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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화광반조’를 바라며

부동산 가격정책은 수요와 공급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사진설명 :ⓒ빅뉴스

바둑에는 정석(定石)이란 것이 있다. 쌍방 간에 서로 불만이 없는 최선의 모양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흑(黑)돌이 우변을 취했으면 백(白)돌은 좌변을 취하고, 백 돌이 실리를 취했으면 흑 돌은 세력을 형성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취하게 되는 형태다.

이런 정석은 수백 년간의 연구와 논의 끝에 이루어진 최선책의 결과다. 만약 한쪽이 정석을 제대로 몰라 거스르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경우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초반에 바둑이 끝나는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바둑을 배울 때 정석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정석의 수는 수 천 가지도 넘는다. 프로기사들도 정석을 모두 외우지는 못한다. 만약, 모르는 정석이 나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바둑 격언에 ‘모르면 손 빼라’는 말이 있다. 일단 손을 빼고 다른 곳을 정리해 주변 상황에 따라 그에 걸맞은 대책을 만들어 가라는 뜻이다.

정부가 오늘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또 내 놓는다. 참여정부 들어 벌써 8번 째.


그동안 부동산 급등을 잡기위한 무수한 대책이 아무런 실효성을 얻지 못한 결과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만 부채질한 꼴이 돼버렸다. 정석을 무시한 대가다. 부동산 정책을 내 놓을 때는 수요와 공급, 보유와 양도의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정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정석을 무시했다. 아니 몰랐다. 모르면서 강행했다. 공급은 생각 안하고 수요만 억제키 위한 정책을 내 놓았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리는 어리석은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정석대로 라면 수요에 걸맞은 공급정책을 고려했어야 하고 보유세를 높였으면 거래세를 낮춰주는 정책을 실시해야 맞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면, 차라리 손을 빼야 옳았다.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되는지 어떤 선택이 좋아 보이는지 고려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냥 손을 빼고 시장상황에 맡겼으면 지금과 같은 ‘부동산 망국론’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성의 뜻인지 8번째로 발표되는 이번 대책에는 그나마 ‘공급대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여전히 보유세와 거래세에 관한 고려는 없어 절름발이 대책에 머물렀다. 부동산 가격은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착각하지 말 것은 정부의 대책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버려 자연스런 가격 조정의 때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은 버블세븐 지역 이외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불과 몇 달 사이 2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 가격 상투가 나타날 때 나타나는 전형적 징후들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간을 두고 나타난 정책 효과라는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왕에 바둑으로 말을 꺼냈으니 바둑 얘기로 끝을 맺자.

얼마 전 있었던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대회에서 서봉수 9단이 4강에 진출했다. 올해로 그의 나이 53세. 한때 한 세대를 풍미한 고수 였지만, 10대와 20대 젊은 기사들이 판치는 요즘 50대의 기사가 세계대회 4강에 진출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 그는 자신의 4강 진출에 대해 ‘화광반조’라고 말했다. 불꽃이 꺼지기 전 강한 빛을 발한다는 뜻이다. 과거 그를 기억하는 바둑 팬들은 다시 꺼질 불꽃이지만 그의 마지막 불꽃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다.

참여정부 임기가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초기의 강한 의욕과는 달리 전혀 불꽃같은 인상을 국민에게 남겨주지 못했다. 남은 임기동안 ‘화광반조’의 불빛이라도 발해 어려운 서민들이 다만 얼마간이라도 따스한 불빛을 쪼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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