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과 농민을 살리고 나라도 살릴 수 있는 농업 성공신화를 열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노키아 티엠씨 이재욱(66) 전 회장이 시골 농부로 변신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성공신화의 주역이었던 화려한 최고경영자라는 수식어가 걸맞지 않게 그는 경남 마산시 진북면 영학리 학동마을 산골에서 그저 평범한 농사꾼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2003년말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 뒤 동갑내기 부인 이정자(66)씨와 함께 단 둘이서 이곳 산골로 들어와 직접 농사일로 땀을 흘리며 평범한 농부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1986년 적자로 허덕이던 회사를 맡아 18년만에 100배나 기업을 키운 그가 그 성공신화를 이제 우리 농업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그는 처음 적자 투성이던 노키아 티엠씨를 3년만에 5천만 달러 수출기업으로 바꿨던 것처럼 FTA 등으로 위기에 놓인 우리 농업을 지키고 나아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단단한 결의에 차 있다.
그는 우리 농업을 살리는 3가지 비책을 제시했으며 2가지는 이미 성공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첫째 생산비를 크게 낮추면서 친환경적인 쌀을 생산할 수 있는 태평(太平)농법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이 농법을 연구한 농부 이영문(54)씨로부터 재배법을 익히고 2004년부터 자신만의 연구 노하우를 통해 논갈이를 하지 않고 볍씨를 직접 뿌린 뒤 화학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농법을 마침내 완성했다.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밀집을 덮어 씌우고 논물을 적절하게 넣고 빼는 과정을 통해 전혀 농약없이 건강한 벼를 키웠다.
이 방법으로 집 주변 4천평 논을 빌려 2005년부터 본격적인 쌀수확을 시작했고 수확된 쌀은 모두 주변에 무료로 나눠줬다.
그는 "우리 농업을 살리는 두번째 방법은 쌀소비를 밀 만큼 효과적으로 늘일 수 있는 정말 좋은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밀보다 훨씬 몸에 좋고 즐겨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쌀 식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그는 최근 쌀을 원료로한 쌀국수 등 쉽고 간편하게 대중적으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쌀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활발한 소비만이 생산력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비책은 "진정 국가가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민과 농민 자녀들을 위한 교육비와 의료비를 100% 지원해야 한다"며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점 떠나고 있는 농촌지역 농민과 그 자녀들을 위하고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국가적인 비용부담 차원에서다.
그는 앞으로 "서해안 간척지에 1만평을 사들여 생산비를 확 줄이면서도 가장 친환경적인 쌀을 수확하는 농업을 실현해 전 국민에게 알려 주고 올바른 먹거리를 만드는데 힘 쏟고 싶다"며 "건강한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이렇게 땀 흘리는 농사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노키아 티엠씨 성공신화를 대한민국 농업경영에서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마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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