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북.미논의서 해결 어려워..6자회담 장기표류 예측도
미·중, 재개 낙관 속 해법 마련 주목..합법계좌 해제 가능성
북, 오판 속 BDA 집착으로 美협상파 입지 축소 우려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과 6자회담 재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9일 "뉴욕에서 금융제재 해제와 관련
한 조미협상을 계속할 데 대한 합의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3단계 5차 6자
회담이 열리지 않는 구도를 만들어 냈다"고 밝혀 금융제재가 풀려야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요구한 조기이행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제재 문제만 풀
리면 영변 핵시설 동결 등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 기사를 쓴 조선신보의 김지영 기자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기간 북측 대표단을 수행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상세히 전달했었다는 점 때문에 이번
기사도 북측 당국의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입장은 지난 6자회담에서도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의
입을 통해 미국측에 충분히 전달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차기 6자회담의 재개 전망은 오는 22일이 시작되는 주에 미국의 뉴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BDA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미간에 BDA협상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동결된 계좌에 대한 해제가 당장
에 이뤄질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계좌를 동결한 미국의 재무부는 국무부와는 달리 정치적 판단보다는 법
률적 근거에 따라 제재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위조화폐 문제로 불거진 이 문제
를 정치적 결단으로 해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차기 6자회담이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6자회담이 '그리 멀
지 않은 시점에'(not too distant future)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6자회담이 빠르면 이달중으로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이라
고 긍정적 전망을 밝힌 것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준비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을 낳
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해결책은 BDA논의를 전후한 시점에 6자회담을 재개하
는 방안이다.
결과가 불투명한 BDA 논의 이후에 6자회담을 열게 된다면 회담 재개 자체에 영
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두 개의 회담을 연동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안은 미국이 북한의 동결계좌 문제를 합법과 불법으로 구분하고 합
법 계좌에 대해서는 풀어주되 불법계좌는 북한의 적절한 내부적 대응과 향후 방지
대책 마련 등과 연계함으로써 미국과 북한 모두의 실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특히 BDA측에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내세워 미국측에서 동결을 해제하더
라도 북한 계좌에 대한 동결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미국측으로
서도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BDA문제에 집착하는 상황이 자칫 미국의 대북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해줄 수 있다는 점은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조선신보는 "지금 미국은 조선(북)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라며 "미국에 있어서 대화의 중단은 조선의 2차 핵시험과 같은 통제불가능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고 6자회담의 틀거리를 유지하고 그 전진을 이루자면 제재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풀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북한의 정세분석에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부시 행정부의 곤혹스런 입장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이같은 언급으로 자칫 미국 내에
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이어짐으로써 대화에 공을 들여온 미
국 내 대화파의 입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현재 부시 행정부의 입지
와 6자회담 상황에 대해 오판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중간선거 이후 숨을 죽여온 강
경파들이 '그것 봐라'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북미 양쪽 모두 한발짝 씩 양보할 수 있는 방
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BDA 동결계좌 중 일부 합법계좌를 풀어주고 불법
계좌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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