄이기 위해 4년 연임제 개헌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은 "당리당략 차원을 넘어 국가 미래의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개헌이 실현되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적으로 큰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올해가 개헌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며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한다고 한 만큼 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안"이라고 강조하고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개헌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7년 체제를 넘어'란 개헌연구서를 펴냈던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국정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과 권역별 정당명부제 도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헌법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경(李相庚) 의원은 "시기가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겉으로는 환영 일색의 분위기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계파별로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선도 탈당을 통한 신당 논의 쪽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걸던 통합신당파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반면 당 사수파는 반전의 기회를 맞은 듯 반색하고 있다.
신당파에 속한 상당수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 논의에 제동을 걸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개헌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신당논의와 개헌논의는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재선의원은 "야당이 뻔히 안 받을 것을 알면서 개헌카드를 던진 것이어서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응큼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여당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으려고 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희망21' 소속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아무리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진정성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고, `실사구시' 모임의 변재일(卞在一) 의원은 "신당논의와 개헌논의는 별개"라며 "통합신당은 통합신당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야파 소속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신당파와 사수파의 전열이 흔들리고 정국의 주(主) 어젠다가 정계개편에서 개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신당파가 오히려 개헌논의를 적극 수용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전선'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전략적 발상도 나온다. 민병두 의원은 "'민주개혁평화세력+미래세력'은 원포인트 개헌논의에 조기 찬성으로써 정치전선을 단순화하고 대통합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반해 친노진영을 주축으로 당 사수파는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평가하면서 개헌논의를 적극 추동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 정국을 계기로 수세국면을 반전시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혁신모임 소속 김형주(金炯柱)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큰 틀에서 신당의 대통합이 아니라 개헌을 통한 대통합이 될 가능성이 있고 정계개편 논의는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원심력과 구심력의 싸움에서 구심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의정연구센터 소속 백원우(白元宇) 의원은 "앞으로 여당내의 싸움이 아니라 여당과 한나라당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나라의 내일을 걱정하는 미래 세력과 자신들만의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세력 사이의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파인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개헌 제안이 탈당론이나 통합신당의 강경한 흐름을 쿨 다운(Cool down)시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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