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쿄고등법원, 옛 통일교 해산 결정... “재발 방지 수단, 해산 명령 외엔 보이지 않아”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일본 법원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현 가정연합) 해산 명령 결정을 유지했다.

 


4일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의 미키 모토코(三木素子) 재판장(판사)은 이날 가정연합의 해산 명령에 대한 즉시 항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미키 모토코 재판장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수단은 해산 명령 외에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교단의 헌금 권유가 민법상 불법 행위에 속하는 ‘현저히 공공의 복지를 해치는 것으로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로, 해산 명령 요건을 만족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교단의 자발적인 재발 방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침해 등을 호소한 가정연합 측의 즉각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옛 통일교 시절부터 회장 및 간부들이 신자들에 불법적으로 헌금을 권유해도 상관없다고 미필적으로 용인했다고 봤다. 지난 1973년부터 약 40년 동안 민사소송과 조정 등을 확정된 피해 규모만 하더라도, 506명에 총 74억 엔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옛 통일교 측이 재발 방지책으로 내놓은 지난 2009년의 컴플라이언스 선언 이후에도 헌금 관련 피해가 계속돼 다수에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피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3월 도쿄지방재판소가 종교법인법에 근거해 가정연합에 “1500명 이상에 약 204억 엔의 피해를 초래했다”며 내린 해산 명령의 효력이 즉시 발생했다.

 

일본 종교법인법에 따라, 해산 명령은 고등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효력을 가진다. 이에 법원이 지정한 청산인이 가정연합 보유 재산과 피해자를 확정해 이들에 대한 피해 변제 등 청산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아사히 신문은 “남은 재산은 교단이 정한 후계 단체 또는 국고에 귀속되며, 이후 종교 법인격을 상실해 해산한다”고 보도했다.

 

또 가정연합은 종교법인의 지위도 상실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가정연합의 신자는 포교 활동을 지속할 수는 있다.

 

가정연합은 도쿄고등재판소의 즉시 항고 청구 기각에 대해 “사실과 증거에 의하지 않고 결론이 정해졌다”며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 특별항고를 포함,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다만 가정연합이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항고하더라도,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이상 해산 절차는 계속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법원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에 난관이 예상된다.

 

일본에서 법령 위반을 근거로 종교법인이 해산 명령을 받은 사례는 가정연합이 3번째다.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에서는 지난 2022년 7월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총격 사건으로 가정연합에 대한 거액의 헌금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당시 총격범인 야마가미 데츠야(山上徹也)가 자신의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거액을 헌금해 가정이 파탄났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조사를 거친 후, 지난 2023년 10월 도쿄 지방재판소에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청구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도쿄 지방재판소는 가정연합의 기부 피해가 최소 1500명, 약 204억 엔 규모에 달한다고 인정했다. 해산 명령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지만, 가정연합은 불복해 즉시 항고했다.

 

한편, 이날 마쓰모토 요헤이(松本洋平) 문부과학상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에 대해 “옛 통일교 신자들의 불법 헌금 권유 등 행위로 인해 장기간에 걸친 다수의 사람들이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우리의 주장이 인정된 것”이라며 “청산이 원활하고 확실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청산인의 요구에 따라 가능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